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


▲ 박재홍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





1. IT 투자와 그 효과에 대한 논란

과연 IT투자에 대한 효과가 있을까? 필자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이 오래 전부터 이 질문에 대한 연구를 해왔으나 아직까지도 그 효과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는 연구자들은 보기 힘들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경쟁우위를 가지기 위해 다양한 전략들을 전개 해왔다. 그 중 하나의 전략이 IT을 이용한 경쟁우위 확보일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새로운 신기술과 IT에 주목하고 있으며 많은 투자를 해 왔다. 아래의 [그림1]은 1980년대부터 2000년 중반까지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금액을 IT에 투자 하였는지 보여주고 있다.

IT 투자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2000년 초반 IT와 닷컴 버블이 사라지면서 IT투자에 대한 효과는 많은 논쟁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관련 연구자들은 IT 투자와 기업의 성과 관계에서 정보화 투자는 생산성과 비례하지 않거나 역의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Erik Brynjolfsson이라는 MIT 교수는 '정보기술 생산성 패러독스(IT productivity paradox)'라는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 Source : Base on dat in U.S. Department of Commerce, Bureau of Economic Analysis, National Income and Product Account, 2006.[그림 1] 연도별 IT시스템 투자 추이



[그림 1] 연도별 IT시스템 투자 추이




이처럼 정보화 투자 효과의 불확실성은 많은 경영자들이 자본 회수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하여 정보화 투자를 주저하는 요인이 됐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 총 투자에 차지하는 IT투자 비율은 점차적으로 줄어들었다. 또 많은 통계 수치들이 IT프로젝트는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고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2003년 미국에서 실시한 설문에서 약 75% 이상의 기업들이 IT프로젝트와 IT투자는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답했다. IT기업들로 인해 미국 주식 시장의 총 시가총액이 약 2조(Tera) 달러 정도 손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살아 남은 닷컴(Dot.com)기업은 10%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IT투자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했던 2000년대 초반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IT doesn't matter(IT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글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발표하면서 IT 무용론, 즉 IT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니콜라스 카는 이 글을 통해 'IT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선로, 전기와 비슷한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즉, 과거 산업화 시대에 소수의 기업만이 선로와 전기를 안정적으로 이용해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다른 경쟁 업체에 비해 큰 우위를 누렸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 모든 기업들과 사람들이 선로와 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선로와 전기를 이용한다는 것이 기업들에게 너무나 일상화된 일이 되면서 더 이상 경쟁 우위를 창출 할 수 없게 됐던 것이다.

IT도 마찬가지로 1990년대 초 중반에는 일부 기업들만 새로운 IT를 접목하여 비즈니스를 수행했고 이에 따라 경쟁우위를 창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모든 기업들이 모든 IT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는 어떤 특정 기업만이 ERP 라는 IT기술을 도입 하거나 확보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기업들이 동일한 IT 를 접목하여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2]에서 보는 것처럼 선로와 전기의 발전 및 배포 상황이 IT의 발전 및 배포 상황과 비슷하다고 예시를 들면서 어떠한 IT도 경쟁 우위를 창출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니콜라스 카는 주장했다.



▲ Source : IT Doesn’t Matter, Harvard Business Review, 2003[그림 2] The Sprint to Commoditization



[그림 2] The Sprint to Commoditization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큰 오류가 있다. 먼저 니콜라스 카의 주장은 IT (Information Technology) 에서 Technology(기술) 측면만 강조하고 반면에 Information(정보) 측면은 아예 무시했다는 점에서 학계와 현업에서 많은 질타를 받았다. 즉, 모든 기업들이 동일한 기술(Technology)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기술(technology)을 통해 생성되고, 정제하고, 사용하게 되는 정보(Information)는 개별기업마다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이러한 정보들은 기업의 목표와 비전에 맞추어 사용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마다 정보의 활용가치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사용되는 기술 자체 (technology)는 기업마다 동일할 수 있어도,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여 어떠한 결과를 얻어내는지는 기업마다 모두 다른 것이다.

이 말은 2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IT를 통한 기업의 경쟁우위 확보가 더 이상 힘들다는 니콜라스 카의 주장은 틀린 것이다. IT를 사용하여 기업들은 얼마든지 경쟁우위를 확보 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보여준 기업들의 IT에 대한 투자는 잘못 된 것이 아니다. 둘째, IT를 이용하여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 미션과 목표를 고려하여 IT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IT를 기업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하며, 이에 따라 그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정보가 생성되고 이를 통해 기업들은 경쟁 우위를 확보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단순히 경쟁사를 따라 무분별하게 IT투자를 한다면 IT에 대한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기업의 미션, 목표뿐만 아니라, 기업의 서비스와 업무에 적절한 IT를 적용하고 사용해야만 한다.

기업들 고유의 서비스와 개별 업무들은 경쟁사와 조금씩 혹은 크게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CIO가 IT 투자를 고려 할 경우에는 개별 기업의 목표와 비전, 그리고 고유 업무 및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 IT를 선택하여 투자하고 사용해야만 한다.



<이하 상세 내용은 컴퓨터월드 9월 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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