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NBC 보도

실질적으로 세계 최초의 컴퓨터를 만든 영국 과학자 앨런 튜링(1912.6.23~1954.6.7)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영국에서는 그의 놀라운 삶과 비극적인 죽음을 재조명하는 수많은 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MSNBC가 보도했다.

튜링은 2차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군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모멸을 견디지 못해 극적인 자살로 삶을 마감한 인물이다.

그는 1936년 일찍이 `보편적 기계'의 개념을 창안해 인공지능(AI) 창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튜링이 이상으로 삼았던 컴퓨터는 `사람조차 상대를 사람으로 생각할 정도의 해박한 지식과 능숙함'을 가진 것으로, 그는 이런 기준에서 기계의 지능을 측정하는 고전적인 `튜링 테스트'를 창시했다.

그의 가장 큰 사회적 공헌은 2차대전 중 `봄베' (bombe:둥근 모양으로 얼린 디저트, 또는 압축기체 운반용 내압용기)라는 이름의 암호 해독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버킹엄셔의 블레츨리 파크(암호해독센터)에 설치된 캐비닛 크기의 이 기계는 `콜로서스'(Colossus)라는 공식이름이 붙여져 독일군의 교신을 탐지하고 암호를 해독해 나치의 향후 계획을 연합군에게 알려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암호해독팀 `울트라'(Ultra)가 이렇게 입수한 정보는 연합군을 승리로 이끌어 윈스턴 처칠 총리는 국왕 조지 6세에게 "울트라 덕분에 우리가 승리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전후 사회는 동성애자였던 튜링에겐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튜링과 복잡한 관계에 있던 한 남자가 공범과 함께 그의 집을 털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을 샅샅이 수색하면서 튜링의 동성애 행동까지 조사하게 된 것이다.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 행위는 범죄로 취급됐기 때문에 튜링은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과 화학적 거세 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연구를 계속해야만 했던 튜링은 호르몬 주사를 통한 거세를 택했지만 그는 결국 비밀 정보 취급 자격이 취소돼 정부 기관 근무가 금지됐다.

그는 관련 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동성애 금지법이 폐지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지 15년이 지난 1967년이나 돼서였다.

유죄판결을 받은 지 2년 지나 튜링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청산가리를 주사한 사과를 베어 물고 자살했다.

애플사의 두번째 로고인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튜링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이 사건에서 나온 것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2009년 뉴링에게 바치는 사후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그는 다른 누구도 할 수 없었던 기여로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은 인물이었다"고 칭송했다.

그는 "튜링이 받은 너무도 비인간적인 처우를 생각하면 우리가 그에게 진 빚은 실로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오늘날 일각에서는 튜링이 비극적인 동성애자 영웅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의 탄생 100주기를 맞은 올해 조명은 그의 성적 성향보다는 과학적 업적에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의 창시자 중 한 명인 구글사의 빈튼 서프 부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튜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각종 행사들은 튜링을 기술 부문만이 아닌 일반 인들의 영웅이자 친근한 인물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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