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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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바젤 II의 성공적 구현을 기대하며
바젤은 마음 속에 있는 것...." 이 말은 바젤 II 컨설팅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던 작년, 거의 매일 야근과 휴일근무를 일삼던 우리 회사 직원들이 당시 유행하던 개그맨을 흉내 내어 농담 삼아 하던 말이다. 아마도 그 완성의 끝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답답함과 무수한 미해결 난제들로 인한 실무자의 한탄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이라고 해서 상황이 그다지 좋아진 것 같지는 않다. 그 이유는 금감원의 지침과 각 은행의 경험을 통해 좋은 방안들이 계속 소개되면서 상당 부분은 해결이 되었지만, 그럴수록 아직 본격적으로 고민해 보지 못한 보다 어려운 숙제들이 새롭게 부상하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에 고민하던 수준과 올해 고민하는 수준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역으로 생각하면 매우 짧은 기간 동안 국내 바젤(바젤 II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이론 및 작업을 총칭하는 의미)의 수준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바젤 기준을 접하고 실무를 해 온지 5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필자가 느낀 점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점점 어려워진다.' 는 것이다. 아마도 바젤 II를 현실화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접근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 말에 동의할 것이다. 최종안이 확정된 지금도 바젤위원회에서는 추가적인 요건이 도출되고 있고, 금감원에서는 한국에 적용하기 위한 새로운 지침을 내 놓고 있으며, 각 은행에서는 자신들의 특수성을 감안한 새로운 이슈들을 끊임없이 질의하고 있는 중이다.

초창기에는 해외의 현실과 경험에 바탕을 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낯설고, 난해한 이론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고생했다면, 지금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구체적인 이슈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필자와 같이 여러 은행을 다니며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기준을 은행의 다양한 상황(담당자의 준비 상태, 데이터, 요구사항 등)에 맞게 적용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그 어려움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위험관리이론을 포함한 금융공학을 학문적으로 학습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특정 분야에서 경지에 다다를 정도로 깊은 지식을 지닌 사람도 아니다. 그저 실무를 위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공부하고, 실무를 통해 경험을 축적한 전형적인 잡초형 전문가이다. 스스로를 전문가라 부르는 것이 약간 우습긴 하지만, 바젤의 구현을 위해서는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된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 주길 바란다.

누구는 한국 금융의 발전을 위하여 한국형 바젤 II를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거창한 포부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필자는 그런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기에는 스스로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으므로 과욕을 부릴 생각은 없다. 다만, 바젤 기준과 관련해서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거나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하여 얻게 된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하면서 조금이나마 일조하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은 이러한 과정의 하나로 프로젝트 사례와 여기서 느낀 문제점, 이에 대한 견해를 간략하게 밝히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바젤 II 프로젝트의 업무 절차
바젤 II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진행하는 업무 절차를 간단히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바젤의 기본 요건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은행의 현황을 분석하기 위하여 관련 자료를 요청하게 된다. 관련 자료에는 은행의 규정, 지침, 업무방법서, 현행 BIS 적용 현황, QIS(계량영향평가) 현황 등이 포함되며, 위험요소 추정을 위한 필요 데이터 분석을 위하여 기초 데이터를 제공해 줄 시스템의 구조 및 데이터 관리 현황도 요청하게 된다. 데이터의 경우 컨설턴트가 검토하는 부분 외에도 바젤 II RDM 구축을 위해서 전산적으로 보다 상세한 요청과 협의가 이루어지게 된다.

관련 자료를 취합하고 검토하면서 동시에 갭(Gap)분석을 진행하게 된다. 이는 바젤 II를 적용하기 위해서 은행의 정책, 조직, 시스템, 데이터 등이 어느 정도 충족되어 있고, 어떤 부분이 불충족 상태인지 점검하는 단계이다. 여기서는 갭의 도출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상위 레벨의 의견 제시가 뒤따르게 되며, 전행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핵심과제를 도출하게 된다.

갭 분석이 끝나면 도출된 갭과 핵심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격적인 컨설팅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각 파트별로 바젤 II 적용을 위한 요건을 정리하고, 이슈사항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서 업무적인 정의를 마무리하게 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의 현황을 감안하는 것인데 은행의 현황은 담당자의 설명과 문서를 통해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데이터와 연계하여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문서상으로, 또는 이론상으로 그러하다고 알고 있다고 해서 데이터가 반드시 그렇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관리상의 문제로 인해 데이터가 이상하게 축적된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업무 내용은 모호한 반면 데이터는 제대로 축적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면밀히 검토하다 보면 은행의 업무 담당자도 미처 판단하지 못했던 미세한 요건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핵심과제는 데이터 분석
컨설팅 단계에서 데이터를 검토하여 요건을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후에 전산적인 설계와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컨설턴트가 데이터를 감안하지 않고 뜬 구름 잡듯이 요건을 정의하면 설계를 하는 입장에서는 주어진 시간 안에 데이터를 검토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많은 부분을 놓치고 가게 된다. 물론 컨설턴트가 아무리 데이터를 열심히 찾아보고 고민을 해도 주어진 시간 동안에 모든 것을 다 검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컨설팅 단계에서 최대한 꼼꼼하게 검토함으로써 나머지 미흡한 부분을 전산적으로 설계하는 사람에게 보완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업무적인 요건이 어느 정도 정의되면 이를 이용하여 통계적인 분석을 수행한다. 이는 바젤 II가 통계 이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신용리스크의 경우 상관관계, 함수, 모형, 추정, 검증, 분포, 예상 손실, 예상치 못한 손실 등 중요하고 복잡한 방법은 대부분 통계적인 이론에 근거한 것이므로 이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고급내부 등급 법을 적용하고자 하는 은행은 위험요소를 모두 자체 추정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이 가장 핵심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 결과가 도출되면 이를 검증하고 적용하는 방안을 수립한 후에 요건을 최종 마무리하게 되며, 이를 이용하여 시스템 구현에 착수하게 된다. 시스템은 이미 축적된 과거 데이터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축적하게 되는 모든 데이터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고, 이를 이용하여 통계적인 값을 산출하며, 추가적인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지원하거나 화면을 통해 각종 조회 및 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기초 데이터의 중요성
이러한 일련의 프로젝트 과정이 완수되면 그 후에는 은행이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관리하고 보완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되며, 금감원의 승인을 받기 위해 조직, 규정, 지침, 관련 시스템 등의 정비를 수행하게 된다. 물론 이 작업은 프로젝트 시작 전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하고 진행하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복잡한 단계를 거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젤 II의 궁극적인 목표인 금감원의 승인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승인을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고차원적인 추정/검증 방법이나 화려한 시스템은 아닌 것 같다. 방법론 측면에서는 금감원의 허브 역할과 은행 담당자들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법론을 논의하고 공유하면서 전체적인 수준이 향상될 것으로 보이므로 조급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의 은행 담당자들은 기반을 구축하는 작업 보다는 남들이 하지 않는 획기적인 방법론을 찾는 것에 더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이는 금감원이 새로운 지침을 통해 보다 고차원적인 방법을 계속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자극을 받은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은행 간의 경쟁 심리도 일정 부분 영향을 주는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론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값을 산출할 수 있는 토대인 기초 데이터이며, 이 데이터는 내부 업무규정, 절차, 관련 시스템 등이 정비되지 않고서는 절대로 충족될 수 없는 것이다. 데이터만 훌륭하다면 상대적으로 간단한 추정방법을 적용해도 좋은 값이 나올 것이고, 단계적으로 추정 방법을 개선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물론 추정 방법에 따라 요구되는 기초 데이터가 다를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는 미래의 방법을 적용하기 위한 폭 넓은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은행 담당자들은 기초 데이터 및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과, 금감원에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각인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컨설팅사의 장단점
작년에 처음으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외국인 컨설턴트와 일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순수 한국계 업체의 입장에서는 해외 컨설팅 회사와 그들의 경험이 커다란 부담이며,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국내의 모든 바젤 II 프로젝트가 많던 적던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참여 없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볼 때 은행이나 금감원에서도 이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한 동경의 대상과 직접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으니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의 경험을 간추려 말하자면, 굉장히 컸던 기대와, 투입한 비용만큼 실망도 컸다는 점이다. 우선 이들에게서 한국 사람과 같은 열정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요구하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의견이나 자료를 먼저 제시한 경우가 없었으며, 제시를 한다 하더라도 자기들의 업무 범위와 일정을 감안하여 그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말하자면 자신들은 이슈가 있을 때 조언만 하면 되고, 철수 직전까지 자신들의 방법론과 의견을 제시하면 그만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 방법론과 의견이라는 것이 국내의 제도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용 불가능한 경우도 존재했다. 이러한 안이한 자세가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이슈를 적절하게 해결해 준 것도 아니었다.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주요 관심사라고 생각한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그들은 들어 본 바도 없거나, 별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들은 바 있다. 결국 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필자가 소속된 회사와 같이 국내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회사가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외국인들을 통해서 한국 사람들은 뭐든지 불같이 접근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필자와 은행의 담당자가 그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도 하나의 증거가 되지 않나 생각된다.

튼튼한 기반과 안정적 시스템
하지만 그들을 통해서 배운 점도 있다. 그들은 우리처럼 방법론이나 세부적인 이슈에 집착하기 보다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이었다. 디테일은 한국이 나을지 모르지만 기간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기반만큼은 그들이 튼튼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이론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시스템이 굉장히 안정적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들어 보지도 못했던 방법도 제시하는 것을 보아 연구의 깊이가 얕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컨설턴트의 능력은 크지 않을지 모르나 이들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은 분명 강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외국인 컨설턴트가 했던 말을 소개하고 싶다."왜 벌써 그런 것을 고민하려고 하느냐? 지금 데이터로는 그보다 더 기초적인 방법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초 데이터를 충실히 쌓은 후에 고민해라." 그 사람이 알고 했건 모르고 했건 우리의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국내 은행들의 공통적인 문제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과거 데이터와 이러한 데이터를 생성해 주는 과거 시스템에 있다고 보면 우리는 너무 의욕만 앞서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기도 한다.

어떤 은행은 고차원적인 방법은 있는데 이를 적용할 데이터의 실체를 아직 보지 못했고, 어떤 은행은 기초 데이터를 생성하는 관련 시스템들이 바젤의 사상을 반영하지 못한 과거 기준이라 기초 데이터의 정합성을 내세우기 힘들면서도 위험요소를 추정하는 방법에만 매달려 있기도 하다. 이런 추세라면 바젤 II 시스템을 구현한 후에 대대적인 재개발 또는 정비 프로젝트가 다시 요구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론의 개발을 소홀히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의 바젤 구현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 손발을 맞추자는 것이다. 금감원, 은행, 외부 업체의 역할 분담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튼튼하게 하는 일, 은행 내부의 역할 분담을 통해 머리만 있고 몸통은 없는 문제를 극복하는 일 등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한국 금융과 위험관리의 선진화 노력
작년 말에 회사에서 기회를 만들어 주어 해외 컨퍼런스(Ri$k Management 2005)에 참여하게 되었다. 참여에 관한 소식을 접한 것이 프로젝트 마무리로 바쁜 와중이었기 때문에 스위스에서 열린다는 말만 듣고 바젤 II에 관한 컨퍼런스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직장 동료들과 "드디어 성지에 입성하게 되는구나." 하고 농담을 주고받던 일이 기억난다.

일하는 동안에는 지긋지긋한 바젤이었지만 막상 발상지까지 간다고 하니 설렘과 뿌듯함이 생겨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일정표를 보니 장소가 바젤 협약의 발상지인 바젤이 아닌 제네바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착각은 바젤 기준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위험관리 전반에 관해 논의한다는 사실이었다.

필자는 신용위험을 측정하기 위한 위험요소(PD, LGD, EAD 등)에 관한 세부적인 이슈를 해결해 줄 획기적인 사례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은근히 기대했으나 이에 관한 내용은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바젤 기준의 신용위험관리와 운영위험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그 시야가 매우 좁았음을 절감했다. 운영위험과 같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는 여전히 주요 이슈인 듯 했고, 유동화 및 파생상품에 관한 내용과, 보험의 위험관리도 주요 관심사임을 알 수 있었다. 사장님이 아시면 실망하시겠지만, 컨퍼런스에 참여해서 얻은 것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짧은 영어 실력과 전문적인 지식의 부족이었다.

하지만 그 진지한 분위기를 경험한 것과 우리가 국내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열심히 연구하고, 일을 하는 선진국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에 희망을 얻은 것이 큰 소득이었고, 무엇보다도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저들과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 것이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컨퍼런스를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은 포스트 바젤이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별로 없었지만 그 사람들은 이미 현재의 바젤을 뛰어 넘는 무언가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국내에서 위험관리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고급 인력들이 당장은 바젤을 중심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는 말 그대로 한국 금융과 위험관리의 선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론적 바탕과 실무적 경험을 접목시켜서 한국의 상황에 맞는 방법론을 끊임없이 도출하고 이를 감독당국에 역으로 제시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지길 희망한다.

뿐만 아니라 산학협동을 통하여 학교 연구실과 산업체가 공동 연구, 공동 개발하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필자가 학교 다니면서 느낀 것은 저 훌륭한 지식을 왜 우리 방법론에는 접목하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언제까지 외국에서 제시한 방법론을 번역하고, 검토하고,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입해서 그들이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면 숨 돌릴 여유도 없이 또 다시 뒤좇아 가는 일을 반복해야 할 것인지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성숙한 컨설팅으로 해외시장 진출 희망
국내 바젤 시장의 전망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거의 끝났다고 보는 견해도 있고, 승인을 받을 때까지는 계속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 반면, 바젤 III가 나와서 우리를 즐겁게(?) 해 줄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뭐가 됐든 상관없다. 새로운 기준이 나오면 공부하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고, 이걸로 끝난다 하더라도 다른 일을 하는 데에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가능성은 배제하더라도 이런 상상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바젤위원회에서 한국을 아시아의 비회원국 중 모델로 삼으려 한다는 소문처럼 아시아의 바젤 선진국이 되어 아시아의 다른 나라로 진출하는 것, 그래서 외국 컨설턴트들처럼 고가에 컨설팅을 하고 한국의 지식을 전수하는 것. 물론 우리는 서양의 컨설턴트가 했듯이 별 것도 아닌 지식을 숨기고, 조절하면서 비싸게 팔아먹기 보다는 핵심 이슈와 해결 방법들을 제시하는 성숙한 컨설팅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해외의 논문과 연구결과들, 금감원의 새로운 지침 등을 검토해야 하고, 은행의 상황과 데이터를 꼼꼼하게 검토하는 일, 시스템을 설계하고 다양한 모니터링과 분석적 기능을 반영하는 일 등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우리 회사의 후임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거대 해외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국내 금융권의 튼튼한 기반 마련을 위해서 우리도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프로젝트에 임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해외를 오가며 프로젝트를 하는 날을 상상하면서 즐겁게 일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어려운 일일수록 그 능력을 발휘하는 한국 사람만의 특성이 바젤과 위험관리 분야에서도 언젠가는 빛을 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안효빈 / meg35hb@naver.com
리스크 관리 분야 전문가이다. 누리솔루션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국민은행, 농협, 신한지주,?대구은행 등에서 여신종합관리 및 신용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컨설팅 경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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