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중심으로 IT 부서 직무제 도입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4월 동양종합금융증권이 직무제 시범적용을 끝내고 전격적인 도입을 결정했다. 그 뒤를 이어 굿모닝신한증권, 우리금융지주의 IT 자회사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등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직무제는 기존 직급제와는 달리 직원들을 직무에 따라 나눠 직원의 직무에 따라 경력을 관리·개발토록 하는 제도다. 직급제의 경우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으로 연차에 따라 구분하는 것과는 달리 차별화된 경력 관리가 가능하다.
따라서 기존 직급제에서 벗어나 IT 인력이 자신의 경력 관리를 하면서 전문화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데이터베이스 아키텍터,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터 등으로 직무를 나누고 있다.
직무제를 검토하고 있는 한 금융권 관계자는 “IT 부문은 기술에 특화된 직종으로 직급에 따라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무에 따른 관리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 이를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 동안 IT 부서의 예산은 기술 발전이나 시스템 확산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증가 세를 보였으나 이에 대한 성과 관리는 명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직무제 도입은 지속적인 확산이 예상된다.

직급제에서 탈피…전문화된 기술 개발
직무제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로는 성과급제다. 직무에 따른 성과의 정의, 이를 통한 보상제도의 도입이 직무제 성공의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권기관 중 IT부서에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있는 곳은 영업조직 등 전사적으로 성과급제가 보편화된 증권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직무에 따른 성과 관리, 명확한 업무를 통해 현업에서 요구하는 시스템 개발, 운영·관리의 효율성을 도모하겠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직무제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직무제를 도입한 동양종금증권은 이를 도입하기 위해 2년간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도입 기간을 줄이기 위해 투이컨설팅을 통해 컨설팅을 받았다. 국내에서 보편화된 제도가 아닌 만큼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 환경에 맞도록 커스터마이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해외에서 적용하고 있는 100여 가지 이상의 복잡한 직무제는 국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이를 23개로 간단화 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 모델러 등이 새로운 직무로 정의됐다. 각 직무는 3~4단계로 나눴다. 신입 직원이 입사하면 같은 직무를 수행하게 되지만 2~3년이 지나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무를 선택하도록 했다.
각 직무별로 등급에 따라 다른 업무를 수행하게 되며 가장 상위 레벨에는 EA(엔터프라이즈 아키텍터)가 위치하게 된다. 직원들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직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직무제 정착 과정에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지난해 말 직무제 도입을 위한 TFT를 구성했다. 굿모닝신한의 3개 IT 부서의 대리급 이상 핵심 인력으로 2∼3명을 포함시켜 총 10명의 인력으로 구성해 TFT를 운영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은 올해 말까지 직무제도의 효용성을 검토하고 직무를 정의, 내년부터 시범 적용을 할 예정이다. 총 소요기간은 2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 대우증권은 기술부서만 따로 분리해 특화된 조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 부분적인 직무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대우증권은 IT센터 인력 중 DBMS, 미들웨어 등 기술에 특화된 조직을 분리, 전문성을 키우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보상제도의 변화 필요
직무제도의 핵심요소는 보상제도와 이를 위한 성과 측정에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새로운 보상 체계의 개편이 중요하다. 동양종금증권은 기존 시행하던 보상제도를 직무제 도입과 동시에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기회, 고객관점, 미래지향, 운영 등 4가지 관점에서 직원의 업무를 평가, 이를 성과급으로 반영키로 했다.
IT부서에 성과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전사적으로 성과급제가 확산된 증권업계에서 사례가 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을 비롯해 대우, 구 LG증권 등이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몇몇 증권사가 이를 검토하고 있어 성과급제 적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부분적인 직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우증권은 현재 8:2로 기존 보상제도와 성과급제를 혼용해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이를 5:5로 확대할 예정이다.
직무 개발, 성과급제를 통한 IT 조직 변화가 가속화되는 추세지만 직무제 도입의 걸림돌도 존재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다. 동일 직무의 직원들이 확산돼야 직무제가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으나 아직 직무제가 시행되고 있는 곳은 일부 금융기관에 한정되고 있다.
한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직무제가 정착되기까지는 2년 정도의 기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며 “우선은 금융권 등 선도적인 몇몇 기관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되는 형태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상세 내용은 본지 6월호 16쪽 참조).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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