[아이티데일리] 애플의 아이폰 공급 지연 상황이 심각하다. 급기야 애플은 올 1분기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월스트리트에 내놓았다. 애플의 주가가 대폭 하락했음은 물론이다. 애플의 아이폰 공급 부족은 오는 4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중 출시할 것으로 예상됐던 보급형 아이폰SE2의 등장도 늦어질 전망이다.

아이폰 공급 부족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에서의 부품 공급과 아이폰 생산에 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 생산 하청업체인 폭스콘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 중국의 부품 공급망은 정상화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기지가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별다른 일정 차질 없이 공급이 진행되고 있다. 애플은 중국에 집중되어 있는 공급망을 다변화할 생각도 갖기 시작했다.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ICT 등 세계 제조업의 허브 중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ICT를 비롯한 전 세계의 산업 지도가 바뀔 움직임을 보인다. 30년 동안 이어져 온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허브이자 메카’ 중국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포브스지는 중국이 제조업의 허브라는 지위는 이제 효력이 끝났다고까지 진단했다.

스마트시티와 모빌리티의 주인공 자동차의 경우 중국은 세계 최대의 부품 생산지다. 테슬라의 전기차 최대 생산기지가 중국에 있고 유명 브랜드 자동차 중 중국에 거점이 없는 회사는 없을 정도다. 이들이 모두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자율주행차나 친환경 전기차 등 차세대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들도 부품 공급선의 다변화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차이나베이지북(China Beige Book)이라는 리서치업체의 콰지 이사는 포브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초래한 위기는 중국의 단기적인 경제적 피해라기 보다는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의 붕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IT 업종에 종사하는 사무직 근로자들도 여전히 회사에 복귀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알리바바와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 등 몇 몇 특정 업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비해 인건비가 비싸진 중국은 수 년 전부터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곪아 터진 형국이다. 미국의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은 오히려 살아나고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전 세계로부터 비판이 쏟아졌지만 현 시점에서는 설득력 있는 발언으로 인정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2일 워싱턴주에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미루어 미국에서의 확산은 이제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결과만으로 볼 때 중국에 부품과 완제품의 생산을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결론이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부품 조달을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 즉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지역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한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경제적 손실은 올들어 2개월 동안 무려 1조3000억 위안(222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칭화대 금융연구소의 발표에 따른 것이다.

타임지는 한 발 더 나아가 시진핑 주석의 통치력까지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 미국과의 무역전쟁, 코로나19 등 체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요인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공고한 통치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집권 통치가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사회주의 경제에 다소의 시장경제를 수용하고 권력을 지방에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지역의 개발과 경제 활성화를 대폭 지방 정부에 맡기고 베이징 중앙정부는 잘 하는 지역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당근 정책을 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눈부신 경제 발전으로 돌아왔다. 타임지는 그러나 역으로 지역 기업과 관료들 사이에 부패가 일어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전쟁도 큰 변수다. 트럼프의 미국은 자국 대기업들의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서서히 분리시키고 있다. 종국으로부터 미국 내부로 끌어들이려고 시도한다. 이 시도는 실제로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웨이와의 통신장비 전쟁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화웨이가 미국 통신장비의 자존심 시스코를 앞서는 수준까지 커지자 미국은 칼을 꺼내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명분은 국가 안보의 위협에서 찾았다. 미국에서는 조만간 화웨이를 배제하기 위한 실행 계획 회의가 열린다. 정책적으로 계속 잽을 날리면서 민간기업들에게는 압박을 가한다. 이런 일련의 시도가 일정 부분 효과를 보고 있는 판에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전 세계적인 감염병 문제까지 터졌다. 중국으로서는 악재일 수 밖에 없다.

포브스지는 이 시점에서 멕시코를 주목한다. 그 근간에는 트럼프가 지난해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이다. 협정은 발효됐다. 포브스지 보도에 따르면 미 법무법인 폴리앤라드너가 160명의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동차 등 제조업, ICT 등 기술기업 응답자들은 자사의 사업을 앞으로 1~5년 내에 멕시코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미국, 중국, 유럽 등지에서 멕시코로 이전될 수 있는 외국인 직접투자 추정액이 연간 120억 달러에서 190억 달러에 이른다는 관계자 멘트도 덧붙였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 멕시코로부터 미국으로의 물류는 시간과 비용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유럽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미 멕시코에는 다국적 글로벌 기업들이 거의 대부분 진출해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결국 전 세계 공급망은 중국 편중 현상에서 벗어나 중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동남아 멕시코 등으로 다변화될 공산이 크다. 중국이 더 이상 공급망의 중심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공통된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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