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준 / 리비젼컨설팅 대표 / 경영학 박사

[아이티데일리] 

▲ 전용준 / 리비젼컨설팅 대표 / 경영학 박사
학생들 뿐만 아니라 실무자들 중에서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분명 실체가 있는지를 알 수 없는 것만 같은 빅 데이터의 바람이 불어난 덕택이다.

그런데, 그 반대편에 그들에 대한 수요자가 존재하며, 그들이 바라보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모습은 또 다를 수 밖에 없다. 이에 이 글은 이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인 사람이나 장차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려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고용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골라야 할까를 생각해 보려는 것이다.
 
본격적인 이야기 이전에 미리 분명히 짚어두어야 할 점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빅 데이터 전문가와 동일 인물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빅 데이터 전문가 양성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자격증 제도 개설 등의 사안과도 연결되는 문제겠지만, 분명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본업을 데이터 분석으로 여기는 사람이고 빅 데이터 전문가는 그와는 다른 좀 더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 등에 치중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술적인 역량 면에서 얼마간 겹치는 부분은 존재하지만, 정체성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만일 이를 혼동하고 빅 데이터 전문가가 필요하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양성하겠다는 식의 발상을 하게 된다면 결국엔 ‘손님은 없이 요리사만 가득한 식당’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림> 네가지 종류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조직이든 팀이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누구를 고를까 보다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바로 예산이다. 한 사람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선택하므로써 얼마의 가치를 얻을 것이며, 그 정도의 가치를 기대하고 얼마나 돈을 내야 하는가의 문제다.

공산품이 아니다 보니 적정가격도 공시될 수도 없고 사는 사람 입장에서 ‘먹튀피하기’라는 커다란 위험까지를 염두에 둔다. 그리고 나서야 주어진 돈으로 누구를 살 것인가를 정하게 된다.
 
<그림>에서는 네 가지의 유형으로 단순화시켜 메뉴처럼 선택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구분했고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축으로 능력의 정도와 그가 분석을 하는 이유를 들었다.

능력이야 최고일수록 좋을 듯 하지만 그런 경우일수록 희소성이라는 할증료까지 보태서 많은 돈을 들여야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므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넘치는 능력은 곧 낭비를 의미한다.

또 한가지 축은 프로 마인드로 일하는가 아니면 아마추어인가와 관련된 것이다. 프로라면 보수를 받는 대신 조직이 요구하고 조직이 필요로 하는 분석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그 것에 집중할 것이지만 아마추어라면, 능력이 출중할수록 더더욱,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자신의 관심사에 바칠 것이다. 매우 뛰어난 천재이지만 승진에도, 보수에도 관심 없이 진정한 과학자의 마인드로 내공 키우기에만 몰두한다면?
 
그렇다면 이 네 가지 메뉴 판에서 절대로 골라서는 안될 선택을 무엇일까? 조직의 상황과 요구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일 가까운 미래에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이라면 능력이 부족한 아마추어를 가장 피해야 할 것이다. 반면 장기적인 확대를 준비하는 조직이라면 당장의 준비는 부족하더라도 프로 마인드로 경험을 쌓아갈 사람을 고르는 편이 공부를 위한 공부에 매진하는 천재 과학자를 선택하는 것에 비해 월등히 좋은 선택일 것이다.
 
실제로는 좀 더 많은 검토사항과 결정 포인트들이 존재한다.

그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면, 실전 경험을, 특히 동종 내지는 유관 업종 분야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가도 매우 중요하고,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가도 중요하다. 흔히 도메인 지식이라고 하는 유관 경험이 없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하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조직에 대한 적응 융화 가능성 역시 중요하다. 조직마다 가진 고유한 문화라는 것이 순간에 달라지지 않는다고 보면 주어진 분위기 안에서 성과를 내려는 태도와 생활방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은 초급 데이터 사이언티스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서 잠재력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라면 학력과 학벌을 따져 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실용적인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정규 대학원 과정을 마치기 위한 시간과 노력 만큼 분석을 위한 기본기는 좀 더 되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직접 경험은 많지 않다고 해도 어떤 조직에서 경험을 쌓았는가는 중요할 수 있다. 분석적, 논리적 접근을 중시하는 조직에서의 경험은 간접적으로나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의 새 출발에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해야 할 일이 고도의 데이터 분석이니, 실제로 얼마나 데이터 분석을 해 보았는가, 어떤 규모로 분석을 해 봤는가, 어떤 내용을 분석해 봤는가가 단기적인 교육과정을 거치거나 운전면허 수준의 자격시험을 통과한 것 보다는 월등히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상식일 것이다.

빅 데이터 분석이 중요하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필요하니 정부가 앞장서서 데이터 사이언티스 양성에 관심을 쏟는 것은 칭송할만한 일이다. 다만, 실제로 가치를 낼 수 있으며, 수요자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는 유형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좀 더 고급역량의, 프로급 인력에 조금 더 집중하는 식의 실용적인 균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