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이나 신제품이 나오면 남보다 한 발 앞서 도입해 사용하고 싶어 하는 '얼리 어댑터'가 IT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IT 업체들은 이에 따라 얼리 어댑터 고객을 확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T의 얼리 어댑터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등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들 기업들은 베스트 프랙티스, 즉 구축 성공사례를 참고해 도입하는 일반적인 기업들과는 달리 첨단 IT 장비나 솔루션 도입에 우선 투자해 왔다.
한 마디로 이들 기업들이 IT 투자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고, 아울러 이들 기업들이 어떤 장비나 솔루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쉽게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SAP의 ERP를 가장 먼저 도입한 기업이다. 이를 계기로 계열사는 물론 다른 기업으로까지도 ERP 솔루션 구축 바람이 크게 확산된 바 있다. SCM(공급망 관리)도 마찬가지이다. 삼성전자가 이 솔루션을 구축하자 다른 계열사로 빠르게 확산됐다.
포스코는 오라클 이상으로 오라클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프로세스혁신(PI) 1기 구축 때 사내 DB 가운데 사이베이스, DB2, SQL서버, 인포믹스 등의 오라클 제품이 아닌 DB를 찾아내 모두 오라클로 마이그레이션을 시킨 경우도 있다. 참고로 포스코는 오라클 제품의 90% 이상을 사용하는 고객으로 알려지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BEA시스템즈의 턱시도, 웹로직 서버 이외에 웹로직 인티그레이션, 웹로직 포털 등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차세대 마케팅시스템의 컴퍼번스 플랫폼으로도 BEA시스템즈의 제품을 채택한 바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등의 기업들이 어떤 장비나 솔루션들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IT 공급업체들의 시장판도는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을 비롯한 대다수 IT 벤더들은 이들 기업들과 같은 얼리 어댑터 기업들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영업 및 마케팅 정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별도의 마케팅 프로그램을 마련해 얼리 어댑터들이 직접 참여해 교육을 시키는가 하면 특별자문 및 기술 등도 지원해 준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SQL서버를 오래 전부터 사용했고, SQL서버 2005를 64비트 컴퓨팅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윈도우 기반으로 게임을 호스팅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참고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SQL 서버 얼리 어댑터는 엔씨소프트, 동아제약, 넥슨, 롯데제과, 롯데칠성, 메가 박스, 코오롱건설, 우주항공연구원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나 다른 공급업체들도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와 거의 비슷한 맥락에서 영업 및 마케팅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편 신제품이 얼마나 빨리 시장을 확보해 나가느냐는 얼리 어댑터의 역할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 IT 벤더들이 얼마나 빨리 얼리 어댑터들을 확보하느냐도 시장에서의 우위를 결정하는데 절대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벤더들이 이들 기업들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박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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