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도 ERP 바람이 불고 있다.
ERP가 제조 업체에 특화된 솔루션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다른 분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험권에서의 ERP 도입이 늘고 있어 보험 업종이 새로운 ERP 수요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보험권 ERP 도입은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가장 먼저 이뤄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SAP ERP를 도입·구축했다. 알리안츠생명도 SAP ERP를 도입했고, 교보생명과 동부화재는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 각각 오라클과 SAP ERP를 도입, 구축 중에 있다.
보험사는 IT RTE(실시간기업) 환경 구현을 위해 재무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회계처리에 걸리는 기간을 줄이고 있다는 점 외에도 BSC(균형 성과 관리), SEM(전략 전사 관리) 등의 확장 ERP 도입을 통한 가치경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보험권 ERP 도입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한생명이 교보생명의 도입 추이를 지켜보며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도입 검토를 시작할 예정이고, 현대해상도 차세대시스템 구축과 함께 ERP 도입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생명이 ERP 도입을 완료하면 삼성, 교보, 대한생명의 빅3 생명보험사의 도입이 완료된다. 현재까지 생명보험사 가운데 ERP 구축을 완료한 곳은 다음 달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교보생명을 포함해 총 3군데이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 동부화재 2군데로 빅 4로 불리는 대형 손해보험사 중 50% 이상이 구축을 완료했다. 현대해상은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이 회사가 구축에 착수할 경우 LG화재 역시 ERP 도입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IT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ERP업체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권에서는 1년에 최소 2군데 이상의 사례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우선은 대형사 중심으로 도입이 진행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소형 보험사들도 전사 ERP 구축을 적극 추진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금융권 ERP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ERP의 탄생은 제조산업 분야에서 비롯돼 기능이 대부분 제조에 특화된 기능이 많다”며 “과연 금융사에 ERP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험사에서도 ‘가치경영’이 핵심으로 부상하고 리스크관리나 성과중심의 관리, 원가 관리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ERP를 구축한 보험사에서는 ‘더 이상 이런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단언한다.
이번 달 확장 ERP 구축을 완료키로 한 교보생명은 ERP 구축 프로젝트의 이름을 ‘가치혁신 프로젝트’로 명명했다. 2010년까지 동북아 시장에서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 브랜드 선호도 1위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목적, 핵심가치를 찾아내고 사회법규, 회사규정 등을 전사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고, ERP가 이를 실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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