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훈 상무보 / 한국IBM 스토리지사업본부 책임전문위원

2002년 국내 스토리지 시장은 '재해 복구'라는 화두가 지배한 한 해였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금융 기관 그리고 제조업체들이 재해에 대비한 체제를 새로 구축하거나 기존의 재해 복구 대비책을 보완 및 정비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러한 재해복구시스템 프로젝트와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 중심의 데이터 웨어하우징, 데이터 마이닝 등의 애플리케이션의 구축에 힘입어 국내의 외장형 스토리지 설치 규모는 2001년 약 2,630테라바이트에서 2002년 9월 무려 6,326 테라바이트(4사분기 포함시 8,000 테라바이트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총소유비용 절감' 화두로

2003년 스토리지 시장은 이러한 흐름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 또한 어떠한 기술이 새로 떠오르고 무엇이 화두로 자리잡을 것인가?

첫째, 총소유비용 (Total Cost of Ownership)의 절감에 관한 관심의 증가이다. 일반적으로 스토리지의 총소유비용의 분석은 구입비용과 무상 보증 기간을 포함한 4~5년간 유지보수 비용의 산출이라는비교적 단순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총소유비용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운영의 기술적인 측면과 가용성 및 성능의 비즈니스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하면 화재, 테러, 해킹 등의 재해가 발생해도핵심 업무 서비스를 조기에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IT 기반을 확보하는 반면 주전산센타와 재해복구센터 등 이중의 센터를 운영하는데 따른 스토리지 구매 비용의 증가(1.x ~ 2.0배의 용량 필요)와 성능에 대한 고려, 운영 요원의 증가 (전문 업체의 시설 이용시 비용의 증가) 등은 IT 운영 비용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총소유비용이란 개념은 IT 비용대 비즈니스 획득(Cost vs Business Gain)의 관점에서 이해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분석 방법론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전용 소프트웨어에 의한 스토리지 관리(Storage Management)의 부각이다. 오늘날 스토리지 관리의 필요성은 예전의 백업 및 복구만을 제공하는 솔루션의 한계를 초월하고 있다.
스토리지 장치와 서버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DAS)뿐만 아니라 SAN(Storage Area Network)이나 NAS(Network Attached Storage) 등 네트웍 스토리지의 증가는 스토리지 관리가 예전에 비하여 한층 더 복잡해지고 어렵게 만들었다.

스토리지 가상화 원년

데이터는 단순한 의미를 벗어나 기업의 핵심업무 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의 인프라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토리지 관리를 이야기하는데 흔히 인용되는 수치는 IDC에서 최근 수년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1인당 관리 스토리지 용량이다. 이는 분산 환경에서 100GB, 물리적인 통합 환경에서 200GB 및 중앙집중적인 관리 환경에서 약 750GB라고 한다. 물론 SAN 등을 이용한 스토리지의 중앙 집중적인 관리 방식을 이용해 관리 비용을 줄일 수는 있다. 그러나 고속의 대용량 데이터 저장 장치를 사람이 인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급증하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스토리지 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소프트웨어의 도입과 적용이 일반화 될 것이다.
셋째, '스토리지 가상화'의 출현이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를 물리적인 디스크 장치의 시대라면,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를 논리적인 디스크의 시대라 부를 수 있다. 용량이 커진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일정한 크기의 논리적인 디스크로 나누어 사용하며, 논리적인 디스크 주소를 물리적인 디스크 주소로의 매핑을 위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탑재 등이 커다란 차이라 할 수 있다.

인텔리전트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탑재는 스토리지 시스템에 순간 복제, 실시간 원격지 복제등 다양한 기능의 구현을 가능케 하였으며 '무어의 법칙'에 따라 매 3년마다 4~5배의 성능 향상을 가져오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함으로써 스토리지 시스템의 성능을 손쉽게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디스크 클러스터링 기술 상용화

2003년은 이러한 시대에 한 획을 긋는 스토리지 기술의 또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즉 논리적인 디스크의 시대를 넘어서 '스토리지 가상화 (Storage Virtualization)'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스토리지 가상화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으며 일부 소규모 환경에서 구현 가능하도록 실용화 단계에 들어온 것도 있으나 아직 태동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03년은 이러한 신개념이 본격적으로 구현되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토리지 가상화'란 디스크 스토리지 장치와 서버 애플이케이션의 변경에 의한 상호 간섭을 제거하고 스토리지 관리 포인트를 일원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구현 방식은 서버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식, SAN 관리자를 이용하는 방식 및 별도의 메타 데이터 서버를 통하여 구현하는 방식의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스토리지 업체에 따라 서로 다른 구현 방식으로 상용화 될 것이다.

넷째, 디스크 클러스터링 기술의 상용화이다. 컴퓨터 운영자의 오랜 숙원인 Five 9s 즉 99.9999%의 가용성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왔다. 특히 서버의 경우 서버 클러스터링 방식을 통하여 장애가 발생할 경우에도 계속해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운영 체제의 구축이 가능하고 이미 상용화 되어 있다. 그러나 디스크 시스템의 경우를 살펴보자. 디스크 시스템 내부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하여 RAID 기법을 채택해 디스크 시스템 자체의 가용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차세대 컴퓨팅 기술과 연계

그러나 디스크 시스템 전체의 액세스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 서버의 체제가 무엇이든지간에 모든 서비스는 중단이 되어야 할 것이고 복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단순한 하드웨어의 복구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복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약점은 컴퓨터의 사용과 함께 출발된 문제점인데 2003년에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디스크 클러스트링 기술이 상용화되어 계획 휴지(Planned Outage) 및 비계획 휴지(Unplanned Outage, 장애) 어느 경우에도 서비스의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섯째, 차세대 컴퓨팅 기술과의 연계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메모리 중심의 컴퓨터 구조인 폰 노이만 아키텍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다양한 기술이 등장했다. 병렬 처리, 광 컴퓨터, 뉴로 컴퓨터, 바이오 컴퓨터, 편재 컴퓨팅, 자율 컴퓨팅및 그리드 컴퓨팅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고속 인터넷을 플랫폼으로 마치 격자처럼 산재하여 있는 컴퓨터의 자원 즉 컴퓨터 프로세서와 스토리지를 공유하여 사용한다는 개념의 그리드 컴퓨팅은 새로운 디스크 스토리지의 수요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생명 공학이 단적인 예이다.

2003년의 스토리지 시장은 기존의 비즈니스 환경에 더불어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재해복구 시스템의 지속적인 구축, 금융·통신·제조 및 유통 산업 분야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는 고객관계관리(CRM) 업무 등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토리지 도입 타당성에 대한 분석적인 접근 방법, 성장에 따른 관리의 내실화 노력, 스토리지 가상화와 디스크 클러스트링 기술의 출현과 차세대 컴퓨팅 기술과의 연계 등 매우 역동적인 한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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