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소코리아 조의성 부사장

[아이티데일리]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앙리 마티스의 전시회 ‘앙리 마티스 : 라이프 앤 조이’ 전이 지난해 말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전시회는 약 200여 점에 달하는 앙리 마티스의 원화 드로잉과 그가 생전에 제작한 오리지널 원작 판화, 아트북 등을 비롯해 국내외 최고 예술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으로 앙리 마티스를 새롭게 조명하며, 예술적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전시회에서는 마티스가 평생 시도한 6가지 판화 기법에 따라 만든 작품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기법에 따라 단순함, 디테일 등 그 매력이 모두 다르지만 이 중 물과 기름의 반발력을 이용한 기법인 석판화 작품이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리소코리아 조의성 부사장
리소코리아 조의성 부사장

‘앙리 마티스 : 라이프 앤 조이’ 전을 통해 판화 예술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판화는 판에 형상을 새겨 찍은 그림이다. 하나의 원판으로 여러 작품을 찍을 수 있어 어떤 이들은 그 가치를 폄하하기도 하지만, 판화만이 가지는 예술성과 매력은 충분하며, 고도의 기술과 노력이 들어가는 매력적인 예술의 한 분야이다.

그렇다면 ‘리소그라프’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아날로그의 따뜻한 감성을 사랑하고 판화 예술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리소그라프’에 대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복고를 새롭게 해석한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리소그라프(RISOGRAPH)’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리소그라프’는 필자 회사의 공판인쇄기 이름이자, 이 인쇄기를 이용한 판화 기법을 나타내는 용어로도 자리잡았다.

‘리소그라프’는 리소의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실크스크린 방식의 디지털 공판인쇄기를 이용한 인쇄 기법으로, 미세한 구멍으로 잉크가 통과되면서 종이에 이미지가 전송되는 스텐실인쇄원리를 디지털 기술로 자동화한 방식이다. ‘리소그라프’는 친환경적인 쌀겨 오일 잉크와 대두유로 만든 소이 잉크(soy ink)를 사용해 일반적인 석유 소재의 잉크보다 밝고 선명한 색을 표현할 수 있고, 여러 색을 겹쳐 인쇄하여 독특한 색감과 질감을 살릴 수 있어 젊은 아티스트들이 독특한 아날로그 감성의 작품을 만드는데 널리 활용하고 있다.

‘리소그라프’ 인쇄 기법은 일본 디자인 업계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방식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를 이용한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에는 소규모 디자인 그룹이나 개인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해 여러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와 대학의 여러 디자인 관련 학과에서 ‘리소그라프’를 이용한 책, 초대장, 전단, 포스터, 일러스트레이션 프린트와 사진 등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리소그라프’를 통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연옥 작가와 수강생들이 리소그라프 작품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독특한 색감과 질감에 매력을 느낀 디자인 업계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불과 몇 년새 디자인 업계에서 리소의 공판인쇄기 도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공판인쇄기는 판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다량 인쇄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학교, 관공서 등에 도입되어 가정통신문, 시험지, 문서 등을 인쇄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판인쇄기가 ‘리소그라프’ 열풍과 함께 예술 작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 분야에서의 ‘끈질긴’ 경쟁력과 전문성은 ‘준비된 자세’로 새로운 수요를 만나기도 한다. 리소는 1946년 설립 이래 공판인쇄 분야에 집중해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공판인쇄기가 ‘리소그라프’라는 예술 분야에 사용되면서 오히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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