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플랫폼이 없는 삼성전자, 애플 전략 따라 못해

[아이티데일리] 애플이 새로운 제품, 기술을 내놓을 때마다 보란 듯이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을 통해 시장을 점령한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닭 쫓던 개 마냥 애플의 전략을 그냥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패스트팔로어'라는 오명을 벗고 '퍼스트무버'를 꿈꾸던 삼성전자에게는 충격과도 같은 일이다.

이 같은 일은 애플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바부에나 센터에서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일어났다.

이날 애플은 예측대로 새로운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를 발표했다. 또한 성능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 새로운 맥북 프로도 공개했다. 그러나 이날 주인공은 아이패드도 맥북프로도 아닌 소프트웨어(SW)가 주목 받았다.

애플이 맥 OS인 '매버릭스'를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전 OS인 마운틴 라이언이 19.99달러, 그 이전 OS인 라이언이 29.99달러로 판매했을 때도 애플은 MS 윈도우보다 싸다며 자랑했었다. 그만큼 모두들 이번에도 얼마나 싼 가격에 배포할까 예측했지만 보기 좋게 어긋났다.

게다가 새제품 구매자도 아닌 2007년 애플 제품 구입자에게도 똑같이 매버릭스를 무료로 사용 가능하게해 다시 한 번 충격파를 던졌다. 한 마디로 파격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매버릭스만 공짜냐? 그렇지 않다.

이미 무료화를 선언한 사무프로그램인 ‘아이워크’는 물론 사진·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아이라이프’까지도 새롭게 구입한 맥과 iOS 기기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한마디로 애플 제품을 사면 소프트웨어는 무료라는 것이다.

애플이 자선사업가도 아닌데 이렇듯 애플의 대표적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푸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라는 속담처럼 사용자 경험(UX)의 대가인 애플이 UX가 ‘디자인’만 아니라 ‘사용성’, 즉 ‘서비스’까지도 넓혀 애플의 시장 점유율을 넓혀나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맥과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애플의 삼각편대인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에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 같은 전략은 '퍼스트무버'를 꿈꾸며 열심히 애플의 전략을 답습하던 삼성전자로서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삼성전자에게는 충격이자 위기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에게는 현재 사용자에게 무료 제공이 파격적이라 할만한 소프트웨어가 없기 때문이다.

노트북과 PC는 마이크로소프트으로부터 윈도우 OEM 라이선스를 구매하기 때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특성상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삼성전자로서 위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갤럭시와 갤럭시 노트에 들어가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이 무료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한계를 이미 알고 있듯 다양한 제조사 및 통신사가 함께 운영체제인 ‘타이젠’ 협회를 구성하여 타이젠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 구성원만 하더라도 인텔을 포함한 화웨이, KT, SK텔레콤, 도코모, 오렌지, 파나소닉, 스프린트, 후지쯔, NEC, 보다폰 등 화려한 구성을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모바일 단말용 OS 뿐만 아니라 데스크탑PC, 서버, 가전, 자동차, 웨어러블 단말 등 포함한 다양한 단말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노키아의 ‘심비안’, HP의 '웹OS', 블랙베리의 ‘블랙베리’처럼 운영체제 진형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운영체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애플은 자사 대표적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한 이상 소프트웨어 매출의 일정 부분을 포기했을 것이다. 이를 앱스토어라는 방대한 플랫폼에서 채우려고 할 것이다. 되레 소프트웨어 매출을 포기했지만 이로 인해 사용자층이 늘어난다면 앱스토어를 통한 매출로 전환되기 때문에 손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애플이 공개한 앱스토어 60만 건 다운로드 돌파가 반증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이런 앱스토어에 대응할만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느냐? 또 그건 아니다. 삼성 앱스가 있긴 하지만 구글 플레이 스토어보다 못한 플랫폼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무료로 제공할 소프트웨어도 없고 그렇다고 소프트웨어를 사서 무료로 제공할 경우 손실분을 채워줄 플랫폼도 없는 삼성전자. 지금껏 애플의 턱 밑까지 쫓아가며 '패스트팔로어'로서 성과를 보였다면 이번 애플의 소프트웨어 무료화 전략에 맞춰 삼성전자가 어떤 해법을 보일지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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