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IT 각계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 최근 국내 SW 산업의 활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점차 구체화돼 가고 있다.
정통부는 올해를 'SW 산업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SW 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에 나서고 있으며, 정보통신 관련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전문 인력 육성 및 불법 복제 관행 극복에 힘을 모아가고 있다. 바람직한 모습이며 올바른 판단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SW 산업의 부흥과 발전은 결코 지원정책과 잘못된 시장 관행 극복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탄탄한 시장 기반을 확보하고 그 기반위에서 다양한 접근과 시도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개발자 시장의 구조적 한계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수많은 논의와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SW 산업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SW 산업의 근간을 이룬다고 할 수 있는 IT 개발자 환경은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만성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인력마저 특정 부분에 편중되어 있고 고급인력은 육성·발굴될 통로가 차단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개발자는 총 16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자체적으로 SW를 개발하는 전문업체(ISV)에 속한 인원은 채 만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는 모두 SI업체에 속해 있다. 국내 IT 시장에서 SI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이상하다고 할 수도 없지만 이로 인한 문제는 심각하다. 심각한 인력의 편중은 국내 SW 산업의 근간을 매우 취약한 구조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악순환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IT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또 대다수의 인력들은 단순 프로그래머에 머물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인 SI 에 속해 있는 이상 개발 설계와 같은 고급 개발 작업에 참여해 보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며 다양한 개발 경험을 쌓는다는 것 역시 무리다.
그리고 고급인력의 육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엔지니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3∼4년만 되면 사실상 개발에서 손을 떼고 프로젝트 매니저(PM)이나 프리세일즈, 기술 지원 등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MS 박남희 이사는 "해외의 경우 Chief Architect 등 개발자 직군이 존재해 전문 엔지니어로서 성장이 가능하지만 국내는 아직 이 같은 직군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전문 개발자로서 일로매진하는 길은 아직 뚫리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는 국내 시장 협소로 인한 수익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로서의 성장은 성장과 생존을 우선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깊이 고려되지 못한다. 이것이 국내 SW 산업의 현주소다.
인도나 중국의 개발자 상황은 국내가 참고할 만하다. 인도의 경우 내수 투자가 약해 대부분 외국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한다. 주로 미국의 업무 프로세스를 기반한 아웃소싱을 수행하는데, 인도 정부 역시 아웃소싱 전문가를 집중육성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SW 엔지니어링'이라는 SW를 비즈니스화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측면에 맞춰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정부 지원 역시 그러한 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국내 개발자 환경 개선은 그리 쉽지가 않다. ISV들이 보유한 역량에 대한 고려와 함께 SI 업체들과 결합된 비즈니스 환경이 매우 복잡해 접근 자체가 용이하지 않다.
관계전문가들은 우선 윗선의 마인드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국내의 우수한 IT 인프라와 사용자 경험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 역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일고 있는 국내 SW 활성화 방안 논의에서 국내 개발자들이 처한 구조적인 문제 역시 깊이 있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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