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기영 비즈니스IT 평론가
[아이티데일리]  거대한 IT의 두 번째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미리 서핑보드를 준비한 기업은 이러한 변화의 파도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서핑보드를 준비하지 않은 기업과 개인에게 이 파도는 파괴적인 쓰나미가 될 수도 있다.

IT의 두 번째 파도, 후기 정보사회의 도래

가트너는 2012년 심포지엄에서 ‘소셜,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및 빅데이터 등 네 가지 힘이 서로 연계되어 시장에 파괴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매킨지는 2013년 5월 ‘모바일 인터넷과 사물통신 등 12개의 기술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비즈니스 행태 및 경제를 파괴적으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는 2013년 8월 ‘모바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 5가지 기술 변화가 IT의 두 번째 물결을 불러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각자 독립된 이들 3개 시장조사기업 또는 미디어가 예측하는 미래 IT 기술에 뚜렷한 공통점이 나타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표 1>.

매킨지가 언급한 12개 기술은 무인 자동차·진보적 로봇기술·차세대 유전체학·에너지 저장기술·3D 프린팅·신물질·대체 에너지 및 화석 에너지 발굴 기술을 언급하고 있다.

IT의 혁신적 신기술은 21세기가 후기 산업사회를 넘어서 후기 정보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전문가 직종의 쇠퇴, 통합과 융합이라는 트렌드의 부각, 개념 및 감성적 접근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후기 정보사회의 도래는 기존 비즈니스의 생존 방식에도 파괴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클라우드·사물통신의 결합은 기존 비즈니스가 수행해온 고객 서비스 체계와 함께 사업 방식의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은 단순히 정보의 일관성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기업과의 장기간 접촉에서 유지해야 할 서비스 흐름의 일관성 및 지능형 서비스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지능형 고객서비스 디자인, 스마트오피스 환경에 따른 내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자동화 및 개선 등이 필요하다.

모바일 의료(Mobile Health)와 사물통신의 결합은 24시간 365일 의료 진단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의료기기, 모바일 인터넷 및 기존 병원 시스템과 연계한 새로운 의료정보 기업의 출현을 예견할 수 있다. 즉, 향후 의료산업은 정보 기업이 주도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는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산업화되는 것은 굳이 강조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지경이다.

빅데이터·음성인식·클라우드 컴퓨팅의 융합은 가까운 미래에서는 콜센터를 축소시키는 데서 그치지만, 더 먼 미래에서는 변호사 및 의사 등 전문직군의 역할 전환이라는 압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법률 및 회계 자문 서비스의 경우 빅데이터 등 분석력을 가진 기업이 폐쇄적이던 전문직 서비스의 장벽을 허물고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군의 서비스 일부가 분석 서비스에 의해 대체된다는 얘기이다. 빅데이터에 의한 주가 예측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유전학 분야 역시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더 빠른 시간에 더 저렴한 유전정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후기 정보사회는 이렇게 IT와 데이터가 산업 전반에 걸쳐 깊고도 넓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시대를 말한다. 초기 정보사회에서 IT가 가졌던 영향력의 폭과 깊이, 성격을 뛰어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미 미국을 주축으로 선진국은 급속하게 후기 정보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문제는 각 기업들이 이런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서핑보드를 준비해야 한다

후기 정보사회의 도래가 모두에게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후기 산업사회의 초입에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 로드맵이 마련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위험성이 적지 않다. 반면 후기 정보사회가 아직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 기업과 개인이 적절히 대응한다면 경쟁에서 앞서나갈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후기 정보사회의 도도한 물결을 즐기기 위한 서핑보드를 준비할 때다. 이 서핑보드 준비의 구체적인 항목을 따져보자.

①비즈니스와 IT 융합전략을 수립하라
IT 조직은 단순한 지원조직이 아니라 비즈니스 조력자(Business Enabler)의 역할을 계속 꿈꿔왔다. 비즈니스 지원 조직 혹은 정보 인프라를 운영하는 역할이 대표적이다. 품질을 높이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이 그 효과였다. 이러한 작업은 첫 번째 IT의 물결로 대부분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후 기업들은 업무 프로세스 등이 최적화되어 더 이상 품질은 높이면서도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누리기 어려웠다. 즉, IT 투자로 비용을 절감할 수 없는 IT패러독스 현상이 일반화되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에서 IT 조직이 비즈니스 조력자의 역할에 대한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후기 정보사회가 IT 조직에 기대하는 것은 비즈니스 지원 조직 혹은 정보 인프라를 운영하는 역할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즈니스와 IT가 융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기를 바란다. 사물통신으로 제조업이 정보기업으로 전환하는 현상이나 가치사슬의 통합, 모바일 인터넷에 의한 서비스 기업의 IT 기업화를 생각하면 이는 분명해진다. 이제는 비즈니스와 IT가 융합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IT 조직은 비즈니스 조력자가 아닌, 비즈니스전략 조력자(Business Strategy Enabler)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비즈니스-IT 융합전략을 수립하려면 CEO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CEO가 강력하게 장기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CEO의 단기성과가 아닌 장기성과에 대한 평가 및 보상체계가 필요하다.

②비즈니스와 IT 횡단 조직을 구성하라
비즈니스와 IT 사이에는 전문성에 따른 장벽과 관행적 장벽이 존재한다. 후기 정보사회에이 장벽대응하기 위해서는 이 장벽을 관통하는 횡단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IT 담당 임직원이 기술 지향적 폐쇄적 경향을 지닐 때 IT조직은 정보전략 조직이 아닌 기술조직으로 주저앉기 쉽다. 현업 임직원이 IT조직을 비용발생기구(Cost Center)로 간주하는 경우, IT조직과 현업 조직의 융합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CDO(Chief Digital Officer)를 두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CDO의 역할은 비즈니스, 미래 IT, 경영전략을 통합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상품 및 서비스와 IT 기술을 융·복합할 수 있는 IT와 비즈니스 전략가가 CDO이다. 가트너는 2015년까지 기업의 25%가 CDO를 둘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의 경우 지난 2년간 CDO를 두는 기업이 30% 가량 증가했고, 미국의 경우에 1년만에 30% 증가했다. 스타벅스가 2012년에 CIO와는 별도로 CDO를 채용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물론 온갖 CxO가 등장하는 C Suite의 확장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CIO가 CDO를 겸임할 수도 있다. 가트너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CDO를 둔 기업 중 20%가 CIO가 CDO를 겸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와 IT를 관통하는 전략 조직으로서 CDO에 상응하는 조직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③오픈 이노베이션을 상시화하라
다양한 출신, 전문, 성향을 가진 집단이 문제해결에 보다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루홍(Lu Hong)과 스콧 페이지(Scott Page)가 미국 국립과학협회보에 실린 논문에서 수학적으로 입증하였다. 유사한 속성을 가진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이 문제 해결에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조직 구성의 근친교배에서 비롯되는 DNA의 저열화라고 할 수도 있다. 그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의 역량과 IQ가 높다 해도 하더라도 그 개인들의 속성에서 공통성이 높다면 비효율적이다.

단일 조직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전문성을 갖출 수 없다는 현실적인 측면과 함께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이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근거다. 더 나아가 오픈 이노베이션의 확장형이랄 수 있는 혁신망(Innovation Net)의 개념도 조명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상화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조직 내·외부의 다양한 인력이 비즈니스와 IT를 융·복합할 수 있는 전략과 과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혁신망의 구성을 고민해야 한다.

④신속창업의 자세를 가져라
신속창업(Lean Start-Up)의 핵심은 현장 중심이다. 책상머리를 떠나 현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비즈니스 계획을 수립한 후 생산모델을 만들기까지 또 장기간을 소요해도 그 계획이라는 것이 실상 허구에 가깝기 때문에, 최종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시카르 고쉬(Shikhar Ghosh)의 연구에 따르면, 비즈니스 계획 후 상품 출시라는 전통적 접근방식의 실패율은 75%에 이른다고 한다. <비즈니스IT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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