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제3자 단가 계약 소요 기간 두 배로 증가…도입 시기 놓쳐 공급 기회 잃기도

[아이티데일리] 조달청의 상용SW 제3자 단가 계약 제도가 늦은 일처리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상용SW기업들은 제3자 단가 계약을 통해 공공사업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려고 했지만, 계약 단계에서부터 발목을 붙잡혀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3자 단가 계약 제도는 여러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자에 대해 미리 조달청과 기업 간에 일정한 단가를 정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기관이 해당 물자를 필요로 할 경우, 공급업체와 조달청이 맺은 계약에 따라 미리 정해진 대금을 지급해 구매할 수 있다. 구매 과정에 별도의 입찰이나 가격 협상이 없으므로 빠르고 간단하게 필요한 물자를 구매 가능하다.

상용SW의 제3자 단가 계약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상용SW 공급업체와 조달청이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수요기관은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공급업체의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상용SW로 제3자 단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GS(Good Software) 인증이나 CC(Common Criteria) 인증 등을 획득해야 하며, 최소 3건 이상의 판매 실적이 필요하다. 따라서 제3자 단가 계약을 체결한 제품은 성능과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므로, 수요기관 입장에서도 별다른 걱정없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조달청의 제3자 단가 계약 절차가 지지부진하게 늘어지면서 상용SW 공급업체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제3자 단가 계약을 체결하고 싶어 신청서를 접수해도 실제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될 때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다. 국내 상용SW 공급업체인 A사는 지난 3월 제3자 단가 계약 체결을 위한 서류를 조달청에 접수했지만,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등록은 5월 말에야 이뤄졌다. 또 다른 업체 B사는 지난 4월에 접수했지만 아직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

조달청 제3자 단가 계약의 업무 지연은 올해 상반기 중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조달청 나라장터에 게시된 상용SW 제3자 단가 계약 시 ‘서류 제출 시 유의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에 게시된 안내문(Ver_20.01)에는 소요 기간이 ‘평균 1개월 이상’으로 표기돼 있지만, 안내문이 바뀔 때마다 소요 기간이 늘어나다가 6월에 게시된 안내문(Ver_20.06)에서는 ‘평균 2개월 이상’으로 표기됐다. 지난 6개월 사이에 제3자 단가 계약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은 두 배로 늘어났다.

심지어 제3자 단가 계약을 경험한 기업들은 표기된 2개월보다도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2개월 이상’이라는 막연한 기간 설정으로 인해 실제 나라장터 등록이 언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특히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제품 등록 시기를 정확히 특정할 수 없다는 게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는데, A사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분기별로 예산을 집행하므로 영업활동도 이를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제품 등록이 예상보다 늦어지면 기껏 잡은 사업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에서는 상용SW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예산을 특정 분기에 신청했다면 이를 해당 분기 내에 집행해야 한다. 공급기업이 이를 고려해 자사 제품에 대한 홍보와 영업활동을 성공적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해당 분기 내에 나라장터에 등록되지 못한다면 경쟁을 위한 출발선에도 설 수 없게 되는 셈이다.

▲ 상용SW 제3자 단가 계약의 ‘서류 제출 시 유의사항’에 명시된 소요 기간 안내

제3자 단가 계약 업무가 지속적으로 늦어지는 것은 조달청의 인원 부족이 원인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상용SW 공급업체에서 3자 단가 계약 업무를 총괄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상용SW의 제3자 단가 계약 업무는 조달청 기술서비스총괄과가 담당하는데, 이것을 담당하는 인원이 단 두 명 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업무가 밀려있어서 그런지 연락도 잘 되지 않아 매우 답답했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특히 코로나19 이슈로 조달청에 업무가 집중되면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코로나19가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SW업계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비대면(Untact) 협업 솔루션이나 화상회의, 원격제어 솔루션 등 ‘코로나 특수’를 탄 제품들도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수요기업·기관들이 IT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 피해를 본 기업도 적지 않다. 일반적인 솔루션 판매가 크게 줄어들자 많은 기업들이 나라장터 등록을 통한 수익 개선과 레퍼런스 확보에 나섰는데, 이로 인해 조달청에 업무가 집중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로 조달청에 업무가 집중되고 있다고 해서 제3자 단가 계약 업무의 처리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난 것에 대해 면죄부가 부여되지는 않는다. 단기적으로 업무가 집중돼 과부하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상반기 전체에 걸쳐 지속적으로 유지되며 영향을 끼친다면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전 문단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만약 상용SW 공급업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나라장터로 몰려든 것이라면 더더욱 이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과 제3자 단가 계약을 통해 상용SW를 손쉽게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은 수요기관과 공급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win-win)이다. 하지만 조달청의 업무 과부하로 새롭게 나라장터에 진입하려는 기업들이 발목을 잡힌다면 이는 수요기관과 공급기업 모두에게 불편함을 끼친다. 조달청은 지연되고 있는 제3자 단가 계약의 업무 처리를 정상화해, 수요기관과 공급기업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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