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오는 2010년에 동북아 브랜드 선호도 1위를 목표로 IT인프라를 갖춘다는 전략이다. 현재 동경, 북경, 뉴욕 등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북경은 전초단계로서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국내 금융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이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금융은 국내 시장에서만 경쟁해 왔으며 그나마 외국계 생명보험업체들이 진출해 다른 금융기업보다는 먼저 다양한 경쟁 환경을 경험했다. 그러나 직접 해외 시장에 진출해 본격적인 영업 활동을 벌이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금융기업은 드물었다. '동북아 브랜드 선호도 1위'를 목표로 하는 교보생명에게 '국내 빅3 보험사로서의 전략'을 묻는 것은 우문일 것이다. IT로 글로벌 경쟁력의 초석을 다지는 교보생명 황 전무를 만나봤다.
박해정 기자 hjpark@it-solutions.co.kr

현재 교보생명은 가치혁신시스템을 구축하며 패키지소프트웨어의 재무회계 모듈을 도입했으며 이밖에 3차 3개년 계획으로 여신종합시스템, 홈페이지 재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1971년 전산실을 신설한 이후 30년 이상된 전산실 역사를 자랑할만큼 교보생명의 IT역사는 꽤 유서가 깊다. 초창기에는 자체 시스템을 보유하는 등 IT분야에서 앞서갔으나 9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IT투자에 주춤했었다. 교보생명이 최근 다시 적극적으로 IT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ERP, DW, EAI 등 굵직굵직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97년부터 IT투자 3개년 계획을 세워 추진중이며 올 4월부터 3차 3개년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들어 IT투자가 활발한데….
▶교보생명이 IT투자에 다시 비중을 높인 계기는 97년 한국IBM 출신의 CIO를 영입하면서 부터였으며 2000년 들어서 경영진이 바뀌면서 본격화됐다. 교보생명의 1차 3개년 계획에서는 사무계의 신시스템 구축을, 2차에서는 신보험시스템과 보험CRM을, 3차에서는 IT지배구조, 서비스수준협약(SLA), 정보계 시스템 확충 등을 통한 IT경영의 현대화를 각각 목표로 했다.
올 4월부터 3차 3개년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관리회계시스템, 여신종합시스템, 정보계 확충, 리스크관리 확충, 홈페이지 3차 확대 구축 등이 세부 계획으로 진행중이다.
교보생명은 1차 3개년 계획을 추진할 당시만 하더라도 IT예산이 300억~400억원 규모였으나 3차 기간 중에는 매출의 1% 수준인 800억원에 이른다. 황 전무는 "3차 계획에는 총 24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매년 800억원을 투자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일부 프로젝트를 미룰 경우 예산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생명의 연간 IT투자액은 1100억~1300억원 규모이며 두 회사의 매출 규모를 비교해보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임을 알 수 있다.

교보생명은 한때 보험IT사관학교라 불릴만큼 우수한 IT인력과 시스템을 갖췄었다.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이 공동으로 출자해 교보정보통신의 전신인 한국전산을 1971년 7월 설립해 키펀치 용역부터 각종 IT용역사업을 위탁해 왔다. 1996년 삼성생명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교보관계사들의 IT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97년부터 IT에 대한 신규 투자가 이뤄졌으며 IT투자 분위기가 조성됐다. 당시에는 과감한 IT투자라기보다는 3개년 IT계획을 수립하면서 분위기를 형성했다는 점이 중요한 결과물이었다.
1차 3개년 계획 때는 사무계 위주로 신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당시에는 Y2K 문제가 이슈가 됐던 때였다. 보험은 은행보다 데이터양이 훨씬 더 크다. 은행은 고객의 거래내역, 대출내역 등을 관리하는 반면 보험은 고객의 가입부터 사고, 질병내역을 사망할 때까지 관리하고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은 1년 단위로 가입하기 때문에 이보다 데이터 규모는 적다. 이 때문에 해외 생명보험사들도 신시스템을 구축하는데 4,5년이 걸리며 국내 손해보험사들도 4년 정도 걸린다.
교보생명은 99년말까지 Y2K를 해결하기 위해 사무계를 제외한 나머지를 교체했으며 이 사무계의 중요도나 자원이 전체의 3분의 2를 넘는다. 99년 3월 정부의 인증을 받고 4월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해 신보험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CKS DB, IMS DB를 관계형DB로 바꾸면서 컴포넌트기반개발(CBD)로 설계하고 개발했다.

신보험시스템으로 달라진 점은.
▶새로운 보험상품이 나왔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3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이 때 이미 경쟁사가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 교보생명은 신보험시스템을 전체 다 구축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판매업무에 쓰이는 시스템만 우선으로 구축했다. 가입설명, 요금결제, 신계약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당장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판매업무용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한달이 걸렸다.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한달이 되기 전에 사고를 당한다거나 하면 수작업으로 계산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했다. 현재는 규칙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과거 시스템은 보험상품에 특약을 8가지 이상 넣어서 조립할 수 있었다. 현재는 고객이 원하는 만큼 특약을 넣을 수 있게 됐으며 이제는 경쟁사에서 어떠한 신상품을 내놓아도 1주일 안에 대응해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당시 교보생명은 이 프로젝트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교보생명의 신보험시스템과 CRM은 같은 시기에 개통됐다. 교보생명은 98년 8월 한국IBM과 계약해 2년반만에 프로젝트를 끝냈다. 교보생명은 자체 개발한 CRM시스템과 신보험시스템을 같이 가동하기 위해 시점을 맞췄다.
황 전무는 "CRM을 구축하기 전에 CRM패키지 제품들을 검토했으나 적절한 제품을 당시에는 찾지 못했다"며 "자체 개발한 제품을 잘 사용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영입한 상품 및 마케팅 관련 임원이 CRM 데모를 보더니 '환상적'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가치혁신'을 목표로 재무회계시스템과 관리회계시스템을 구축중인데 여기에 오라클 ERP를 도입했다. 여신종합시스템은 IBM 메님프레임 환경에서 가동되며 CICS환경으로 구축되고 있다. 현재 정보계시스템과 리스크관리시스템을 확중하려고 한다. 가치혁신을 위한 것으로 재무회계시스템을 ERP로 재구축하며 EDW는 나머지 기간계 시스템에 해당된다.
교보생명은 올 7월부터 가치혁신을 추진했으며 내년쯤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 될 것이다. 여신종합시스템은 올 8월부터 내년 9월까지, 홈페이지 3차 확대 구축은 올 7월부터 내년 1월초까지 진행된다.

2001년 겨울까지 e비즈니스가 확산되다 시들해 지면서 교보생명 e비즈니스팀이 없어졌다. e비즈니스 팀의 일부는 교보자동차보험이 출범하면서 자리를 옮겼고 나머지 5명이 홈페이지를 관리했다. 황 전무는 "거의 2년간 홈페이지가 잠을 자고 있었다"며 "지난해 e비즈니스팀장을 새로 영입하고 재구축을 추진해 다이럭트마케팅(DM)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가치혁신을 위한 시스템은 LG CNS와 삼일회계법인이, 여신종합시스템은 삼성SDS가, 홈페이지도 삼성SDS가 각각 맡고 있다. 이밖에 신용리스크관리를 이벨류가 담당했다. 지난해 교보생명의 컨설팅을 맡았던 한국IBM이 이 프로젝트에서 빠진 것에 대해 황 전무는 "업체를 선정할 때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한다"며 "사전 컨설팅을 맡았다고 해서 수주하는 데 유리하지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IT전략의 핵심은.
▶IT전략의 핵심은 '고객만족이며 전략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다. 이 고객에는 교보생명의 정보시스템을 사용하는 내부직원들, 보험설계사(FP), FA(Financial Assistant), 보험상품 가입 고객 등이 모두 포함된다. 고객의 IT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지면 이것이 결국 최종고객들의 만족으로 이어질 것이다.
교보생명은 핵심성과지표(KPI)를 IT서비스 만족도, IT 투자회수(ROI) 효과, IT리스크 등으로 나눴다. 이중 IT리스크는 금융감독원이 직접 2년마다 수행하는 IT경영평가로 나타나게 된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2등급을 받았으며 국내에서 제일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생명의 경우 2년 전에 심사 결과 3등급을 받았다.

황 전무는 "시장점유율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이를 '아전인수격 자부심'이라고 평가했다. 교보생명은 2000년 최고경영진의 혁신으로 양적경영에서 질적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양적경영으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으나 질적경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황 전무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수익을 보장하려면 고객만족을 극대화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기본이 바로 IT"임을 강조했다.

금융 안팎으로 변화가 많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크게 바젤Ⅱ, 방카슈랑스, 퇴직연금제 등이 있는데 우선 바젤Ⅱ에 대해서는 적용하기까지 2년정도 남았다. 교보생명은 리스크관리면에서 신용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유가증권관리시스템을 통해 신장리스크관리를, 여신종합시스템에 신용리스크관리를 포함시켰으며 2007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에게는 기회이지만 보험에게는 반갑지 않았다. 은행이 창구자동화를 위해 투자했으나 투자한만큼 회수하지 못하고 여전히 많은 창구직원들을 운영해오다 방카슈랑스라는 기회를 만나 이들을 보험상품 판매인력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방카슈랑스시스템도 은행이 원하는대로 맞춰야 했으며 수수료도 은행에게 유리했다. 현재 방카슈랑스 2단계 추진이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일단 한다는 전제아래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퇴직연금제는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으며 도입하기까지 노조·사업자·정부가 조율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교보생명은 98년 종퇴보험상품을 개발했으며 99년부터 1년 동안 개발한 퇴직보험시스템을 교보정보통신을 통해 2군데 팔았다.

3년 뒤 교보생명의 경쟁력과 IT의 역할을 조망하면.
▶정보시스템을 보면 삼성생명이 교보생명보다 1년 정도 빠르거나 비슷하게 구축돼 왔다. 삼성생명은 6개월 늦게 신보험시스템을 시작했어도 1년만에 교보생명과 같은 시점인 2002년 2월에 끝낼만큼 IT저력이 강한 경쟁자이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현재 내세우고자 하는 것은 얼마나 빨리 시장에 대응을 하느냐는 것인데 이를 위한 준비를 갖췄다. 앞으로 어떤 보험상품이 나오더라도 1주일 안에 대응상품을 낼만큼 발빠른 움직임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정보인프라가 그만큼 갖춰졌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현재 서울, 동경, 뉴욕, 북경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이중 서울을 제외한 지역 중 북경은 영업을 위한 전초단계로서 준비중이다. 교보생명의 무대는 앞으로 동북아가 될 것이다. 2010년까지 동북아 브랜드 선호도 1위의 보험이 되는 것이 목표이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시장점유율 1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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