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관련 민간단체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이하 SW협회)가 3년째 ‘비효율 운영’이라는 반복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이동풍’의 자세여서 심한 비난을 사고 있다.
SW협회는 지난 3월30일 총회를 개최했는데, 회원사들로부터 ▲회비에 비해 회원사 혜택 부재 ▲교육사업 부실 ▲방만한 운영 등의 심한 질타를 받았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 지적 사항이다.
이 같은 지적으로 인해 SW협회 소속 회원사,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마저 보이지 않아 급기야는 지난해 11월 SW협회 정병철(LG CNS 사장) 회장이 사퇴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 같은 지적과 갈등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우선 SW협회는 대형 SI업체와 매출 규모 1억원 안팎의 작은 규모의 소프트웨어 업체가 회원사로 구성돼 있는데, 회원사들의 요구 사항을 모두 다 만족시키기가 어렵다는 게 협회 측의 입장이다. 예를 들어 SW협회가 제공하는 교육사업의 경우 대형 SI업체들이 각자 추진하는 교육프로그램과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SI 회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다른 교육보다 교육비가 비싸고, 정작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C나 자바에 대한 교육은 개설하지도 못하고 있다.
SW협회의 연회비는 회장사가 5,000만 원, 부회장사가 1,000만 원, 이사사가 300만 원, 일반 회원사는 120만 원이다. SW협의는 회장사 1개, 부회장사 1개, 51개 이사사가 있다. 이것은 의결을 위한 이사들이 51명이라는 것이며 이 가운데 1년간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하는 이사도 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사를 51명이나 만들어야 하는 것은 SW협회가 회비를 확보하겠다는 것 이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대기업 SI업체와 소형 소프트웨어업체의 이해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SW협회가 이제 와서 SI업체와 소프트웨어 업체를 분리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SW협회는 회원사 전체가 공감하고 필요한 사업을 찾아 이를 수행하는 것이 SW협회의 임무라는 것이다.
지난 SW협회 정기총회에서 감사로 선임된 세기정보통신 이재철 사장은 “협회가 개발 툴, DB, OS 등을 개발하는데 투자해 이것들을 회원사들이 쓸 수 있도록 하면 대형 SI업체나 소형 소프트웨어 업체들 모두에게 반가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산 소프트웨어 가격이 저렴할 수 없는 이유에는 개발 툴, DB, OS 등이 모두 외산 제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이들 제품의 개발은 어느 한 업체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에 협회가 주도해 3년이 됐건 5년이 됐건 꾸준히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편 고질적인 비효율적인 운영비 문제이다. 한 회원사 사장은 단적인 예를 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즉 그는 “올해 말까지 서울 구로 디지털산업단지에 2,500여개 소프트웨어 업체가 입주하게 된다”며 “굳이 임대료가 비싼 지역인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운영할 이유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SW협회는 역삼동에 거주하는데 이곳의 임대료를 포함한 연간 관리비는 5,300만 원 정도지만 구로 디지털단지로 이주하면 평당 350만 원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SW협회가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협회가 구로디지털 단지로 이전할 경우 회원사들이 밀접해 있어 상호 의견 교환은 물론 회원사들과의 밀착운영도 가능하고, 새로운 회원들도 모집할 수 있는 등 1거 3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때 회원사가 1,100여 개에 달해 국내 최고의 민간 IT협회였으나 회비 미납으로 인한 자격박탈, 자연탈퇴로 현재 회원사는 803개이고 회비 회수율은 70% 정도다.
SW협회의 2003년 총 회비는 11억 원, 지난해는 8억9,000만 원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장기 회비 미납 회원들이 정리됐다. 또한 지난해 운영비 41억 원 가운데 회비를 제외한 약 30억 원을 정부 지원으로 충당했다.
협회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방만한 사업으로 운영비를 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회비와 정부 지원금이 주 수입원이 되는데 정부 지원금은 일회성에 그치기 때문에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세워 경비를 절감하면서 수입원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공사협회의 경우 현재 연회비 20만 원과 프로젝트 수주액의 0.5/1000 만큼의 수수료를 회원사로부터 받고 있다. 가령 1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라면 수수료는 5만 원이 되는 것이다. 세기정보통신의 이 사장은 “프로젝트 수수료를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회원사들이 선뜻 낼 수 있게 하려면 협회가 그만큼 이익이 될 만한 것을 제공해야 한다”며 “협회가 개발 툴, DB, OS 등을 개발하는데 투자해 이것을 회원사들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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