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의 제품을 공급한 경우 신규 프로젝트에서도 기존 제품의 연장선상에서 공급됐던 것이 IT업계에서는 하나의 관례였다. 따라서 2∼3년 전만 하더라도 ERP 고객은 확장ERP로 공급망관리(SCM), CRM 솔루션을 같은 회사 제품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경우 각각 다른 IT업체의 제품을 골라 쓰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오라클과 IBM의 DB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지난해 IBM BCS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바 있었으나 EDW를 사이베이스 제품으로 선정했다. 사이베이스 EDW가 삼성카드 등 금융 도입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선택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교보생명은 패키지가 아닌 자체 개발한 CRM을 사용중이며 여기에 들어간 DB는 오라클 제품이다. 한국오라클과 한국IBM이 각각 한발씩 걸치고 있어 이 두 개사 제품의 도입이 유력시되어 왔다.
교보생명은 EDW외 ERP 도입에서도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SAP ERP의 모듈중 유가경로관리와 인사(EHR)부문을 사용해왔으나 현재 추진중인 가치혁신 프로젝트에서는 오라클 ERP 일부 모듈을 도입했다. SK텔레콤은 SAP의 ERP를 도입했으나 CRM을 오라클로 결정해 한국오라클이 SK그룹사에 희망을 품게 해줬다.
기존 IT업체가 아닌 새로운 IT업체를 선정한 사례로 가장 오래된 것은 삼성전자의 경우다. 삼성전자는 오라클DB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ERP를 도입할 당시 오라클 ERP가 아닌 SAP 제품으로 선정했다. 당시 SAP코리아는 국내 지사는 커녕 영업망조차 없었고 삼성전자는 SAP 본사에 직접 연락해 ERP 제품 선정 입찰에 참여하도록 했다.
<박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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