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최근 한 IT 전문 유튜버가 올린 KT의 10Gbps 인터넷 상품 사용기가 논란이 됐다. 8만 8천 원을 내고 쓰는 10Gbps 인터넷을 2년째 사용 중이던 이 유튜버는 어느날 다운로드 속도가 100Mbps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을 발견해 고객센터에 문의했고, 이 과정에서 KT측의 응대가 납득이 어려웠다는 게 동영상의 내용이었다.

이 유튜버에 따르면 KT 측은 인터넷 속도를 측정한 결과를 정리해 보내기 전까지는 “우리 쪽에서는 10Gbps 신호를 계속 쏜 것으로 나온다. 그럴리 없다”고 응대했고, 실제로 속도를 측정한 결과를 증거로 보내자 그제야 “가끔 서버에서 그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경우 고객 측이 문제점을 먼저 발견해서 알려주면 조치하겠다”고 답하며 원격으로 장비 설정을 조정해 몇 분 만에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17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이 유튜버가 이러한 내용의 동영상을 업로드하자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고, 결국 KT는 이례적으로 사과까지 했다. 이뿐만 아니라 며칠 후에는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나서 10Gbps 인터넷 품질 저하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한 실태점검을 통신사들과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발표까지 하게 됐다.

소비자들은 이번 유튜브 동영상을 계기로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내용은 “그동안 통신사들이 일일사용량 초과 후 속도제한이 걸리는 수준이 아닌 경우에도 사용량이 많다 싶으면 고의적으로 속도를 제한하고 있던 것이 아니냐”, “나도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었는데 논란 이후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왔다” 등의 반응이다.

KT 측은 사과를 하면서 10Gbps 인터넷 장비를 증설 및 교체하는 작업 중 고객의 속도 정보 설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리고 향후 오류를 자동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보완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또한 해당 유튜버 이외에도 속도 정보 설정 오류가 확인된 경우 개별적으로 사과하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요금감면을 한다고 밝혔다.

KT의 해명대로 이번 사건이 정말로 회사 측 실수에서 빚어진 사고라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약속을 한 번은 믿어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튜버의 동영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그동안 회사 측의 “우리는 책임없다”는 식의 대응을 수없이 겪어왔던 소비자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사과와 대응책 제시에 섣불리 소비자들이 믿음을 보낼 수 없는 이유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상하다고 느낀 점은 통신사들이 제시하고 있는 인터넷 상품별 최저보장속도에 관한 것이었다. 속도별로 구분돼있는 인터넷 상품별 최저 보장 속도가 한 단계 아래 상품의 속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KT는 5Gbps 인터넷 상품의 최저보장속도를 1.5Gbps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단계 아래 요금제는 2.5Gbps 상품이 있다. 결과적으로 5Gbps 요금제를 쓰는 사용자가 실제로는 2Gbps의 속도밖에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보상 기준에는 맞지 않고, 더욱이 더 저렴한 요금제의 속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0Gbps 인터넷 상품의 최저보장속도는 3Gbps로, 한 단계 아래 요금제인 5Gbps의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문제는 SK브로드밴드 역시 마찬가지로 확인된다. SK브로드밴드의 10Gbps 요금제는 최저 다운로드 보상속도가 3Gbps이지만, 한 단계 아래 요금제는 5Gbps 상품이 있다. 또한 5Gbps 요금제의 최저 보상속도는 1.5Gbps이고, 역시 한 단계 아래 요금제는 2.5Gbps다. 결론적으로 한 단계 아래 요금제가 제시하는 속도에도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들은 이를 빠져나갈 면죄부를 마련해둔 것이다.

이처럼 통신사들이 각자 설정해놓은 비상식적인 서비스 수준 협약(SLA)부터 합리적으로 고쳐 나가야 이번 사태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그에 따른 조치에 믿음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방통위가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이용약관에 대한 제도개선도 함께 추진한다고 발표한 만큼,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합당한 조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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