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시장 주도권을 잡아라…오라클, IBM, SAP, MS 등 대거 참여

[아이티데일리] 2000년, B2B 마켓플레이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B2B 마켓플레이스는 신생 기업들의 틈새시장 정도로 평가됐다. 하지만 2000년에 들어서면서 오라클, IBM, 커머스원, SAP,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엔터프라이즈 SW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B2B 마켓플레이스 확산은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B2B 마켓플레이스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물산, 제일제당, 현대중공업, 한진해운 등 대규모 오프라인 기업들이 연달아 B2B 마켓플레이스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B2B 마켓플레이스가 확산되면서 시장에서는 누가 주도권을 거머쥘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모든 상품 거래를 온라인으로..., 사이버 시장 활기

B2B 마켓플레이스는 한 마디로 오프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품 거래를 인터넷으로 옮겨 놓은 사이버 시장이다. 전자상거래가 특정한 구매자와 공급자간의 단일한 접점 방식의 거래인 반면, B2B 마켓플레이스는 불특정 공급자와 구매자의 쌍방향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다.

1990년대 초반에는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해당 업체에 팩스나 메일로 구매 견적을 보내고 가격을 협상해야만 했다. 하지만 B2B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면 이러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게 된다. 구매자는 단지 필요한 제품의 사양과 물량, 구입비용 등을 표준 서류 양식에 작성해 B2B 마켓플레이스로 주문만하면 되기 때문이다. 주로 구매자가 주문을 내면, 온라인상에서는 공급자들 간의 낙찰 경쟁이 벌어지면서 일종의 경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B2B 마켓플레이스는 구매비용은 물론 물류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해준다. 실례로 자동차 회사인 포드는 자동차 B2B 마켓플레이스인 ‘오토익스체인지’를 통해 자동차 부품의 구매 주문을 낸지 8시간 만에 부품업체와의 거래를 완료했다. 또한, 포드는 경매를 통해 비용도 절감했다. B2B 마켓플레이스는 거래 시간을 단축시켜줄 뿐만 아니라 구입비용을 대폭 절감시켜준다는 장점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됐다.

당시 포레스터리서치에 따르면 마켓플레이스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5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2003년에는 8,870억 달러, 2010년에는 몇 조 달러 등 급속한 성장세를 보일것이라고 분석됐다.

다른 조사기관인 가트너는 3년에서 5년 내 거의 모든 기업이 마켓플레이스에 참여, 전체 거래의 최소 20%가 마켓플레이스 상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가인포메이션 그룹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1만 여개의 마켓플레이스가 출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조사기관들의 전망이 들어맞은 듯 B2B 마켓플레이스의 세가 더욱 확장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이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과 이네트, 썬-넷스케이프 얼라이언스, 오라클 코리아 등 4개사가 전 세계 기업 간 전자상거래 시장진출을 위한 이커머스 플랫폼 구축 및 협력을 골자로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이다.

제일제당도 오라클의 ‘익스체인지’를 기반으로 하는 B2B 마켓플레이스인 ‘드림익스체인지닷컴’을 설립했다. ‘익스체인지’는 B2B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제일제당이 추진한 B2B 마켓플레이스인 ‘드림익스체인지닷컴’에는 경매와 역경매 및 공동구매 등 다양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여러 기능들이 구축됐다. 이 마켓플레이스는 인터넷 표준 웹 브라우저를 통해 제품의 구매, 판매, 거래 또는 경매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더 나아가 전체 수요 및 용량 계획, 주문 예측, 수송 일정, 전 세계 재고 표시, 구매 프로세스의 자동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공급망 관리 기능도 추가했다.


중공업 부문 B2B 마켓플레이스도 본격화

현대중공업은 오라클 솔루션과 현대정보기술의 기술력을 이용해 중공업 부문의 B2B 마켓플레이스인 ‘헤비인터스트리익스체인지닷컴(HeavyIndustryXChange.com)’을 설립, 서비스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B2B 마켓플레이스 설립 초기 단계에 국내·외 3,500여개 부품협력사와 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다양한 국내 제휴사를 참여시켰다. 이어 일본과 유럽 등 중공업 전문 업체로도 참여 기업을 늘려나갔다.

현대중공업은 구매, 조달 부문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점진적으로 설계 공유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현대중공업 측은 ‘헤비인터스트리익스체인지닷컴’의 사용량이 설립 당해 2천억 원, 2001년에는 1조 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 대기업을 중심으로 B2B 마켓플레이스 설립이 잇따랐다. (좌측부터)물류 마켓플레이스인 로지스틱익스체인지닷넷의 MOU, 헤비인더스트리익스체인지 MOU (출처: 컴퓨터월드)

한진해운은 정보통신 자회사인 싸이버로지텍을 통해 B2B 마켓플레이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0년 4월 싸이버로지텍은 한국오라클, 한국HP, 이퀀트, 싸이버텍홀딩스, 볼레로 등과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협력의 결과로 물류 부문의 B2B 마켓플레이스인 ‘로지스틱스익스체인지닷넷(LogisticsExch.net)’을 만들었다. ‘로지스틱스익스체인지닷넷’은 종합 물류 사이트로 2000년 상반기 내에 물류/운송 부문에 특화된 공동 구매 서비스를 본격 제공할 예정이었다.

이렇듯 2000년에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B2B 마켓플레이스 솔루션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B2B 마켓플레이스를 만들 수 있는 솔루션 업체들의 경쟁 역시 치열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대표적인 B2B 마켓플레이스 솔루션은 오라클 ‘익스체인지’, i2테크놀로지 ‘트레이드 매트릭스’, SAP ‘마이SAP닷컴’, 커머스원 ‘마켓사이트’ 등이었다.

이들 솔루션 벤더들 가운데 오라클은 1999년 11월부터 ▲자동차산업 ▲소매산업 ▲편의점사업 ▲산림업 ▲통신업 ▲운송업 등을 위한 마켓플레이스 솔루션을 잇달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오라클은 국내 B2B 마켓플레이스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영업 및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국오라클은 영업과 마케팅, 컨설팅을 포함해 20여명으로 구성된 오라클 ‘익스체인지 TFT’를 구성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B2B 마켓플레이스 시장 규모가 2004년 2조 7,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체 B2B 시장의 37%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같은 전망은 마켓플레이스가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에서 분석가로 일하는 찰스 필립스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존의 제품 공급망을 다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새로운 공급망 관리 방식인 B2B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하면 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개발체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 당시의 마켓플레이스 기술은 생소했다. 그렇기에 마켓플레이스 솔루션 공급업체들은 각각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는데 핵심적인 SW를 내놓고 시장선점에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이러한 경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손을 잡는 기업들도 있었다. 바로 IBM과 아리바, i2 테크놀로지스이다. 이 세 기업이 협력관계를 맺은 것이다. IBM은 아리바에 4억 달러, i2에 2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IBM이 서로 협력한다는 방침을 내걸어 아리바와 i2는 E-마켓플레이스 시장을 놓고 서로 경쟁 관계에 있지만 서로 보완해줄 수 있는 관계로 입장을 바꿨다. 키이스 크래치 아리바 회장 겸 CEO는 “전자상거래 및 B2B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 기업이 맺는 협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라클, B2B 마켓플레이스에 역량 집중

오라클의 B2B 마켓플레이스 전략은 자동차, 소매업, 물류 등 각 업종별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오라클은 협력관계에서 이익을 취하기 위해 거래 수수료 부과 및 공유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오라클은 셰브론사와 월마트 스토어의 유통 자회사인 맥클레인사와 협력해 2천억 달러 규모의 편의점 업계를 위한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 협력업체가 되며, 향후 주식 시장에도 상장한다는 계획이었다. 오라클과 셰브론, 맥클레인 등은 2000년 여름 편의점 운영자들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리테일러스마켓익스체인지닷컴(RetailersMarketsXchange.com)’을 개설할 계획을 세웠다. 이 사이트에서는 오라클의 익스체인지 스위트 플랫폼과 인프라 SW, 오라클의 DB, 애플리케이션 서버, E-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공급 패턴 분석 및 수요예측 수행을 위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툴 들이 활용될 예정이었다.

데이브 오릴리 셰브론 CEO는 “오라클하면 항상 DB업체라는 게 떠오른다. 그러나 오라클은 기술을 다각화하는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인터넷 분야로 진출한 것 외에도 오라클은 고객 관계 관리, 트랜잭션, 조달 등의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오라클이 보유하고 있는 포괄적인 기술은 마켓플레이스 시장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오라클은 미국의 포드, 시어스로우벅, 프랑스의 대형소매업체인 카르푸, 셰브론 등을 고객으로 유치하며, B2B 마켓플레이스에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었다. 이에 대해 라라 아브람스 애버딘 그룹 수석 분석가는 “오라클은 매우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대부분의 B2B 시장 개발업체들이 오라클 DB를 이용하고 있으며, 공급망에 대한 풍부한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갖췄다”며, “또 오라클은 E-비즈니스 수요를 공급망 요구조건에 통합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3각 동맹 구축으로 오라클에 맞불 놓는 IBM

IBM과 협력업체들은 B2B 마켓플레이스의 구축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한 업체가 제공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3각 동맹을 구축한 IBM과 협력업체는 각 사의 기술과 서비스를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제공했던 솔루션은 IBM의 HW, 미들웨어, 전자상거래 SW와 아리바의 네트워크 서비스 및 조달 애플리케이션 스위트, i2의 공급망 계획 및 협업 기술을 토대로 개발된 ‘트레이드 매트릭스’ 및 ‘B2B SW’ 등이었다.

IBM 진영의 이러한 접근 방법은 신속하게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는 매력적이었다. 농업 분야 기업인 카길사의 부회장인 밥 럼킨스는 “이들 업체들의 협력으로 시장에 맞게 제품을 출시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승자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리바와 i2의 SW는 매년 4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IBM의 사내 조달 및 공급망 시스템의 토대로 이용될 예정이었다. IBM의 시스템은 아리바와 i2 SW 기능의 개선 여부를 실험할 수 있는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리바 측은 자사가 호스팅하는 거래에 대해서는 거래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IBM은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2000년 당시 마켓플레이스 주도 업체와 제품 (출처: 컴퓨터월드)


뒤늦게 뛰어든 SAP와 MS

오라클은 조만간 ‘오라클 익스체인지’로 일컬어지는 수평적인 마켓플레이스를 개설할 계획이었다. 커머스원은 SW의 단순 판매 사업에서 탈피해 마켓플레이스의 운영업체로 방향을 잡았다. 주로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마켓플레이스에 구축한다는 계약을 조건으로 내걸고 판매하고 있었다.

뒤늦게 B2B 마켓플레이스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도 있었다. 바로 SAP와 MS였다. 이 두 SW 거물과 오라클, IBM 진영 등의 충돌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당시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SAP도 마켓플레이스 솔루션을 공급하는 주요 업체로 서서히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SAP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노르웨이 스테토일과 정유 및 가스용 마켓플레이스를, BASF 및 바이엘과는 화학제품용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SAP가 제공하는 ‘마이 SAP 닷컴’ 마켓플레이스는 보편적인 B2B 기능만 갖고 있었다. 분석가 및 협력업체들 ‘마이 SAP 닷컴’에 대해 보편적 B2B 마켓플레이스 기능만 갖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SAP는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경매 및 입찰 기능 등 중요한 상거래 기능을 2000년 하반기까지 제공할 계획이었고, 제품 개발 및 수요 예측을 위한 거래 협력업체와의 통합 능력은 향후 추가될 예정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주유소 편의점용 SW 개발업체인 레이디언트 시스템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 두 업체는 오라클-셰브론-맥클레인 합작사업과 유사한 셸 정유용 편의점 시장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MS는 이를 위해 2000년 1월 시장 운영업체인 버티컬넷에 1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2월에는 허니웰에 투자했다. 이어 마이플랜트닷컴에도 투자를 이어나갔다.

MS의 전 세계 전략 수립 담당 부사장인 로라 제닝스는 최소한 중공업 부문에서만큼은 오라클처럼 거래 수수료를 받는 사례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라 제닝스 부사장은 “그런 접근방법으로는 단기적인 이익만을 거둘 수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거래 수수료 모델은 자동차 제조업체처럼 구매업체의 수가 적은 부문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2000년 당시 이 같은 치열한 경쟁 구도가 전 세계 B2B 마켓플레이스 시장에서 펼쳐졌다. 어떤 업체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업계의 전망은 서로 달랐다. 그만큼 시장이 역동적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장분석가인 키넌은 “아직은 구축단계로 시장에 대한 관심만 높은 상태”라며 지금 당장 누가 주도권을 거머쥘지 속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B2B 마켓플레이스의 구축 사례와 솔루션들이 속속 쏟아져 나왔지만, 어떤 서비스 업체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마련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다. 또한 선발 기업이 유리하다는 사업의 특성 때문에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일단 치고 나가보자는 식의 사업 행태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2B 마켓플레이스의 고성장 전망에 따른 경쟁력 감소를 이유로 국내 업계들은 사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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