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구 (주)테르텐 대표이사



초기 한류 스타의 주역이면서 K팝스타를 통해 다시금 이름을 알린 '보아'가 일본에서 성공했던 이유가 역설적으로 2000년대 초 국내 음반 시장이 불법 다운로드 등의 활성화로 무너지면서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최근 한 기사에서 읽은 바 있다.

이 시기에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해왔던 필자에게는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메시지로 보였다.

필자는 지난 2000년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이라고 불리는 디지털화된 영화나 음악, 교육 콘텐츠 등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공급하는 (주)테르텐을 설립,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보아가 얘기한 2000년대 초창기는 CD나, 카세트 테입 등 물리적 형태의 매체를 통해서 유통되던 음악 콘텐츠가 한국이 원천 기술을 개발한 MP3 Player, 휴대폰 등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점차 디지털화되어 가기 시작하였던 시기였다.

테르텐은 당시 문제가 되었던 DRM의 원천 특허를 보유한 인터트러스트사의 특허에 침해되지 않으면서도 DRM 전용 플레이어를 사용하지 않고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어를 통해서 자유롭게 DRM 패키지화된, 즉 암호화된 음악 콘텐츠 등을 플레이 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여 사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성을 갖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테르텐의 DRM기술은 디지털화된 콘텐츠의 유료 판매를 가능하게 하였고, 음악, 영화, 만화, 사진, 교육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화된 콘텐츠 서비스가 활성화되었다.

콘텐트의 합법적인 디지털 유통을 위해서 노력했던 많은 서비스 및 솔루션 업체들과 다른 한편에서는 P2P나 온라인 스토리지를 통한 불법 콘텐츠 유통 규모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이를 통해서 음반 업체의 예만 들더라도 전성기 음반 시장 규모의 4분의 1로 판매가 급감하였고, 순이익 규모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온라인 서비스 업체, 음반사, 솔루션 업체 등 수많은 관련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이 시기에 보아를 중심으로 SM 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진출을 통해 한류 열풍을 일으킨 것이다. 테르텐 또한 이 시기부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은 일본 시장에 꾸준히 진출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저작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저작권이라는 것은 음악 등과 같은 콘텐츠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보장하여 창작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한 법적 장치이다.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저작권이 보호되어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적절한 수익을 통해서 보상받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저작권을 통한 창작물에 대한 수익 보장은 인쇄기술을 발명하였던 구텐베르크 시대의 출판 산업 경제 모델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당시로서는 매우 리스크가 큰 새로운 서적에 대해서 막대한 출판 비용을 출판사가 부담하는 대신에 저작권을 통해 출판물에 대한 독점권을 보장 받음으로써 책의 판매가 성공했을 경우 적절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2000년대 초의 음악 업계와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산업도 불법 복제와 저가 판매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필자는 전형적인 386세대로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대학교 동창들 중에 PC 게임 분야로 진출했던 친구들은 불법 복제로 인해 게임 소프트웨어의 판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열정과 신념만으로 일하고 있었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른다.

한국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대표격인 한글과컴퓨터의 경우도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인 한글의 판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될 뻔한 위기까지 겪기도 하였다.

이후 게임업체의 경우는 온라인 게임 모델을 개발하여 온라인 상에서 네트워크로 게임을 해야 하는 특성상, 게임의 불법 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거나 무의미해진 이후 막대한 수입을 올리게 되었다.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의 성공을 바탕으로 성장한 게임 산업은 불법 복제가 어려운 핸드폰 게임, 그리고 애플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단말을 대상으로 한 앱스토어 등을 통한 게임 판매로 고수익을 올리는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군으로 성장하게 된다.

많은 개발 비용이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저작권이 보호될 수 있는 산업 환경이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소프트웨어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3가지로 요약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문화적으로 뿌리내려져 있는 일본에 진출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1차적으로 언어와 지역, 문화적 장벽을 극복해야 하고, 2차적으로는 일본 기업들이 요구하는 엄격한 소프트웨어 품질 기준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성공을 할 경우, 제안서나 품질 테스트에 대한 비용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유지보수 요율, 매출 쉐어까지 가능한 일본 시장은 디지털 한류를 열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두 번째 전략은 애플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 등 저작권이 보호되는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제품 개발 전략이다. 이 방법은 이미 국내의 많은 모바일 게임 업체들이 취하고 있는 전략으로 매우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다.

다만 현재는 매우 경쟁이 치열하고 저가 판매가 대세여서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초기 스타트업 회사가 도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시장이다.

세 번째는 게임 산업에서처럼 서비스화시키는 방법이다. 이것은 얼마 전까지는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SAAS(Software As A Service), SOA(Service Oriented Architecture) 등으로 불리었고, 최근에는 클라우드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각각의 개념이 상이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응용 소프트웨어를 PC등 단말에서 독립적으로 동작시키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처럼 서버와 연동해서 동작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사실상 불법 복제가 불가능해진다.

저작권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성이 있는 개념인 것 같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되도록이면 저렴한 가격에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자 하고, 판매자 입장에서는 되도록 고수익을 올리고자 한다. 그 사이에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저작권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저작권 관련 산업의 변화를 목격한 필자의 생각은 사용자의 불법 복제를 막는 공격적인 저작권 보호 기술이나 방식보다는 제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사용자의 저항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저작권 보호 기술이나 방법이 보다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소프트웨어의 서비스화나 플랫폼화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방법은 보다 대규모의 투자와 개발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관련 기업간 또는 산업간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협력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가 플랫폼과 클라우드 시대에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디지털 한류를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윤석구 (주)테르텐 대표이사
prinstone@terut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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