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인 트렌드 추종이 ‘패션 IT’ 만들지 않도록 해야

[아이티데일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기업의 필수 과제로 자리잡으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IT 인프라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함으로서 신규 서비스 개발을 가속화하고, AI나 머신러닝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들은 대개 구독형(subscription) 과금 체계를 가지고 있어 초기 도입 비용이 적으므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도 어려움 없이 최신 IT 기술을 활용하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맹목적인 클라우드 우선주의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IT 트렌드가 클라우드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기업이 스스로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패션 IT’가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클라우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흔히 “클라우드로 비용을 절감하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기업이 신규 시스템 하나를 구축하기 위해 전산실을 마련해 서버를 구입하고 관련 SW를 구매하는 것보다는, 손쉽게 클라우드 플랫폼에 접속해 원하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다. 하지만 이는 초기 도입 비용에 국한된 문제다. 클라우드 서비스들의 구독형 과금 체계는 온프레미스 제품의 유지보수에 비해 높은 비용을 청구한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DBMS와 같은 시스템 SW들을 클라우드로 전환했을 때 극명하게 나타난다.

한 국내 유통기업의 DB담당자는 “비용을 따져봤을 때 IT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은 메리트가 없다”며, “DB 확장을 위해 서버 하나 구매하는 데에 2천만 원 정도, 여기에 ‘마이SQL(MySQL)’ 같은 오픈소스DBMS의 엔터프라이즈 라이선스를 구매하면 연간 500만 원 안쪽으로 이용할 수 있다. 관리자 인건비를 포함한 유지비용을 포함해도 클라우드 DBMS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운영상의 고민 없이 죄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올리면 DB담당자 입장에서는 편하기는 하겠지만, 이건 사실상 DB담당자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적극적인 클라우드 우선 정책을 펼치면서 비효율적인 클라우드 인프라 사용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최근 국내 S대학에서는 정부 지원을 통해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연구를 수행했는데, 연구 진행 중 머신러닝을 위해 클라우드 인프라를 사용하라는 권고가 제시됐다. 이에 연구를 맡은 교수팀은 연간 2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하며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했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한 교수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차라리 서버를 구입했더라면 이후 다른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 클라우드를 활용하면서 모두 비용으로 소진돼버려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IT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이용하는 것에는 분명히 장점이 있다. 오토스케일링을 통해 비즈니스 확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운영상의 안정성도 확보 가능하다. 구축도 빠르고 초기 도입 비용도 저렴해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다. 직접 전산실을 마련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도입이 트렌드에 휘말린 ‘패션 IT’가 되면 심각한 비용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 내에서 필요한 IT 인프라를 철처히 분석하고, 비용과 용도를 분석해 온프레미스와 퍼블릭·프라이빗 클라우드 운영 비용을 검토해야 한다. 스타트업 역시 초기에는 대다수 IT 서비스를 클라우드로 이용하더라도 어느 정도 서비스 규모가 커지면 클라우드에 대한 출구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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