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시장 주도 위한 전략, 시장판도 크게 변화할 듯

오라클이 최근 유통·소비재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 리텍을 인수해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리텍 인수를 놓고 오라클과 SAP가 치열한 승부경쟁을 벌인 끝에 오라클이 최종 승리를 거두돼 향후 유통 시장을 둘러싼 시장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오라클은 6억7,000만 달러에 리텍을 인수했다. 오라클이 SAP와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이면서까지 리텍을 인수하게 된 배경은 패션업체인 갭, 조르지오알마니와 쇼핑몰인 베스트바이 등을 확보하는 등 유통·소비재 시장에서 탄탄한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리텍은 지난해 1억7,420억 달러의 매출실적과 4.2%의 순익률을 기록했다. 매출규모나 순이익률만으로 본다면 대형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알짜 고객을 많이 확보해 놓고 있어 큰 솔루션 업체들의 눈독을 들여왔던 것.
특히 오라클은 리텍 인수를 통해 전 세계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여 진다. 또한 유통은 계속 거래량이 늘어 규모가 커지고 있으나 IT가 이러한 변화를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복잡한 공급망관리(SCM) 역시 유통의 고민 중 하나이다. 이를 해결할 ‘IT솔루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다.
더욱이 RFID와 같은 신기술의 등장으로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고 있어 SAP나 오라클 가운데 어느 누구라도 리텍을 인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유통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오라클은 피플소프트를 인수한 지 한분기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리텍을 인수해 자금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은 지난해 12월 피플소프트를 103억 달러에 사들여 1년간 새로운 M&A를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SAP가 리텍 인수에 적극적이자 발 빠르게 리텍을 인수한 것이다.
오라클의 이 같은 경쟁사 및 솔루션 업체 인수는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또 하나의 세력 확보 전략으로 분석된다. 리텍 인수를 통해 유통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형편이 그렇게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을 인수한다는 것은 다소 위험부담도 크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라클이 시장을 어떻게 유지 및 확보해 나갈지 주목된다.
한편 리텍 설립시기인 1986년부터 오라클과 리텍은 제휴관계를 맺었고 리텍의 제품들은 오라클의 개발 툴을 사용한 오라클 테크놀로지 플랫폼에서 개발됐다. 현재 80%의 리텍 고객들이 오라클DB 위에서 리텍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오라클 기반 고객이 많다.
리텍은 지난 2003년 하반기에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CJ홈쇼핑, 삼성테스코, LG유통과 계약을 맺어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리텍코리아가 국내 유통 ERP 시장의 후발주자지만 비교적 큰 사이트를 유치한 반면 한국오라클은 방문판매업체 앨트엘텍 정도를 확보한 상태다. SAP코리아가 LG홈쇼핑, 롯데마트, 이천일아울렛 등에 솔루션을 공급해 ERP 선두업체로서 자존심을 지킨 정도다.
오라클 본사가 리텍을 인수함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도 한국오라클은 기존 리텍의 고객사를 확보하게 됐다. 리텍코리아의 고객인 삼성테스코, LG유통, CJ홈쇼핑은 국내 유통에서도 의미있는 기업들로 각 시장의 1위는 아니지만 성장가능성, IT에 대한 투자 등을 봤을 때 레퍼런스로서 확산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들 3개의 고객이 LG와 CJ그룹에 속해 있어 그룹 내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유통업체 중에서는 LG홈쇼핑,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이천일아울렛이 SAP ERP를, 앨트엘텍이 오라클 ERP를 도입한 정도다. 국내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을 고려한다면 유통 ERP 시장은 여전히 가능성이 큰 분야다.
박해정 기자 hjpark@it-solutions.co.kr

<표> 유통·소비재 ERP 고객들
제품 유통 소비재
SAP코리아 SAP R/3 LG홈쇼핑, 롯데마트, 이천일아울렛 CJ, 태평양, LG생활건강, 코리아나화장품
한국오라클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 앨트엘텍 빙그레, 에이블앤씨, 남양알로에
리텍 리텍 삼성테스코, LG유통, CJ홈쇼핑
출처 : IT Solutions

<박스>
리텍은 어떤 회사인가

1986년에 설립된 리텍은 영국에 본사를 둔 유통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이다. 전 세계 20개? 국에 200개 사이트의 고객을 확보했고, 직원은 약 550명이다. 제품으로는 ▲리텍 머천다이즈 오퍼레이션 매니지먼트 ▲리텍 스토어&멀티-채널 리테일링 ▲리텍 서플라이 체인 플래닝&옵티마이제이션 ▲리텍 서플라이체인익스큐션 ▲리텍 머천다이즈 옵티마이제이션&플래닝 ▲리텍 디맨드 플래닝 등이 있다. 고객사로는 월마트닷컴, 테스코, 랑콤, 베스트바이, 갭 등이 있다.
한편 리텍 인수전에서 오라클과 막판까지 박빙의 승부를 겨뤘던 SAP는 막판 대응이 늦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SAP는 주당 11달러를 제시한 후 오라클의 주당 11.25달러 발표 이후 오라클만큼의 민첩성을 발휘하지 못해 결국 다 잡은 물고기를 경쟁사에 빼앗기게 됐다.
SAP와 오라클의 리텍 인수전은 마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만큼이나 치열해 보였다. 그동안 리텍의 주당 인수가격은 SAP가 2월28일에 8.5달러, 오라클이 3월8일에 9달러, SAP가 3월17일 11달러, 오라클이 3월18일 11.25달러로 계속 상승했다. 리텍의 주주들은 SAP가 제안한 11달러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여기에 긴장한 오라클 CEO인 래리 엘리슨 회장이 SAP의 발표가 난 지 24시간도 안 된 시간에 주당 11.25달러를 제시했다. 리텍 인수전은 두 업체와 경쟁을 벌여 ‘빠른 대응’이 승리의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박해정 기자 hjpark@it-solutio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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