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에 대한 국내 이공계 학생을 비롯해 IT 종사자들은 크게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MS 빌게이츠 회장이 세계 최고의 갑부라는 사실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부분이고, MS가 빠른 성장을 통해 이제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국내에서 제 2의 MS와 같은 기업이 출현하기를 기원하고 있고 그 가능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엄청난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엔지니어들은 MS는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해 보유한 기술은 없으면서 남의 기술을 이용해(때로는 가로채) 비즈니스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폄하한다. MS와 경쟁사간 소송이나 지적재산권 다툼이 벌어지면 내용을 알아보기도 전에 MS 경쟁사를 두둔하게 되고 MS를 비방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MS가 진행하는 다양한 봉사활동마저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며 뭔가 꿍꿍이 속셈이 반드시 있다고 믿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마치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의 인기구단임과 동시에 우수선수들을 싹쓸이해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 받는 뉴욕양키즈와 비슷한 모습이다.
그러나 뉴욕양키즈는 그들을 대변해주는 열성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MS도 그러한 열성팬들이 있지만 쉽사리 나서지 않는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강국을 표방하고 있는 국내 IT 산업에서 한국MS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정통부를 비롯한 IT 전문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IT 수출, 그것도 소프트웨어 수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시도와 함께 다양한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MS는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최고 기업이자 흐름을 좌우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MS와의 협력관계가 기업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해 높은 성장을 구가하는 기업들 역시 다수 존재한다.
서버 베이스 컴퓨팅(SBC) 솔루션으로 연간 7억 4천만 달러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시트릭스시스템즈의 경우 MS가 차세대 운영체계로 개발 중인 '롱혼'의 소스코드에 접근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체결해 경쟁력을 한층 높여가고 있다.
기업성과관리(CPM) 전문업체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아웃룩소프트(Outlooksoft)나 BI 전문업체인 프로클래러티(ProClarity) 등도 MS와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얘기가 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MS간 모바일 운영체계인 '윈도우 CE' 소스코드 공개 역시 두 회사의 경쟁력을 크게 높여줄 수 있는 높은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다. MS와의 건전한 파트너 관계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위한 강력한 도구로 위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갈수록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글로벌 표준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SOA, 웹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굳이 MS를 통해서만 구현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MS를 멀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MS의 위력은 막강하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소프트웨어의 발전이라는 대명제 아래 갖은 굴욕과 불평등을 감수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내 시장은 MS에게 매우 이상적인 안성맞춤의 요소를 다수 가지고 있다. MS는 얼마 전 모바일 이노베이션 랩을 국내에 개소했다.
MS 본사는 모바일 이노베이션 랩은 향후 3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MED(Mobile and Embedded Devices Division) 핵심 연구 인력과 국내 엔지니어 30여명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여기에는 연간 1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도 이뤄진다고 한다.
국내 모바일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환경을 구현하고 있고 다양한 비즈니스의 상용화가 가능한 국내 시장의 중요성을 MS 본사가 먼저 인정한 것이다. 이렇듯 한국시장과 MS는 서로 협력할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는 분야가 존재한다. 따라서 MS의 횡포를 묵인해야 하거나 우리 스스로를 약자라고 자괴감에 빠질 필요 역시 없다.
국내의 우수한 유무선 인프라와 MS의 시스템 및 기술이 접목될 분야는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부분이 게임과 모바일 분야라 할 수 있다. 리니지를 비롯해 라그나로크 등이 그렇고, 포켓PC 등도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애플리케이션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윈도우나 오피스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은 그 가능성이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다. MS 역시 소스코드 공개 등의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현 시점에서 특정부분의 시장 선점이 가능한 상황이다. SAP가 ERP로 전 세계를 석권했듯이 잘 만들어진 국산 애플리케이션이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IT 강국으로의 위상 확립에 적극 나서고 있는 현 시점에서 MS에 대한 반감과 거부감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해 볼 시기라고 본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여러 가지 부문에서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왜 국내 고객들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이중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지, 아니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이 지배하는지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때라고 본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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