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들은 CRM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L'사의 경우를 손꼽는다.
L사는 글로벌 업체의 CRM솔루션을 도입했을 당시 떠들썩하게 출발했으나 시스템을 언제 개통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L사는 무분별한 고객 유치, 그로 인한 위험요소 증가 등으로 한때 경영난을 겪기도 했고, 결국 큰 돈을 들여 구축한 CRM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 L사 CRM 담당의 한 관계자는 실패 원인과 관련 "CRM에 투자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교육비의 비율을 7:2.8:0.2로 설정했다"면서 "가장 비율을 높여야 할 교육비를 가장 낮게 잡아 상대적으로 CRM에 대한 마인드 전환을 소홀히 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즉 CRM을 처음부터 크게 시작하지 말고 작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CRM은 기업이 문을 닫는 그날까지 필요한 시스템이자 기업 전략이다. 콜센터, 데이터웨어하우스(DW), 캠페인관리, 분석 툴 등을 모두 한꺼번에 구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DW나 데이터마트를 구축할 때도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는 전체의 10%로 타깃을 정해 이 고객들의 추이를 지켜보고 행동을 예측할 만큼의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사가 지금이라도 CRM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지금까지 투자했던 것을 회수하려고 하지 말고 기본으로 돌아가 전략부터 다시 설정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투자가 아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을 생각하다가는 결국 초기 투자비가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L사가 불량고객을 털어내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산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에 구축했던 것을 잘 활용하겠다는 안이한 생각보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L사가 CRM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회원 수를 늘여 경쟁사를 이기겠다는 것은 CRM 전략이 될 수 없다. 회원 수가 많더라도 그것들이 허수라면 회사 수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CRM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CEO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전사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CEO가 나서지 않고서는 CRM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 말을 CRM 프로젝트 담당자가 'CEO의 지원이 없어서 CRM이 실패했다'고 한다면 이는 변명에 불과할 것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을 좀 더 자세히 알고 고객의 성향을 분석하기 위해 CRM이 필요하다는 데 어떤 CEO가 마다하겠는가. CEO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정보가 바로 '고객'이기 때문에 CRM에 대해 적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CEO의 지원 부족'이라는 것은 결국 CRM 실무자나 현업 담당자가 CEO 설득에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말일 뿐이다.
<박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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