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을 비롯해 한국베리타스, 한국스토리지텍 등의 외국인 회사들의 지사장들이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모두 교체됐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지사장도 이미 사임의사를 밝혀 내년 초 교체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국내 최고이자 대표적 외국인 회사인 한국IBM 지사장도 올해 초 교체 됐다. 이밖에 넷앱코리아, 레드햇코리아, 브로케이드 등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은 규모의 외국인 회사 지사장들도 모두 교체됐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인 회사들의 지사장들이 이처럼 많이 교체되는 경우는 올해가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 교체 이유는 각 지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회사는 영업실적 저조에 따른 문책성이라는 게 공통적이다.
그만큼 국내 IT 경기가 불황임을 반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한국IBM을 비롯해 한국오라클, 한국베리타스, 한국스토리지텍 등의 교체된 지사장들은 적게는 5년에서 많게는 25년 이상 이들 회사에 몸담아 왔다. 이들 지사장들은 단순히 봉급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만을 수행한 게 아니라 회사의 성장 발전에 헌신적으로 기여한 인물들로 평가된다.
설립 역사가 긴 글로벌 회사들은 지사장을 자체 인력 가운데 최적임자를 선임하는 게 대다수이다. 반면 역사가 짧은 글로벌 기업들은 대다수가 외부에서 영입한다. 지사의 역사가 짧든 아니면 길든, 즉 내부 선임이든 외부 영입이든 지사장이라는 자리는 아무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그런 직책은 아니다. 수많은 경쟁자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실력을 검증받은 인물들만이 지사장으로 선임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지사장이라는 자리는 높은 지위와 명예를 상징하기도 한다.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오르고 싶어 하는 그런 명예스런 직책이기도 하다. 그런 지사장들이 영업실적 저조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되거나 또는 퇴직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진다고 한다. 한국의 전반적인 경기불황이나 그 어떤 이유도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설명이 안 된다고 한다.
무조건 성장해야만 한다는 게 이들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된 원칙이라고 한다. 그 동안 지사장들이 쌓아온 명예나 지위 등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영업실적 저조를 빌미로 지사장의 권한을 하나하나 제지하는가 하면 쥐락펴락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영업책임만 주는 글로벌 기업도 있다고 한다.
지사의 최고 책임자인 지사장은 물론 매출실적으로 평가받고, 또한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러나 영업실적만으로 지사장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을까 ?
글로벌 시대에 한국적인 상황만 이해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 알 맞는 지사장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지만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또한 아닌 것에 대해서는 'NO'라고 당당히 말할 줄 아는 지사장도 필요할 때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의 경기가 좋았던 지난 수년 동안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 이상 많은 돈을 벌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지만. 어려운 시기에 좀 더 잘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고 격려와 칭찬도 해 줄 줄 아는 것도 글로벌 기업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속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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