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준수하며 사용자 집단 이동 파악, 정부에 제공

[아이티데일리] 유럽 각국의 이동통신사들이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보건 당국과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코로나19 확산 대응에 공조하기 시작했다.

AP, 로이터,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이 위험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가입자들이 각국 정부의 이동 제한 조치를 준수하는지'의 여부를 감시하는 데 공조하고 있다. 이는 물론 유럽 집행위원회 등 당국이 설정한 개인의 사생활 보화 관련법을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다.

▲ 유럽 통신사업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옹자 집단의 거리 움직임을 파악, 정부에 제공하는 등 데이터 공유로 협력하고 있다.<사진=보다폰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도 앞서 소셜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코로나19에 대한 공동 협력을 발표했다. 페이스북, 구글 및 유튜브, 링크드인(LinkedIn), 스카이프를 서비스하는 MS, 온라인 커뮤니티 레디트(Raddit), 트위터 등은 상호 협력에 대한 공동 발표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온라인상 사기행위 및 잘못된 정보를 삭제 및 퇴출하고 올바른 콘텐츠를 적극 홍보하는 등에 긴밀히 협력한다”고 밝혔다.

유럽의 이동통신사들이 집계하는 것은 익명을 기본으로 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고객들의 집중도와 움직임을 지도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유럽의 경우 대응 양식은 아시아권에 비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 대만, 한국의 경우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이용해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들의 연락처를 추적하거나 검역 명령을 시행하고 있다. 외신은 아시아권에서의 스마트폰 추적은 개인 정보에 대해 ‘침략적’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독일에서는 학교와 식당이 문을 닫고 있으며 '가능하면 집에서 일하라'는 정부의 재택근무 지시를 받고 있다. 독일 정부는 도이치텔레콤이 제공하는 자료를 통해 사람들이 이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물론 개인에 대한 사적인 움직임 파악이 아닌 전체 사람들의 동선 움직임의 그림을 보는 것이다.

로버트코흐 연구소의 윌러 소장은 "사람들이 이동성을 과거와 다르지 않게 그대로 유지한다면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윌러는 “독일은 현재 코로나19 전염병의 기하급수적 확산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사람 대 사람 접촉을 줄이는 데 진전이 없다면 2~3개월 안에 1000만 명이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 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이동통신사의 정보 공유가 필요악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여전히 프라이버시 옹호자들은 이에 반대한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도 고객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유용한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휴대전화가 추적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외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야당 의원들도 "그런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의 가치를 강하게 의심한다"고 반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동통신사인 텔레콤이탈리아, 보다폰, 윈드트레(WindTre)가 사람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서버에 집계된 자료를 정부 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아 재앙 상태인 롬바르디아 지역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역 폐쇄 방침을 준수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통신사가 제공한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코도그노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처음 발견된 지난달 21일 이후 300~500m를 넘어서는 움직임이 60%가량 줄었다.

보다폰의 닉 리드 CEO는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한, 보다폰은 정부가 익명화된 대규모 데이터 셋에 기반한 기능을 개발하는 데 기꺼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코로나19의 피해가 워낙 심각해 내부 반발의 목소리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코로나19가 타이롤의 스키 관광객들 사이에서 확산된 후, 그들이 집으로 향하면서 중부와 북유럽까지 감염시켜 지역 폐쇄를 단행했다.

오스트리아 최대 휴대전화 업체인 A1텔레콤 오스트리아 그룹은 그라츠공대(Graz)에서 분사한 인베니움(Invenium)이 개발한 모션 분석 애플리케이션(Motion Analysis Application)을 통해 분석된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인베니움은 A1텔레콤이 수년 전부터 지원해 온 스타트업이다.

인베니움이 개발한 도구는 휴대폰 사용자 집단의 움직임은 추적해 데이터화하지만 휴대폰 주인의 명시적 동의가 없는 한 민감한 개인 데이터의 처리는 엄격히 제한하는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 ‘EU 프라이버시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

회사의 공동 설립자인 마이클 시크는 "인베니움은 사람들의 흐름이 교통 체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관광지가 얼마나 바빠질지를 분석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이에 대한 의심도 뒤따른다.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관행을 둘러싸고 일련의 법적 투쟁을 벌여온 오스트리아의 선거운동원 막스 슈렘스는 "데이터가 제대로 익명화된다면 이는 분명히 합법적이다"고 인정하면서도 "오스트리아에서는 사람들이 집에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창 밖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과도한 데이터의 공유는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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