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및 중견 PC기업도 관심, 콘텐츠 및 가격은 걸림돌

[아이티데일리]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노트북보다 더 가볍고 휴대가 편리한 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었다.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는 이러한 수요를 만족시켜 향후 높은 성장이 기대됐다. 팜(Palm) 계열과 윈도우CE 계열, 그리고 리눅스 등의 OS를 기반으로 다양한 PDA 제품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높은 가격이 우선 발목을 잡았고, 콘텐츠 역시 대중화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하지만 2001년 당시 국내 기업들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PDA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2001년 PDA 관련 사업이 부쩍 늘어나며 관련 사업이 활성화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PDA 신제품 발표를 비롯해 PDA를 이용한 모바일 솔루션, PDA 포털 및 콘텐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이 속속 등장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더 이상 PDA가 호기심이나 유행이 아닌 ‘무선 인터넷 활용의 핵심 장치’로 자리 잡아가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특히 세스컴 등 국산 PDA 업체들도 PDA에 무선 모뎀을 내장해 통신 기능을 지원하는 등 PDA는 기존의 단순한 ‘개인 정보 단말기’에서 ‘개인통신 단말기’, ‘이동 멀티미디어 단말기’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PDA로 무선인터넷망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습 (출처: 컴퓨터월드 2001년 5월호)
PDA로 무선인터넷망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습 (출처: 컴퓨터월드 2001년 5월호)

모뎀 장착으로 PDA 활용도 확대 전망

2001년 4월경 이지시스템, 인텍크텔레콤, 씨엔아이 3사는 공동으로 ’무선 PDA 이용 모바일 솔루션 발표회를 가졌다. ‘PDA로도 무선통신은 물론 사무실 환경과 CRM이 구현된다’는 콘셉트로 진행된 행사에서 3사는 PDA상에서 모바일 솔루션을 구현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행사를 통해 이지시스템은 PDA를 이용, 직원이 사무실 밖에서도 사내의 정보에 접속해 업무를 볼 수 있는 최첨단 KMS, CRM 및 전자상거래 솔루션인 ‘m-KiMS(mobile Knowledge &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m-CRM’, ‘m-Biz’ 등을 발표했다. 또한 씨엔아이는 무선 모뎀을 내장한 PDA와 무선통신망 사업자인 인텍크텔레콤은 ‘마이세스 013’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함께 소개했다.

m-KiMS는 이동 중인 직원이 PDA로 메일 관리, 전자결재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었으며, m-CRM은 직원이 이동 중에도 고객과 관련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했다. m-Biz는 이미 구성돼있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세부 모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위와 같은 3가지 솔루션들은 PDA가 단순히 정보를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정보를 활용하고,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함께 발표된 인텍크텔레콤의 무선통신망은 ‘마이세스 013’ 서비스를 통해 무선 인터넷, 유무선 통합 이메일과 메신저, 문자전송 등 무선 커뮤니케이션, 무선 네트워크 게임, 무선증권거래 서비스는 물론이고 물류, 원격검침, 지능형교통정보까지 그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특히, 사용한 데이터량 만큼만 요금을 부과하는 패킷 방식을 택해 요금 또한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휴대폰을 통한 무선 인터넷 ‘애니웹서비스’를 제공하던 에이아이넷도 모든 종류의 PDA를 통해 애니웹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PDA 포털 서비스(pda.anyweb.co.kr)를 2001년 4월 시작했다. 애니웹 PDA 포털 사이트는 셀빅, 팜 및 RPC 등 모든 종류의 PDA에서 구현이 가능했으며, 휴대폰과도 완벽히 연동되는 서비스를 제공해 사용자들이 휴대폰, PDA 등 무선기기에 상관없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특히 에이아이넷은 향후 모바일 싱크를 이용한 오프라인 검색도 지원할 방침을 밝혔는데, 사용자들이 온라인 검색 후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를 검토할 수 있어 통신료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됐다.


오프라인 싱크 등 다양한 방식 지원

모바일 인터넷 데이터센터(MIDC)를 운용하고 있는 아이하트도 2001년 4월 삼성전자와 제휴해 PDA 판매에 나섰다. 또 5월부터는 게임, 증권, 쇼핑몰 콘텐츠 등을 포함하는 모바일 허브사이트를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모바일 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아이하트는 2001년에 사업영역을 모바일 빌링 및 지불, 컨버터, 메일, 보안, 스트리밍 등 모바일 ASP 전 영역으로 확장하는 등 본격적인 MIDC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당시 아이하트가 판매하던 PDA폰에는 회사의 모바일 허브사이트인 모리아(www.morea.co.kr)가 기본 아이콘으로 내장돼 있어, 고객들이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돼 있었다. 특히, 유료 모바일 콘텐츠를 사용할 때마다 ID와 암호를 입력하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SSO(Single Sign On) 서비스를 적용, 한번만 정보를 입력해 손쉽게 모바일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한편으로 이동통신 업계도 PDA 열풍에 동참했다. LG텔레콤은 2001년 4월 PDA를 이용한 무선인터넷 사업에 대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4월 10일부터 PDA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LG텔레콤의 PDA 서비스는 다음이 제공하고 있는 한메일넷, 영화, 증권, 영어학습, 뉴스, 날씨 등의 메뉴로 구성돼 있었으며 PDA의 LCD창에 맞게 콘텐츠를 재구성해 제공했다. 또한 무선 모뎀이 많이 보급돼 있지 않은 당시 상황을 감안, 오프라인 싱크로도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PDA 싱크 서비스도 제공했다.

LG텔레콤은 우선 한빛아이티에서 제공하는 컴팩의 PDA로 서비스를 시작, 향후 무선모뎀이 장착된 PDA 전 기종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계속해서 포털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서비스 내용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었다.


모바일, 인터넷의 핵심으로

중소기업, 이동통신 업계뿐만 아니라 중견 PC업계도 PDA에 관심을 보였다. 주요 업체로는 디지털퍼스트, e라이프컴퓨터(구 세지전자), 현주컴퓨터, 현대멀티캡 등이 있었다.

디지털퍼스트는 당시 팜OS용 PDA를 만드는 바이저사로부터 국내 판권을 획득한 상태였고, e라이프컴퓨터는 2001년 상반기 내에 PDA 유통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현대멀티캡도 2001년 10월 PDA를 발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으며, 특히 컬러LCD를 탑재한 제품으로 고가 PDA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산이었다. 현주컴퓨터는 개발팀과 해외사업팀이 공동으로 PDA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자체 개발이나 외산 PDA의 수입 판매 등 다양한 PDA 사업방식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업체들의 움직임이 PC시장의 계속된 침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었다.

인터넷 마케팅 리서치 전문기관인 베스트사이트가 2011년 2월 중순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전국 1만 가구의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국내에 보급된 PDA는 약 16만여 대로 추정됐다. 이는 성인 1천 명당 5명 정도가 PDA를 사용하는 정도로, 상당히 미미한 보급률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당시 PDA의 응용 소프트웨어가 적어 활용도가 낮았고, 가격이 비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당시 PDA 공급업체들이 가격을 점점 낮추는 추세에 있었고, 무선 모뎀을 장착해 인터넷 연결이 되면서 활용성이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돼 2001년 PDA 보급률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었다. 특히 관련 업체들이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었기에, PDA 붐을 그리 어렵지 않게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장밋빛 전망 예측됐던 PDA

2001년 당시 국내 PDA 시장은 개발 업체들이 신제품 테스트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시장 형성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또한 정보통신부에서도 PDA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공급업체들이 가격을 낮춰 판매한다면 짧은 시간 안에 PDA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시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의 공급업체들이 점차 가격을 내리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 콘텐츠가 크게 늘고 적용 사례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 PDA가 이동전화를 제치고 무선 인터넷의 핵심 단말기로 부상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내다보고 있었다.

2021년 지금 돌아보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매우 당연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2000년대 초반에는 PDA로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PDA는 운영체제, 배터리 등의 기술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일부 얼리어댑터들을 대상으로만 작은 전성기를 맞이하는 데 그치고 만다.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명맥을 유지하다 2000년대 후반에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다시피 하게 된다. 그러나 애플이 이름 붙인 ‘PDA’가 앞서 닦은 길이 있었기에, 애플도 아이폰이라는 혁신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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