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지난 2009년 이후 12년 동안 이어져 온 세계 최대의 컴퓨터 CPU 칩 제조업체 인텔과 유럽 반독점규제당국의 법정 투쟁은 누가 이길까?

10억 6000만 달러(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벌금에 대한 유럽에서의 재심이 시작됐다. 이 재심은 유럽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지난 2017년 인텔의 반독점법 위반에 따른 벌금 부과에 대한 하급심의 ‘합법’ 결정을 파기하고 일반법원으로 다시 환송한데 따른 후속 재판이다. 당시 ECJ는 EU 집행위원회 재판관들이 인텔의 주장을 모두 검토하지 않았다며 “인텔이 지급한 리베이트가 업계 경쟁을 제한했는지 재검토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 인텔 CPU<사진=인텔 홈페이지 캡처>

EU 집행위원회는 2009년 인텔에 대해 “경쟁사인 AMD(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스)의 비즈니스를 방해하기 위해 자사 반도체 칩을 독점적으로 채택하는 컴퓨터 메이커들에게 3년 동안 리베이트를 지급했다”며 10억6000만 달러(1조 5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인텔이 이 결정에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이에 인텔은 EU 일반법원에 즉시 항소를 제기했지만 2014년 패소했고 인텔은 다시 최고 법원에 상고했고 ECJ는 인텔의 주장을 인용해 다시 재판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한 재심이 이번에 열리게 된 것.

이와 관련, 스티븐 로저스 인텔 측 법무 자문위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텔은 집행위원회가 벌금을 부과한 때부터 일관되게 ‘우리의 행동에는 법적인 하자가 전혀 없으며 경쟁에 무해하다’는 것을 주장해 왔고 이를 입증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재심 결과는 내년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인텔이 최소한 일부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하고 있다. 재심 자체가 인텔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인텔은 이번주 초 “EU 반독점규제당국의 벌금 부과는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의 벌금 부과는 유럽위원회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인텔 변호인단은 재판에서 유럽위원회의 결정은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위원회가 잘못된 접근 방식과 모델을 적용해 오류를 범했다"고 말했다.

반면 EU 반독점규제 당국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여전히 옳다고 강하게 어필한다. 인텔이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에 리베이트를 제공해 인텔 CPU의 최대 경쟁사였던 AMD 영업을 막았다는 것이다. UL, 휴렛팩커드, NEC 및 레노버도 대부분의 CPU 칩을 인텔로부터 구입했다.

유럽위원회측의 니콜라스 칸 변화사는 인텔이 사건 전체를 백지화시키려 한다고 비난하면서 2009년 조사는 철저하게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유럽의 경쟁력기술협회는 인텔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경쟁을 저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프랑스 소비자단체인 UFC는 유럽위원회의 주장이 옳다고 지적한다.

인텔이든 유럽위원회든 이번 하급심판에서 패소하면 다시 ECJ에 상고할 수 있다. 최종 결론은 빨라야 내년 말 경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AMD는 전 세계 시장에서 인텔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인텔을 제소한 바 있는데, 인텔은 유럽에서의 벌금 부과를 의식해 2009년 11월 AMD와의 법정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당시 인텔은 소송 취하의 대가로 AMD에 12억 50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으며 양사의 CPU 관련 기술 지적재산권을 5년 동안 공유하기로 합의하는 등 교차 라이선스에도 합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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