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주일 평균 32건 받아…기업·정부 대응방안 고심

[아이티데일리] 2002년 스팸메일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다음 등 인터넷 기업은 스팸 메일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정부도 스팸 메일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었다.

2002년 스팸 메일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당시 이메일 사용자들은 아침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면서 편지함을 열면 밤새 쌓인 스팸메일로 도배된 편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일이 지우는 데도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일부 웹 메일의 경우 받는 메일함 용량이 다 차버려 정작 받아야 할 메일을 받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당시 본지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발송되는 메일에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노골적인 성 묘사가 된 성인사이트 광고가 전달되는 등 부작용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메일 서비스 제공업체와 정부 당국에 대해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졌다.

당시 본지는 스팸메일을 △광고임을 명시하지 않거나 수신을 거부한 이후에도 또 발송하는 경우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나 음란 소프트웨어들을 판매하는 경우 △성인용품 및 성인 사이트를 광고하는 경우 △행운의 편지나 이메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등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경우 등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1주일 평균 30여개 스팸메일 수신

초기에는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나 음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유형이 스팸 메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2년경에는 낯 뜨거울 정도의 노골적인 성인사이트 광고와 자사의 제품 등을 홍보하는 제품 홍보 광고가 크게 늘고 있었다. 당시 국내 스팸메일 현황을 조사한 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2001년 11월을 기준으로 1주일당 평균 수신하는 스팸 메일은 32.65개에 달했다. 이는 불과 1년 전 16.87개의 스팸 메일을 받았던 데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숫자였다. 2002년 2월 기준으로는 그보다 더욱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스팸메일 유형도 불법복제 CD를 판매하는 회사에서부터 성인사이트 광고, 건강식품 판매까지 범위가 크게 늘고 있었다.

이처럼 스팸 메일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이메일 추출기’라는 솔루션과 이메일 주소가 대량으로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메일 추출기는 특정 사이트의 게시판에 접속해 표시된 이메일 주소만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솔루션으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야 하는 각종 문의 게시판을 위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렇게 수집된 이메일은 400~500만 개씩 거래가 되기도 해 충격을 안겼다. 심지어 이메일 주소를 판다는 스팸 메일까지 기승을 부렸다. 결국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대량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스팸 메일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으며 개인정보 유출 측면에서도 간과하기 힘든 큰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와 기업, 퇴치 방안 마련 나서

스팸 메일 퇴치에 가장 앞장서 발 벗고 나선 곳은 한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스팸메일 방지 정책을 강화해 스팸신고 기능을 제공했으며, 스팸 메일 걸러내기 기능도 추가했다. 사용자의 설정에 따라 일일이 지우지 않고도 한 번에 스팸 메일을 지울 수 있는 기능이었다. 이외에 스팸 메일 전광판을 마련해 스팸 메일에 관련한 사항을 공지하고 근래에 차단된 IP를 공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이외에도 이메일 업체인 쓰리알소프트에서도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스팸 메일에 대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는 음란성 메일을 발송하는 사이트를 대상으로 시정 요구를 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관련 법에 의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내용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강력히 처벌할 것을 천명했으며, 2002년 1월 15일에는 해당 법을 위반한 엔터채널과 인터자인산업디자인학원에 각각 400만 원씩의 과태료도 부과했다. 이어 1월 17일에는 ‘스팸메일 종합대책’을 발표, 그동안 이메일에만 표시하게 돼 있던 [광고], [수신거부] 등의 표시를 휴대폰과 팩스까지 확대 적용했으며 스팸 메일에 발신자 연락처를 허위로 기재할 경우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편으로 일부에서는 음란성, 사행성 메일 등 유해성 메일에 대해 영리성 여부, 그리고 수신자의 명시적 거부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발송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자는 방안까지 나왔다. 이와는 별도로 이메일 수집방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배포하는 등 기술적인 근절 방안도 연구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시민단체는 약간의 이견을 표현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002년 1월 17일 ‘정부/기업의 스팸메일 대책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음란성/사행성의 기준만으로 스팸 메일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스팸 메일 자체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2002년 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날로 증가하는 스팸메일에 대한 대책으로 ‘스팸메일걸러내기’ 기능(왼쪽)과 ‘스팸메일전광판’을 운영했다.
2002년 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날로 증가하는 스팸메일에 대한 대책으로 ‘스팸메일걸러내기’ 기능(왼쪽)과 ‘스팸메일전광판’을 운영했다.

‘검열’의 또 다른 명분이란 우려도

당시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성명서에서는 “정부에서 내놓은 스팸메일 정책에는 찬성하지만 현재의 스팸메일 대책이 본래의 문제를 회피한 채, 일부 음란성/사행성 메일에만 책임을 전가하려는 점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이런 논의는 검열의 시비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특히 “2001년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음란성과 청소년 유해성이라는 이유로 아이노스쿨, 엑스죤 등 여러 사이트를 부당하게 폐쇄한 것과 관련해 단지 음란성과 사행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만 잣대를 대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리성 유무와 무관하게 금지할 것이라고 함으로써 동성애 운동 단체나 커뮤니티의 홍보 메일마저 이 조항의 적용을 받을 위험성을 지적했으며, 감시와 수사가 중심이 된 현재의 논의가 오히려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것을 우려했다. 또한 음란물의 문제나 청소년 보호의 문제가 아닌 스팸메일 그 자체로 유해한 것이기 때문에 감시와 수사를 통한 규제가 아닌 스팸 메일 자체에 대한 규제 확대가 필요하며, 올바른 대책은 스팸 메일 일반에 대해 수신자의 수신 거부 의사가 실효성 있게 반영되도록 하는 방향과, 사전 동의에 의해서만 영리성 광고 메일을 발송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입장이었다. 이러한 입장은 그 전까지 스팸 메일의 음란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던 정부의 편향된 대책에 대한 지적과 함께,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로 이해됐다.


이메일 마케팅에는 치명적 타격

스팸 메일은 이외에도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이메일 마케팅 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한때 이메일 마케팅은 저렴한 비용과 사용자에 따른 맞춤 정보 제공 등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한 산업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조건 많은 사람들에게 보낼 목적으로 발송되는 스팸 메일 때문에 이메일 마케팅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였다. 또한 사이트에서 자사의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소식지의 개봉률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업계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스팸 메일을 확실히 막을 몇 가지 해결책이 제시되기도 했다. 일반적인 대안으로는 먼저 회원가입용 이메일을 따로 운영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업무용이나 개인용으로 따로 사용하는 이메일은 가급적 공개적인 게시판에 올리지 말고, 회원가입용으로 별도의 이메일을 사용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는 수신거부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라는 조언이었다. [광고] 등 특정 단어에 대한 차단 기능을 설정해 놓으면 어느 정도의 차단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세 번째는 그때그때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조언이었다. 우선 모든 스팸 메일에 대해 수신 거부를 요청하고, 이후 또 다시 보내올 경우 웹메일의 스팸 담당자에게 포워딩을 하고, 다른 메일 등은 파일을 첨부해 당시 www.cyberprivacy.or.kr 주소의 인터넷 사이트로 신고하거나 전화 02-1336(현재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불법스팸대응센터) 번으로 신고할 수 있었다. 특히 일부 악덕 업자들의 경우 수신 거부를 실행하면 자사의 홈페이지에 등록되도록 하거나, 활성화된 메일로 보고 더 많은 스팸 메일을 보내는 경우가 보고돼 반드시 수신 거부 메일을 보관해 함께 신고할 것이 당부됐다.


스팸 메일, 랜섬웨어 대표 배포처로 진화

2002년 정보화 사회가 시작되면서 스팸 메일은 대표적인 역기능으로 부각되고 있었다. 당시 본지는 “스팸 메일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해 나가느냐가 인터넷 발전에 있어 전환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2022년, 스팸 메일은 단순히 수신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퍼뜨리는 수준을 넘어섰다. 소중한 데이터를 삭제하고, 개인 정보를 탈취하며, 이를 볼모로 금전을 요구하는 ‘랜섬웨어’를 퍼트리는 주요 통로가 됐다. 20년 전 기대했던 스팸 메일 문제 해결은 아직까지도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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