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한국오라클, 한국CA에 이어 최근 한국마이크로소프트까지 국내 최대의 기업인 삼성, LG, SK그룹에 대한 특별대우를 선언하고 나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IT공급업체들은 영업조직을 제조, 통신, 금융, 공공, 유통 등으로 산업별로 나눠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4개사는 업종별 영업조직과는 별도로 삼성, LG, SK그룹을 담당하는 전담 인력을 두고 운영 및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IT 업체들 나름대로의 CRM 전략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당연하다. 즉 중요도가 높은 고객들에게 특별 대우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는 논리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이들 그룹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의 연간 IT투자 비중을 매출실적대비 약 0.8~1%라고 가정한다면 이들 3개사의 총 투자액은 8,000억 원 가량 된다. 참고로 지난해 매출을 보면 삼성전자가 57조 원, LG전자가 24조 원, SK텔레콤이 9조 원이다.
국내 전체 IT시장을 이야기할 때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의 매출을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반도체, 전자, 통신서비스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본 IT시장에서 이들 3사의 IT투자액은 적지 않은 규모이다.
지난해 한국IBM의 매출은 1조 원이었으며 한국오라클은 5월 말 결산결과 매출액은 약 1,800억 원이었다. 또한 3대 SI업체들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약 5조 원이다.
규모면에서 이들 3개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기도 하지만 벤더들이 이들을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였을 때 매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히 크다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들 3개 기업들의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한다면 그 효과는 예측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경우 레퍼런스를 보고 선택하는 것보다 스스로 '베스트 프랙티스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업체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IT시장의 영업은 고객 사례가 영업효과를 극대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외산 IT업체들은 전 세계 IT시장에서 2%를 차지하는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포스코, 현대자동차, KT, 한국전력 등의 대형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라고 공공연하게 밝힌다. 한 외산 IT업체 영업 담당자는 "앞서 말한 고객 중에 하나라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시장에 지사를 설립할 이유가 없다"고 밝힐 만큼 이들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즉 국내 시장에 들어온 외산 IT업체들은 이들 7개 고객 가운데 반드시 한 개 이상은 확보해야 해야만 본사에 면피를 할 수 있다고까지 한다. 실제로 한 외산 CRM 업체는 지난 2002년에 이 가운데 어떤 기업과도 계약을 이뤄내지 못해 지사를 철수하기까지도 했다.
또한 이들 7개의 고객사례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해주는 사이트라고 한다. 삼성전자가 선택한 메인프레임, 삼성전자가 선택한 DB, LG전자가 선택한 ERP, SK텔레콤이 선택한 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SMS) 등이라고 밝히면 해외 고객들도 쉽게 인정해 준다고 한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들 3개 그룹 위주로 IT시장이 재편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3개 그룹 계열사를 유치하기 위해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업계의 관행이 있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사용자 기업들이 느끼는 박탈감 또한 클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유지보수에 대해서는 현장지원을 하면서 다른 고객들에 대해서는 온라인으로만 지원하는 경우가 있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것.
또 다른 문제는 빅3 SI업체들의 시장 독식이다. 빅3 SI업체인 삼성SDS, LG CNS, SK C&C는 각각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의 막대한 IT투자 속에서 성장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은 외산 IT업체와 직접 계약하기도 하지만 SI업체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 계약으로 SI업체들의 몸집 불리기에 기여했다.
빅3 SI업체와 그 이하 SI업체들의 격차는 날로 커져 이들의 편중화가 가속되고 있다. 시장의 균형발전을 위해 과연 이 같은 현상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박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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