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의 총아라 불리는 ERP(전사적자원관리), DW, CRM, SCM 등은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CEO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정확히 판단할 만한 근거는 없지만 그렇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장기화 되고 있는 경기불황에 맞서 하루하루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 CEO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중소기업 K 사장은 매출 증대 및 영업이익을 위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치열한 경쟁 속에 보낸다고 한다. 중소기업 CEO는 막강한 자금력과 영업력, 조직력 등을 갖춘 대기업 CEO와는 크게 다르다. 그렇다고 대기업 CEO들이 여유가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CEO들이 상대적으로 책임과 의무가 집중돼 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CEO에게 많은 책임과 의무가 집중돼 있고, 심지어는 CEO가 뛰지 않으면 운영도 못할 만큼 어려운 기업들도 상당수 있다. 즉 CEO는 기업의 경영책임자이자 대표자이기 때문에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목표를 수립하고, 미래의 변화까지도 예측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만 하는 그야말로 만능이 아니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아니 중소기업 대다수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IT는 이러한 CEO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역설적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한다. CEO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대 결정을 수시로 내려야함에도 불구하고 정보화의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ERP의 경우 이것은 기업의 모든 자원을 어떻게 잘 관리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대외 경쟁력을 갖추자는 데 그 목적을 두고 구축하는 솔루션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적으로 현업 실무자를 위한 시스템에 불과하다.

즉 ERP는 자재를 관리하고, 재고를 체크하고, 원가를 계산해 낸다. CEO는 이 같은 숫자적인 통계를 통해 기업 내부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ERP는 기업 외부 사정에 대해서는 눈 뜬 장님일 뿐이다. 기업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ERP는 아무런 답도, 해결의 실마리도 제공해 주지 못한다. DW, CRM, SCM 등의 솔루션들도 마찬가지이다.
정보화에 막대한 비용 투자를 결정하는 CEO가 정작 자신은 철저히 정보화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불황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기불황에 맞서 외롭게 싸워나가고 있는 중소기업 CEO들에게 정보화는 장밋빛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역설적일지는 몰라도.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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