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오라클 등 세계 최대의 IT 기업들이 작은 규모의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들을 인수합병에 적극 나섰다. 최근 IBM은 데이터 통한 전문 솔루션 업체인 어센셜을, 오라클은 피플소프트웨어와 리텍을 각각 인수해 관련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 회사들이 작은 규모의 솔루션 업체들을 사냥하고 나선 것은 여러 가지 목적을 갖고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즉 경쟁사들의 공략에 대한 방어 또한 기존 시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영역 확대 등으로 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주들에 대한 보상, 즉 지속적인 성장을 통한 배당금 지급이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가장 많은 인수 합병을 했던 CA의 찰스 왕 전 회장이 "M&A를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멈추면 다른 회사나 나를 인수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M&A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단적으로 잘 보여 주고 있다. M&A를 기호지세(騎虎之勢), 즉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타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M&A를 할 때 현금투자를 하지만 두 회사의 매출을 합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주주들을 계속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연이은 성장세를 이어가야 하고 M&A는 다시 성장 주역의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다.
20년 넘게 M&A에 보수적이었던 오라클이 2000년 이후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또한 성장세를 이어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1년 6개월을 끌었던 피플소프트의 인수 합병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또다시 리텍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최대의 경쟁사인 SAP를 따돌려야겠다는 강한 의지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성장을 해야만 한다는 래리 엘리슨 회장의 절박함을 잘 드러내 주는 사건이도 하다.
이제 오라클도 M&A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은 한 오라클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굳히기를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이미 오라클은 2003년 4월 사이베이스, BEA시스템즈, 피플소프트, JD에드워즈, 다큐멘텀, 비즈니스오브젝트 등 9개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대한 내부 평가 자료를 작성할 만큼 M&A를 신중히 고려했다. 이 가운데 JD에드워즈는 피플소프트에 인수됐고 오라클은 피플소프트를 인수함으로써 처음부터 대상으로 삼았던 2개 업체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IBM과 CA가 숨 가쁜 M&A를 진행했는데 이제는 오라클도 이 대열에 끼어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서구 사회에서 M&A를 '달리는 기차'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박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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