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제공사업자인 파워콤이 초고속 인터넷 소매시장 진출을 공식화함에 따라 기존 유선 통신서비스 업체와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불공정 거래와 출혈 경쟁에 따른 시장 구도의 왜곡을 주장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중 최종 심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파워콤의 소매시장 진출 허가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하나로텔레콤, 두루넷, 온세통신, 드림라인 등 후발 유선업체들은 파워콤의 소매시장 진출은 본질적인 품질 경쟁이 아닌 후발 업체간의 출혈경쟁으로 시장왜곡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논리로 파워콤과 정통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9일 정보통신부에 전국도매사업자 파워콤의 ISP 지역소매사업 진출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제출한데 이어 17일에는 한국케이블TV방송국협의회(SO)를 이끌고 있는 유재홍 회장이 KOBA 2005' 행사의 기조연설 발제자로 나서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방송통신 융합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SO들이 힘을 모아 파워콤의 소매시장 진출을 강력하게 저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날 유재홍 회장은 “최근 논의되는 방송통신융합 정책은 통신의 방송진입은 완화시켜주는 반면, 방송의 통신진입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쪽으로 추진되고 있어, 기존 통신사업자의 수익성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일 뿐”이라고 정통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하나로텔레콤 등 후발 유선업체들과 케이블 사업자들은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에 대해 ▲변칙적인 시장진입에 따른 불공정 행위 ▲통신시장 발전 및 이용 후생 증대 저해 ▲망 고도화 지연에 따른 설비기반 경쟁 붕괴 ▲유선통신 시장 구조조정 지연 등의 문제점을 적극 부각하면서 정부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같은 비판은 파워콤의 지분 45.5%를 확보하고 있는 데이콤이 지난 13일 실시한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파워콤의 소매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파워콤측은 소매시장 진출에 따른 법적 하자는 없기 때문에 시장 진출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파워콤은 자사의 소매시장 진출이 품질경쟁을 유발시켜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파워콤은 한국전력의 통신사업 부문만을 떼 내어 분사된 업체로 데이콤이 약 45.5%, 한전이 43.1%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KT를 제외한 대다수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에게 망을 제공해 수익을 올리는 일종의 도매 사업자이다.
특히 파워콤이 보유한 HFC(광동축혼합망) 가입자 중 하나로텔레콤의 임차 비중은 약 53%, 온세통신은 95%, 기타 SO 및 RO는 46%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파워콤의 소매시장 진출은 곧 이들 임차 사업자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후발 유선 사업자들은 “중복투자 방지차원에서 자가망 구축 보다는 파워콤망을 선택한 것은 파워콤이 소매시장에서의 경쟁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파워콤의 소매시장 진출은 변칙적이고 불공정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는 것이다.
이는 파워콤이 망 임차를 통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경쟁사 가입자 정보(성명, 주소, 가입상태 등)를 가입자 유치에 활용하고 망품질 차별화, 제공거부 및 지연 등 우월적인 지위 남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후발 업체들은 또 파워콤의 소매시장 진출은 1위 업체인 KT가 배제된 경쟁 형태가 진행돼 과당경쟁으로 후발 사업자가 동반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꼽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선발 사업자인 KT로의 가입자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KT가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에 따른 가입자 해지율을 현재 수준인 2% 이내로 유지하는 것을 자신하는 등 다소 느긋한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한 후발업체의 관계자는 “시장 포화상태에서의 후발업체간 출혈경쟁은 산업전체 발전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한 통신망을 이용해 변칙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후발 초고속 사업자들은 케이블협회에 이어, 조만간 정보통신부에 파워콤이 현재와 같은 망제공 사업자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제출키로 했다. 케이블협회 또한 조만간 “파워콤의 소매 시장 진출은 데이콤의 사업을 넘겨받은 후 진행돼야 한다”는 식의 성명서를 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안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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