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 ICT 단지. 사진=픽사베이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 ICT 단지. 사진=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인도 벵갈루루 시(옛 방갈로르)는 수많은 ICT 관련 기업이 밀집해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우는 곳이다. 그런데 근래,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급수차를 쫓아다니며 물을 공급받고, 샤워를 줄이며, 심지어는 하루를 지탱할 물을 저장하기 위해 일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물 위기가 뱅갈루루를 덮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르포로 전했다.

서늘한 날씨와 울창한 정원으로 뱅갈루루는 한때 연금 생활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렸다. 지금은 인포시스, 와이프로 등 유명 ICT 기업들과 수백 개의 스타트업들이 호화로운 사무실 환경에서 일하는 인도의 ICT 중심지로 더 유명하다. 그러나 수년간의 급속하고 무계획적인 확장으로 인해 뱅갈루루는 타격을 입었고, 이제 물 위기에 직면해 있다.

벵갈루루의 1500만 주민들은 매일 최소 20억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이 중 70% 이상이 코베리 강에서 충당된다. 이 강은 카르나타카 주(주도 벵갈루루)에서 발원하며, 이웃 타밀나두 주와 100년 이상 물 공유 분쟁의 중심에 있었다. 나머지 6억 리터는 시추공을 통해 지하수를 끌어올려 급수차를 통해 공급된다. 이는 도시 주변 지역 사람들의 생명줄이다.

그러나 지난해 빈약한 장마로 지하수가 고갈됐다. 이는 새로운 시추공을 뚫고, 지하수를 찾기 위해 더 깊이 파는 환경을 낳았다. 이로 인해 매일 2억 리터의 물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시정부는 급수차 물값을 규제하고, 정원 급수와 세차에 식수를 사용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들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가정을 서로 감시하게 만드는 사태를 낳는다며 환경운동가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도시 전역에서 물이 부족하지만 벵갈루루 외곽, 특히 2007년에 도시로 통합된 110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세차를 일주일에 두 번 이하로 제한하고 목욕도 물을 반 통만 사용하며 변기에 물을 반만 채우도록 조치하기도 했다고. 한 건물의 관리자는 자신들이 사용하던 세 개의 지하수가 모두 말라버렸다고 말했다. 급수차 비용도 크게 올랐다. 급수차당 700루피(8.45달러)였던 가격이 지금은 1000루피까지 올랐다.

ICT 허브인 마하데바푸라(Mahadevapura)에 인접한 도시 주변의 일부 마을은 정부가 몇 년 전 급수원을 전환함에 따라 매일 코베리 강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물 공급은 새로운 주민의 유입과 그들을 수용할 건물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는 급수차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허브 화이트필드(Whitefield)의 세계적인 기술 회사에서 근무하는 루치 판촐리는 전례 없는 빌딩 건설로 인해 더 많은 지하수 시추공이 설치됐고, 지하수의 과잉 시추가 심각해졌다고 말한다.

물 부족 완화를 위해 코베리 강에서 도시에 물을 공급하는 5단계 프로젝트는 오는 5월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외곽 지역 주민들이 직면한 물 부족 문제는 다소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물 부족을 해소해 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정부는 벵갈루루의 인구 증가가 코베리 수자원 프로젝트에서 이루어진 예측을 모두 넘어섰다고 밝혔다.

뱅갈루루 상하수도위원회(BWSSB)도 "전반적으로 코베리 급수 시스템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초 이 프로젝트는 2035~40년까지 도시의 물 수요를 충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도시가 성장하는 속도를 고려하면 이는 불가능할 것이며 2029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위기는 또한 몇 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집권 의회당과 야당인 인도인민당(BJP) 간의 정치적 싸움으로 번졌다. BJP는 정부를 비난하는 시위를 수차례 벌였고, 의회는 BJP가 집권한 연방정부를 비난했다. 의회는 BJP의 연방정부가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 카르나타카 지역에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물 부족으로 인해 공장의 생산 속도가 느려지고 일부 기술직원이 일터에서 이탈했다. 투자처로서의 뱅갈루루의 매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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