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 핫이슈인 바젤Ⅱ의 중심축 이동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 핵심 비즈니스와 맞물려 있는 신용리스크 측정 및 관리가 당초 예상되던 것보다 훨씬 고난이도 작업이 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여신 프로세스 개선에서 바젤Ⅱ 신용리스크 모델을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등 적용 여부를 타진해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금융회사(은행, 보험)의 신용리스크를 합리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신용리스크 관리 및 측정 프레임워크’ 개발을 추진, 사업자 선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사업제안서를 접수받았고, 8월 31일까지 계약을 마치고 9월 1일부터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운영리스크 일변도 시장, 변화 조짐

그동안 국내 바젤Ⅱ 시장은 운영리스크 일색이다 싶을 정도로 운영리스크 위주로 형성되어 왔다. 운영리스크가 바젤Ⅱ에서 새롭게 규정돼 은행들의 당혹감과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상위권 은행들은 운영 리스크 컨설팅을 통해 운영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응 마련에 고심해왔다. 이에 비해 신용리스크는 바젤Ⅰ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변한 내용이 없고 이미 관리를 해오던 분야라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응이 있어왔다. 그러나 바젤Ⅰ과 바젤Ⅱ에서 규정하는 신용리스크 관리에서 상당한 갭(Gap)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점차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 시장의 전개 양상을 봤을 때 바젤Ⅱ 시장의 중심축이 지금까지의 운영리스크에서 신용리스크로 이동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운영 리스크의 경우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영역이라 관리의 부담은 존재하지만 실제 금융권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반면 신용 리스크의 경우는 금융권 핵심 비즈니스인 기업여신, 대출 등과 맞물려 있어 미세한 변화라도 은행 전체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신용리스크에 대한 대응 여부가 바젤Ⅱ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현재 각 은행들은 바젤Ⅰ과 바젤Ⅱ에서 규정하는 신용리스크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상반기에 진행한 ‘기업여신 프로세스 개선 컨설팅’에서 바젤Ⅱ에서 규정하는 신용리스크를 기반으로 기업여신을 접근했다. 우리은행 역시 기존 여신 시스템 개선 작업을 바젤Ⅱ 신용리스크를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다.
은행 일각에서 이 같은 접근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은행들은 바젤Ⅰ과 Ⅱ의 갭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기존에 사용하던 신용 리스크 시스템을 바젤Ⅱ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바젤Ⅰ과 바젤Ⅱ간 차이 분석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조만간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부개발이냐, 패키지냐

상당수의 은행들은 그동안 신용리스크 관리 부분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고, 운영상의 노하우까지 축적해와 바젤Ⅱ 신용리스크에 대해 자체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은행 자체의 노하우 축적과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내부 개발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리스크 전문가들은 바젤Ⅱ 신용리스크 관리에서는 그동안 국내 신용리스크 관리가 여건상 간과했던 부분과 수정을 요하는 부분이 다수 존재하고 있어 내부개발이 그리 순탄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IBM 손재균 과장은 “바젤Ⅱ 신용 리스크에서는 국내에서 간과됐던 히스토리 데이터를 다수 요구하고 있어 이를 무엇으로 대체할지, 무엇을 가공할지, 그리고 이를 위한 프로세스 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의 고려 요소가 많다”며 “기존 시스템의 재사용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 비용은 신규도입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AP코리아 류혜인 컨설턴트는 “은행들이 내부 개발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신용리스크에 대한 기존 투자가 많아 투자 여력이 부족한 점과 외국 패키지의 경우 국내 여건 지원 미흡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며 “그러나 데이터 요건 자체가 다르고 기존 데이터 관리와 리포팅 체계로는 바젤Ⅱ 신용리스크 지원이 힘들어 개발역량이 충분한 초우량 은행을 제외하고는 수요가 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SAP코리아, 바젤Ⅱ 신용리스크 ‘정조준’

한편 운영리스크 컨설팅 시장이 주로 프로세스 컨설팅이었던데 비해 신용리스크 시장은 데이터 갭 분석과 구축(Implementation) 컨설팅을 위주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LKFS, 누리솔루션 등 국내 신용리스크 전문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용 리스크 관리를 앞세워 국내 바젤Ⅱ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 SAP코리아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SAP코리아는 현 국내 바젤Ⅱ 시장이 안고 있는 고민 지점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SAP코리아의 바젤 솔루션인 ‘뱅크 애널라이저’는 신용리스크와 감독기관 요건과 공시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필라 2, 3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용리스크 관리를 위한 계산 프로세스 엔진(엔진명 : 바젤Ⅱ)을 내장하고 다양한 데이터 관리를 위한 FDB(Financial Database)와 신용리스크 파라미터, 특히 PD, LGD의 산출을 위한 히스토리 데이터베이스(HDB)를 논리적 모델로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논리적 모델과 물리적 모델을 통해 레가시 시스템이 바젤Ⅱ 신용리스크 충족을 위한 필요 데이터의 검증이 가능하다. SAP코리아는 “내년부터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신용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출현할 것”이라며 “개발자가 상주하는 등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IBM 역시 신용리스크 시장 부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한국IBM 손재균 과장은 “신용리스크는 전사적 충격이 커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또한 바젤Ⅱ에는 각국 규제기관에 권한을 위임하는 현지화 부분이 있어 금감원의 행보 속도에 따라 은행들의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욱 기자 kwlee@it-solutions.co.kr

<박스> 액센추어·머서 올리버 와이먼·SAP의 바젤Ⅱ 서베이 결과

세계적인 은행들은 바젤 II 자본 협약의 이행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고 있다. 액센츄어(Accenture), 머서 올리버 와이먼(Mercer Oliver Wyman), SAP가 세계 200대 은행 바젤 책임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상당수의 대형 은행들이 관련 예산 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 및 경제적 자본 시스템에 대한 확신이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응답자 중 약 1/3이 자사 바젤 Ⅱ 프로그램의 총비용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추정치에 있어서 자산 규모 US달러 1천억 달러 미만의 은행들은 5천만 유로 이하로 예측하고 있지만 보다 큰 규모 은행들은 대부분 5천만 유로 이상을 전망하고 있다. 조사 대상 은행의 70% 이상이 신용 및 운영 리스크 부문에서 바젤Ⅱ의 고급규제방식(advanced regulatory approach)을 채택할 계획이다. 한편 많은 은행들이 은행 내부 리스크 기반 감독 체제를 구축하고 공시 확장을 통해 시장 규제를 강화하는 데에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약 2/3(63%)가 자사의 전사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를 취약하거나 평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내부 신용등급 평가툴의 개발 역시 바젤 Ⅱ 이행을 위한 주력 영역으로 나타났다. 2007년 까지 고급 IRB 접근법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은행들의 절반 이상이 아직 등급 평가 툴의 개발 및 테스트 단계에조차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 중 20% 이상이 아직 초기 갭(gap) 분석 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유럽 은행의 3/4이 전략적 요건 평가를 마친 반면 미국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각각 12%와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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