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보화 추진 설명회가 지난 12월 3일 무역센터에서 개최됐다. 매년 12월 초순이면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이 설명회는 정부의 익년 SW 수요조사 결과와 주요 정부부처 정보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이다.
때문에 이 설명회는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및 관련자들이라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행사 가운데 하나로 손꼽는다. 즉 정부가 어떤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구입할 것인지를 파악해 그 수요를 예측할 수 있고, 또한 정보화 추진 방향에 따른 소프트웨어 개발 및 영업방향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작은 규모, 특히 정부, 공공 프로젝트에만 집중하고 있는 개발 및 공급 업체들에게는 더욱더 이 행사가 중요하다.
그런 설명회 자리에 참석한 인원은 겨우 150여명에 불과했다. 예년 같았으면 500여명을 훨씬 넘어 행사장이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성황을 이뤘을 것이다.
예년의 30% 정도 밖에 참석하지 않은 정보화 추진 설명회는 그야말로 썰렁한 분위기 그 자체였다. 이날 설명회 역시 참석자들의 귀를 확 트게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즉 이날 행사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공동 주최로 개최됐는데, 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00억 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수치는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정보화 투자 예산규모이다. 또한 정부의 총 예산 가운데 정보화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1.6%에서 1.4%로 약 0.2% 정도 낮아진 것이다.
경기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썰렁한 분위기에 밝지 못한 정보화 추진 계획 내용은 마치 얼어붙은 소프트웨어 경기에 찬 물을 끼얹는 격이었다. 한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보화 예산중에서도 하드웨어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실제 소프트웨어 비중은 1% 미만”이라며 “국내 정부가 정보화 리더로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최소 5% 수준까지 향상시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IT 기술이 통신이나 PC 등 하드웨어 부분에서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SW 부분은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곱씹어볼 일이다.
그러나 현실만 탓하기에는 현실은 너무 급박하다. 정부부처 정보화 수요를 통해서라도 빈사상태에 있는 기업들에게 긴급 수혈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때에 정병철 산업협회 회장이 사임에 이어 김동억 상근부회장도 최근 사임을 표명했다. 물론 최헌규 직무대행이 회장 역할을 대행하고 있지만 중차대한 순간에 어수선한 산업협회의 최근 모습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진흥원을 비롯한 몇몇 정통부 산하단체의 법인카드 무단 사용 논란도 많은 IT인들의 힘을 빼놓고 있다. 올해보다 더욱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이는 2005년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철저한 성찰과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시기, 솔선수범하는 진흥원과 산업협회의 환골탈태를 기대해본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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