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의 '600만여명 고개정보 유포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텔레마케팅 업체 등에 불법으로 유포된 건수만 해도 8,500만여건. 600만여명의 가입자는 물론 평균적으로 100여개의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번호를 남겨두고 있는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쯤되면 하나로텔레콤은 만사 제쳐놓고 피해자들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는 해결책을 서둘러 내놓아 한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은 또 한번의 오류를 범했다. 이번 유포사건의 잘못을 정면으로 해결하는 대신 시나브로 사건이 언론들의 수많은 다른 이슈속에 묻히는 방법을 택하려 했던 것이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컨버전스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하필 자사의 고객정보 불법 이용 문제로 온통 나라가 시끄러웠던 바로 그 날, '고객가치' 운운하며 넉살좋게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이다. 사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조직 및 인사가 바뀌었다거나, 새로운 결합상품이 출시했다는 등 특별한 이슈도 없었다. 단지 '우리가 이런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에 불과했다. 고작해야 "고객가치를 극대화 시키고 6월 중 결합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곧 CI도 변경할 것"이라는 뻔한 계획들만 되풀이 했을 뿐이었다.

현재 언론에서 다뤄지는 기사들은 실시간으로 네이버, 다음, 파란 등 각종 포털사이트에 올라온다. 또한 그 기사량은 어마어마하다. 한 기업에 대한 이슈가 나오면 몇 십개의 언론사들이 그 이슈를 다루게 된다.

하나로텔레콤의 600만명 가입자 정보 유출도 뉴스 검색란을 도배했을 정도다. 하지만 기자간담회를 갖은 후에는 '컨버전스 1위 기업 도약'이 이전의 이슈를 어느정도 묻어줬다. 오늘날의 기업홍보 전략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600백만 고객의 가슴을 멍들게 해놓고 버젓이 컨버전스 1위 기업 도약을 위해 '고객가치를 극대화' 시키겠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이런 어불성설이 또 있을 수 없다. 마땅히 공식적인 사과문 발표나 손해배상에 관한 구체적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그것을 알리는 게 먼저다.

물론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미리부터 준비된 기자간담회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면 취소하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거나 그도 아니면 고개 숙이고 때를 기다리는게 더 현명한 선택이었을 듯 하다.

결과적으로 기자간담회를 통한 물타기 홍보전략은 성공하지 못했다. 여전히 '600만여명'은 하나로텔레콤 앞을 수식하고 있으며, 그 분노는 더욱 들끓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등 곳곳에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으로의 인수가 마무리되고 조직 및 인사도 새 단장을 마치며 1위 통신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순조로운 길을 가고 있는 판국에 600만명 가입자 정보 유출이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그래도 고객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진 마당에 기자들을 모아두고 고객가치 제고를 최우선 경영과제로 꼽았다고 동네방네 소문내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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