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X 3080’ 사태로 소비자들은 새로운 채널 기대

 

[아이티데일리] 최근 PC 부품 유통구조에 새로운 시도가 나타났다. 유통사가 도·소매업자에게 물량을 공급하지 않고 쿠팡과 같은 플랫폼에 물품을 올린 것이다. 과거에는 PC 부품을 구매하기 위해 도·소매업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가격을 묻고 흥정하는 등의 수고를 겪어야만 했다. 특히, PC 부품의 메카라고 불리는 용산전자상가는 소비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 같은 유통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환영하고 있다.

반면에 유통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시도에 울상 짓고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용산전자상가다. 이곳은 과거 고압적인 판매 태도에 따른 인식 변화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이 외 몰락을 가져온 원인으로 PC 부품의 유통구조 변화도 한몫했다. 과거에는 지금과 같이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해, 전자기기나 컴퓨터 용품을 구매하는 것이 어려웠다. 기존의 PC 부품 유통은 제조사에서 총판업체로, 이어 유통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도·소매업자(용산전자상가 판매처)에 전달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유통구조의 혁신을 위한 발판이 마련돼 온라인 채널 및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가격 역시 투명해졌으며, 이는 곧 제품 가격 인하로도 이어졌다. 가격을 낮춰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시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소비자들이 굳이 비싼 값을 받는 용산전자상가를 찾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던 중 최근 용산전자상가의 인식이 한층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신제품 ‘지포스 RTX 3000’ 시리즈가 발표되며, 전자상가의 몇몇 상인들이 가격을 담합해 유통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려 한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제조사에서 책정한 권장소비자가(MSRP)보다 수만~수십만 원 높은 가격을 주고 그래픽 카드를 구매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지포스 3000 시리즈가 발매되고 온라인 쇼핑몰에 초기 제품 가격이 올라오자 소비자들의 분노가 한계에 달했다. 예상보다 너무 비싼 가격때문이었다.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높은 가격에 대한 비판과 성토가 나왔고, 그러한 여론 덕분인지 에이수스 국내 공식 유통사 인텍앤컴퍼니는 ‘RTX 3080’을 도·소매업자를 거치지 않고 쿠팡을 통해 판매하는 새로운 유통 방식을 선보였다. 즉, 기존의 유통 구조인 엔비디아, 에이수스, 인택앤컴퍼니, 도·소매업자를 거치는 과정 가운데 도·소매업자를 생략시킨 것이다.

그간 국내에서는 그래픽카드 관련 신제품이 출시되면 전자상가를 통해 다수의 물량이 유통됐다. 이 과정에서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며 터무니없게도 수십만 원 상당의 가격이 오르게 됐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RTX 3080’이 750달러(한화 86만 원)에 판매됐지만, 한국의 전자상가에서 책정한 가격은 147만 원이었다. 이를 유통사인 인택앤컴퍼니가 99만 원대에 도·소매업체를 거치지 않고 쿠팡에 판매한 것이다. 인텍앤컴퍼니가 99만 원대에 판매한 것을 미뤄봤을 때, 도·소매업자에게 가기 전 ‘RTX 3080’의 가격과 도·소매업자가 판매하는 가격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용산전자상가에 입점한 A판매처는 기자와의 관련 대화에서 “우리 같은 영세 소매상인을 유통사가 말려 죽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들은 “용산전자상가에서는 그간 엄청난 폭리를 취하며, 고압적인 판매 자세로 고객들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봉이 김선달도 대동강 물을 이렇게 판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새로운 판매 채널의 등장은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시도이며, 몇몇의 도·소매업체들에게는 과거 악질적인 판매에 대한 벌”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번 에이수스와 인택앤컴퍼니의 새로운 방식의 판매를 환영하고 있다. 특히, 에이수스 외에 다른 그래픽카드 제조사들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아직 이번 그래픽카드 사태의 결과가 완전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를 토대로 다른 제조사들도 에이수스와 같이 유통 채널을 다각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한 두 번의 시도로 유통구조가 쉽게 바뀌긴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당할 부당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 이러한 시도가 나온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PC 부품 유통구조가 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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