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업성패 여부는 고객화(Customizing)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실 사례가 네트워크 전문기업인 T사와 R사 두 회사에서 나타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 두 회사는 국내에 처음으로 IPS 및 L7 스위치 시장을 개척한 대표적인 선두업체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02년부터 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지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정책을 펼쳐 왔고, 아울러 영업력도 집중해 왔다. 그 덕분인지는 잘 몰라도 국내 IPS와 L7 스위치 시장에서 이들 두 업체에 대한 인지도는 상당히 높아졌다.

이들 두 업체는 그러나 여러 프로젝트에서 항상 맞부딪쳤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경쟁관계는 아주 대등해 시장쟁탈전은 치열했다. 그러나 이들 두 회사는 최근 들어 시장에서의 위상이나 입지가 크게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R사는 IPS 및 L7 스위치 분야에서 업체 최고인 4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을 만큼 고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아울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T사는 시장점유율이 10% 이하 밖에 안 될 정도로 낮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두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불과 2년여 만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가장 큰 이유는 ‘고객화’였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즉 국내 고객의 요구 조건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적극적으로 반영했느냐에 따라 명암이 분명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 양사는 국내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시키기 위해 본사에 고객화와 관련 사안을 강력히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T사의 본사는 이를 거부했고, R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제품에 반영시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T사는 KT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서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밀렸고, 고객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고객화에 적극적이었던 R사는 승승장구했던 것.
어쨌든 이들 두 회사의 사례에서 잘 보여주고 있듯 사업성패 여부는 고객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즉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 가격 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환경에 맞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한편 최근 네트워크 장비의 기술 경쟁력은 대동소이하다. 즉 큰 격차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얼마나 적절하고 빠르게 대응해주느냐가 경쟁력의 잣대가 되고 있다. 해외 벤더사들은 이런 로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쓴맛을 보게 될 수 있다.

T사는 결국 지사장도 경질돼 새로운 지사장으로 교체됐다. 아울러 조직도 대폭 축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R사는 지사 형태에서 한국법인으로 승격되기도 했다. 일본 지사를 제외하면 아태지역에서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라고 한다. 국내 고객들을 소홀하게 판단, 적당히 제품이나 판매해 돈이나 벌어 가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큰 교훈이 될 것이다. <안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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