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상의 범죄를 다루는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때문에 이 센터는 최첨단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춘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일반인들의 판단이자 인식이다. 아울러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나 업무 프로세스도 그럴 것이다라고 동일하게 여긴다.
다시 말해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 나아가 인터넷에 존재하는 숱한 ‘테러’라는 이름의 불순한 의도를 사전에 원천봉쇄할 것 같은 든든한 마음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경찰청은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지난 95년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설립했다. 2000년에는 조직을 확대 개편했고, 사이버테러에 대한 국가적 종합 대응기구로서 그 위상이 크게 향상됐다.

그래서인지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며, 자긍심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업무 프로세스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실망’이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 이유는 업무 프로세스는 90년대 이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떤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오프-라인(off-line)으로 정식 공문을 요청하는가 하면 공문을 신청하더라도 결정이 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실례로 최근 IT 전문지의 K 아무개 기자는 ‘국내 사이버 범죄 현황’에 대한 취재를 요청한 바 있다고 한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대외협력 담당은 이 같은 기자의 요청에 대해 정식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이유로 공문(?)을 요구했고, 해서 공문을 절차에 의해 정식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주일이 거의 다 지나도록 답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일주일이 지난 후에 통보해 온 답은 “윗사람(?)의 인터뷰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온갖 신기술과 신개념이 태동하는 온-라인을 주 무대로 하는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기존 관공서의 전유물로 이해되는 공문이라는 형식과 절차를 요구받은 것도 문제이거니와 인터뷰 가능 여부에 일주일이라는 시일이 소요된 것이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공공 기관이라는 특수성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온-라인의 대표 기관이자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공문을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공문을 처리하는 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분초를 다투는 사이버상의 대응은 과연 신속할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곳, 기민과 유연성을 갖춰야 할 곳을 꼽으라면 바로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일 것이다.
그러한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기존 공공조직의 가장 큰 병폐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형식과 절차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다시 말해 갈수록 첨단화되는 사이버 범죄를 막는 최 일선, 최후의 보루로서 이에 걸 맞는 프로세스와 마인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으로 평가되는 국내의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그 가능성과 함께 중요성 역시 막대하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자부심대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로 거듭나기를 기원해 보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까?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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