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금융권의 최대 화제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부 몇몇 은행들은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했고,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을 비롯해 대다수 은행들도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차세대 시스템 구축 방식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즉 한꺼번에 모든 시스템을 교체하는 빅뱅 방식이냐, 아니면 단계적으로 하나하나 도입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발단은 이미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한 일부 은행권에서의 장애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의 경우 이미 차세대 시스템을 지난해 구축 완료했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장애가 종종 발생하는가 하면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은행이 선택한 빅뱅 방식은 위험성이 적지 않게 따른다는 지적이 새삼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관계자들은 한 번에 모든 시스템을 교체하기보다 단계적으로 구축해야만 하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은행들은 단계적 구축 방식은 구축 기간이 너무 길고, 이로 인한 비용이 너무 많아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다수 은행들은 빅뱅 방식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선호하고 있다.
문제는 어떤 방식이 옳은지 그 여부를 지적하자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되풀이 되는 구축방식에 대한 논란을 지적하자는 것이다. 몇 년 전 ERP 구축이 한창 붐을 이룰 때 한 번에 모든 시스템을 교체하는 빅뱅 방식이냐, 아니면 단계적 도입이냐를 놓고 치열한 논란을 벌인 바 있다. CRM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권은 CRM을 비롯한 수많은 대소 규모의 IT 투자를 진행해 왔다. 즉 그 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떤 방식이 자사 업무 시스템에 잘 맞는지 여부를 파악할 정도의 수준에는 도달했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시스템 교체를 비롯해 각종 IT와 관련된 문제에 봉착되면 방법론이나 방식 등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경향이 지나칠 정도로 심하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이 있다. 이 같은 말은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IT도 ‘진료는 컨설팅 업체에, 약은 솔루션 벤더에게’로 비유 될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몸은 환자가 가장 잘 안다. 의사는 환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진단을 한 다음 처방을 내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IT 시스템을 관리 운용하는 실무자들이 그 어느 컨설팅 업체나 공급업체보다 더 잘 안다는 것이다. 때문에 논란을 벌이기 전에 실무자들이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사실 고객들이 그것을 찾거나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신기술의 출현은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고, 각종 규제들도 하루가 다르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신기술이나 새로운 규제 등에 즉각적인 대응이나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부딪쳐 해결해야만 할 당연한 일이다.
환자들이 의사나 약사만을 의지하는 것과는 달리 IT는 개인의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 같은 소화제나 두통약이라 하더라도 환자의 체질이나 상태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약사에게 환자의 체질이나 아픈 정도까지 등을 파악해 처방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동일한 질병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어떤 성분이 잘 듣는지, 부작용이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경험들이다.

과거부터 철저한 프로젝트 관리와 품질관리, 치밀한 비즈니스 요건 분석 등이 있었다면 중차대한 현 시기에 좀 더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을 위한 은행들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방식 선정은 훨씬 타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약을 먹고 진료를 받게 되면 처방전은 잘 챙기고 꼬박꼬박 읽어볼 일이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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