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작가이자 보수논객으로도 유명해진 이문열씨가 최근 광우병 쇠고기 반대를 위한 국민들의 촛불집회에 대해 한마디 던졌다. '위대하면서도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라는 것이 그의 일갈이었다. 촛불집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그의 이 한마디는 논란의 불씨가 됐고, 상당수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가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갈구한 보수논객이라는 측면에서 반대편, 즉 진보진영의 질타야 당연히 쇄도할 터이다. 하지만 이념적 테두리 밖에 서 있는 우리 같은 필부들의 눈에도 이문열씨의 이번 '규정'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촛불문화제'의 당초 출발선이 어린 학생들에 의해 그어진 순수함 그 자체였고, 그도 배경설명에서 인정했듯이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확실한 '민의'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촛불집회의 기폭제가 됐다는 등 과정의 요소를 따지기 보다는, 지금은 사실상 거의 모든 국민이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하는 그 염원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보수든 진보든 기본적으로 작가가 견지해야 할 양심이 아니겠는가.

물론 그가 정말로 우려하는 대목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이번 '광우병'사건보다는 향후 있을 수많은 모종의 사안들이 이 같은 디지털 공간에서 논란이 되고, 제2, 제3의 촛불집회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앞으로의 걱정이 내심 더 컸을 것이다. 또한 디지털 세계가 보여준 가공할 위력에 대한 두려움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문열씨의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는 한 개인의 의견으로 가볍게 넘겨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 그가 현 집권층을 적극 지지해온 데다가 그의 말 한마디가 지니는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몇 가지 걱정이 앞선다. '디지털', 이른바 인터넷 광장을 '포퓰리즘'이 횡행하는 온상으로 규정했을 때 발생될 수 있는 후속파가 염려스러운 것이다. 그로 인해 인터넷 세계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될까 걱정이고, 나아가 이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지나 않을까 불안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벌어지고 있는 촛불집회는 그 여파가 현 집권층에 치명적이고, 가히 혁명적이다. 정부가 초기에 적극 민의를 수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촛불집회의 확산세는 마침내 인터넷 광장을 덮쳤고, 때마침 시험단계에서 상용화를 모색하고 있는 웹2.0이라는 개념적 기술트렌드에 접목되면서 그 위력은 지금껏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아니 예상조차 못한 폭풍으로 돌변했다. 그 폭풍이 지나가는 길목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잔 이파리 하나도 흔들리지 않았던 거대 언론들이 부르르 떨고 서 있고,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불과 석 달 만에 국민 앞에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대의정치의 허수아비가 된 지 오래인 국회는 이루 형언키 어려울 정도로 초라한 모습으로 소외돼 있다.

이쯤 되면 웹2.0은 인터넷 혁명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전에 일부 세력에게는 충격적이고 두려운 존재로만 각인될 수도 있다.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불에 덴 듯 웹2.0의 위력에 소스라치게 놀란 부류들은 개방을 폐쇄로, 참여를 차단으로, 공유를 독점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를 암중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레걱정이겠지만 만일 이런 시도가 있을 경우 우리는 역사적으로 천추의 한이 될 불행한 사태를 직면하게 된다. 크게는 민주화의 후퇴가 그것이요, 세부적으로는 IT강국이 되기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엄청난 투자를 해온 우리나라의 각고의 노력이 한꺼번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불행이다.

본시 웹2.0은 지극히 비즈니스적인 전략적 개념이다. 인터넷상에서 경제적, 문화적 재생산 및 융합구조를 통해 보다 나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보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웹2.0은 하나의 플랫폼이요, 도구에 불과하다. 사용자와 이슈에 따라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형태의 장이 된다. 좋은 이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의 요소를 넣으면 갈등이 증폭 되고, 생산적 요소를 투입하면 폭발적인 확대 재생산과 창조적 진화가 발생하는 곳이 바로 웹2.0이다. 결론적으로 웹2.0이 정치적 파란의 장이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잘못된 요소를 집어넣은 정치세력에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이요, 그 탓을 인터넷에 돌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이다.

정부와 여당이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인터넷 광장에 대한 각종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우려의 시각을 보내는 국민들 또한 많다. 우려의 핵심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혹 인터넷 공간에 대한 통제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재삼 강조컨대, 어느 누구도, 어떤 식으로 든 인터넷 공간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대대적인 국민적 저항도 생각해야겠지만, 그에 앞서 인터넷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큰 기회의 공간이자, 이곳이 바로 우리 한국의 성장 요체라는 점을 진지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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