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트렌드 따라 데이터 보안 필요성 부각

[아이티데일리] 최근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분야가 심상치 않다. 제조 분야에서 수요가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특히 CAD 등의 분야에서 DRM을 적용해 도면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재택근무 이슈가 부각되면서 가상사설망(VPN), 데스크톱 가상화(VDI) 등의 솔루션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재택근무와 관련해 VPN, VDI를 도입함에 따라 인프라 문제는 빠르게 해결됐으나, 추가적인 문제로 ‘데이터 보안’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데이터 보안 솔루션으로 엔터프라이즈용 DRM이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DRM 솔루션은 문서 암호화뿐만 아니라, ▲캡처 방지 ▲사용자 권한 제어 ▲출력물 보안 ▲외부 협업 기능 ▲관리 기능 등 데이터 보안 환경을 구현하면서도 사용자 및 관리자의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한 데이터 보안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DRM을 도입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윈10 이슈 이후 실적 감소 예상했지만 선방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데이터 보안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주요 DRM 기업들의 실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애당초 DRM 기업들은 윈도우 7 지원 종료로 인한 윈도우 10 교체 이슈가 있었던 2019년 대비 지난해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원격근무 이슈가 불거진 이후 DRM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9년과 비슷한 실적을 달성했다.

파수, 마크애니, 소프트캠프 등 DRM 3사의 실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파수는 지난해 매출 364억 원, 영업손실 12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매출 353억 원에 비해 2.9% 성장했다. 영업 손실 폭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파수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데이터 보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좋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실적 중 데이터 보안 부문 매출이 늘어났으며, 올해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마크애니는 지난해 매출 232억 원을 달성, 2019년 매출 261억 원 대비 –11%라는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6억 원을 달성, 2019년 57억 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마크애니 관계자는 “지난해 재택근무 보안 관련 솔루션과 지능형 CCTV 선별 관제 매출이 증가했으나 총 매출은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도에는 공공기관 윈도우10 업그레이드 이슈로 DRM 시장은 특수를 봤다. 작년에는 이러한 특수한 상황이 없음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9년도와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에 마크애니의 사업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재택근무 관련 이슈에 대한 빠른 기술적, 영업적 대비가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소프트캠프는 지난해 매출 189억 원을 기록해 2019년(197억 원)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프트캠프는 2019년 40억 원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23억 원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 ‘시큐리티 365(Security 365)’ 론칭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DRM 3사 실적표 (단위: 백만 원)
DRM 3사 실적표 (단위: 백만 원)


원격근무 환경서 도면 보안 위해 DRM 수요 증가

윈도우 10 교체 이슈 이후 DRM 3사가 실적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대면 트렌드로 인한 데이터 보안의 수요 증가로 풀이된다. 특히 제조 분야에서 도면 보호를 위한 DRM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지고 있다. DRM 3사 역시 공통적으로 최근 도면 보안을 위해 DRM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어났으며, 이에 따른 문의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애니 관계자는 “예전부터 CAD 도면 보안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와 수요는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다 재택근무 따른 보안 위협과 내부자료 해킹 공격이 가속화되면서 DRM 솔루션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발주사-협력사 등과의 협업이 굉장히 활발해지면서, 도면 설계를 위한 협업 중 중요 도면이 유출되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해 이에 대한 보안 강화도 필요한 상황이기에 DRM에 대한 관심이 더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DRM은 문서를 암호화하는 기술 특성 상 도면 자료 등이 유출돼도 인가된 사용자 외에는 확인할 수 없어 더 각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재호 파수 사업전략팀 수석은 “기존 DRM 솔루션들이 CAD 및 디자인 툴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최근 CAD DRM이라는 키워드가 부각되고 있다. 도면의 경우 연구소 중심의 소수 사용자만 사용했기에 쉽게 통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원격근무 환경 확산과 더불어 도면에도 DRM을 적용하기 위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 분야에서 데이터 유출 사고 사례가 나오는 등 데이터 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는 데이터 보안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DRM 수요 또한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조기업에서 DRM을 도입하는 사례는 꾸준하게 늘고 있다. 특히 파수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 기업 미래컴퍼니의 문서 보안 고도화 사업을 수주하는 한편, 미국의 설비 및 기계 제조 기업집단과 제품 공급 및 시스템 운영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마크애니 또한 CAD DRM 솔루션 출시 이후 2년 동안 10여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주요 자동차 부품 제조사에 CAD 보안 사업을 수주, 현재 구축 중이다.


커널 단에서 동작해 충돌 및 업데이트 이슈 최소화

CAD DRM은 일반적인 엔터프라이즈용 DRM과 차이점이 있다. CAD DRM은 일반적인 DRM과 달리 도면을 생성하고, 재가공, 전달 및 활용하는 과정의 워크플로우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문서 파일의 경우, 실행하는 애플리케이션이 한정적이나, 도면 파일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기에 업무생산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암호화 등 보호 방안을 적용해야 한다.

최재호 파수 사업전략팀 수석은 “일반적인 엔터프라이즈 DRM은 문서 파일에 대해 세세한 권한 제어 등 정책 설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CAD의 경우 사용자가 컴퓨터를 익숙하게 다루기 때문에 세세한 정책 설정보다 툴, 도면 분석 프로그램, 숫자변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크애니 관계자는 “일반 DRM과 CAD DRM은 파일 암호화 등 기능은 동일하지만 암호화가 동작하는 위치가 다르다. 일반 DRM은 애플리케이션 단에서, CAD DRM은 커널 단에서 동작한다. 도면 설계 업무와 캐드 프로그램 특성이 일반 업무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크애니 관계자에 따르면, 도면설계 작업 시 단일 파일로만 작업하는 것이 아닌 한 번에 여러 개의 파일을 동시에 작업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리케이션 단의 DRM이 적용되면 속도나 퍼포먼스 면에서 느려질 수밖에 없다.

기존 DRM은 주로 OA를 대상으로 제어한다. OA 프로그램은 버전 업데이트가 빈번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OA 프로그램 업데이트에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CAD의 경우 조금 다르다. CAD 프로그램은 특성상 버전 업데이트 주기가 매우 짧다. 기존 DRM을 CAD에 적용하는 경우, CAD 프로그램 업데이트 주기를 따라가지 못해 오류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슈로 인해 CAD DRM은 커널 단에서 동작하게끔 설계돼 있다. 커널에서 동작하기 때문에 CAD 프로그램과 DRM 모듈 간 충돌이 없으며, 애플리케이션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에 업데이트 이슈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현재 DRM 시장에서는 CAD DRM을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원격근무 환경서 데이터 보안 강조

최근 트렌드에 맞춰 DRM 기업들은 ‘원격근무 환경에서의 데이터 보안’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원격근무 확산에 따라 증가하는 데이터 보안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 중 하나가 CAD 및 도면 관련 DRM의 수요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재호 파수 사업전략팀 수석은 “파수는 도면을 포함한 조직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과 함께 원활한 원격근무 및 협업환경 구현을 위한 방안을 시장에 제시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도 암호화 후에 문서 반출 방법, 협업 방법, 위험 식별 등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어 데이터 보안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애니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DRM 시장은 점차 관련 보안 기술과 통합되는 형태로 갈 것이다. 문서보안/관리, 매체제어, 출력물 보안 등 세분화돼 있는 시장이 하나로 합쳐지고, 변화된 환경에 따른 새로운 보안기술까지 결합돼 하나의 PC통합보안 형태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재택근무 관련 보안 솔루션 시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작년 협업툴 보안, 원격기술(VDI, VPN) 연계 보안 등의 솔루션을 내놓았는데, 올해도 변화한 보안환경과 고객 니즈에 맞는 보안 솔루션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포렌식 워터마킹을 적용해 화면 유출자를 적발하는 PC화면보안 기술 등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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