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닷컴 양동식 책임(전략사업본부 ED팀)

[아이티데일리] 애플의 아이맥이나 아이팟, 그리고 지금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펑셔널리즘과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창조한 사람은 사실 스티브 잡스도 아니고 조너선 아이브(현 애플사의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위대했던 이유는 애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컴맹에 불과했던 조너선 아이브의 능력을 믿고 그가 주도한 애플 디자인에 신뢰를 보냈다는 점이 정말 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위대한 이노베이터였지만 애플 컴퓨터부터 디자인까지 잡스가 스스로 만들어낸 건 없군요.

하지만 제가 잡스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주변에 있을 지도 모르는 워즈니악이나 조너선 아이브 같은 천재를 못 알아본다는 점이겠죠?(게다가 알아본다고 한들 할 수 있는 것도 없군요 ^^)
 
하지만 조너선 아이브도 오로지 그의 천재성과 영감만으로 현재의 애플 디자인을 만들어낸 건 아닙니다. 그가 공공연히 애플 디자인의 원류이자 자신이 만들어 낸 디자인은 그저 참고한 것에 불과한 거라고 극찬했던 그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의 애플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거나 애플이라는 기업은 존재 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은 바로 ‘디터 람스(Dieter Rams)’입니다.
 
디터 람스는 세계 최고의 전자제품 제조회사였던 브라운의 수석 디자이너였으며 위에 상술한 바대로 애플 디자인의 할아버지라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디터 람스가 위대한 이유는 그의 디자인 철학인 ‘Less but better’가 제품 및 산업 디자인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미니멀리즘 (Minimalism)의 클래식이 되었다는 점에 있겠습니다.

그냥 간단히 말하면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 하면서 제품이 수행하는 기능 자체에 집중하는 기능주의적 가치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드는(이게 말로는 쉽지 하려고 하면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모든 종류의 디자인은 대부분 디터 람스의 영향을 받은 거라고 말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디터 람스가 브라운 사에서 디자인한 대표적인 제품들입니다. 제품의 목적이 사용자의 니즈와 완벽하게 합치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아래 디자인 들을 보면 디터 람스가 얼마나 대단한 디자이너였는지 감이 오시리라 생각합니다. 30~40년이 넘게 지난 디자인들이 지금 봐도 전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없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 Control unit / Tape recorder / Flat loudspeaker TS 45 / TG 60 / L 450_1964 / 1965 / 1965



▲ 606 Universal Shelving System (previously RZ 60) 1960



▲ hair dryer HLD 4 / 1970 / Design:Dieter Rams / housing: plastic (red, blue or yellow)



▲ Audio Transistor (pocket transistor radio T 3/31) T 4 or T 41 and record player P 1 / 1959 / Design:Dieter Rams / housing: plastic(light grey)



▲ Table Lighter 1968 Design:Dieter Rams / housing: metal, plastic, clear acrylic, leather, plated silver, plated chromium or various material combinations



▲ ABR 21 signal radio Radio clock 1978 / Design: Dieter Rams and Dietrich Lubs

조너선 아이브의 애플에 대해 직접 언급한 디터 람스의 미디어 인터뷰의 일부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람스씨, 애플 수석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아버지입니다만 람스 씨보고 애플-디자인의 할아버지라고 하는데요. 그런 별명이 자랑스러우십니까?

아시겠지만 저는 그런 단어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세상 아무도 누구를 정의내릴 수는 없죠.

하지만 아이브는 개인적으로 당신이 모델이라 지명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제게 아이포드 터치를 한 대 보내왔죠. 매우 멋진 편지와 함께요.

뭐라 써있던가요?

학교 다닐 때 부모님이 이미 브라운 제품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 작품(Arbeit)에 대해 큰 존경을 품었고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줬다더군요.

람스씨는 40년간 브라운의 수석 디자이너셨습니다. 애플이 브라운의 디자인을 훔쳤다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예. 프랑스 동료인 필립 스타크(Philippe Starck: 이 분도 정말 유명한 제품 디자이너입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따로 다루도록 하죠.)의 관점이기도 하죠. 그가 제게 흥분한 채로 말했었습니다만, 아까 말씀 드렸듯, 별 느낌이 없습니다.

애플의 미니멀리즘과 기능주의는 람스 씨의 브라운 기기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그리고 아이브의 첫 번째 버전 아이폰-계산기 패드가 브라운에서 만든 유명한 계산기 패드와 키 배치가 똑같았었죠.

맞습니다만 제게는 칭찬입니다. 아이폰의 경우 서투른 베끼기(plumpe Nachahmung)와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애플은 브라운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지만 그런 회사가 애플만은 아닙니다. 애플의 경우는 근본적인 이해가 있습니다. 디자인이란 뭔가를 명백히 드러내주는 것에서 결정이 나지, 기나긴 매뉴얼을 읽어서 나오는 경우가 없습니다.

수많은 애플-팬들이 애플 제품에 대해 칭찬하는 말과 일치하는군요.

브라운에서도 항상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제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자였습니다. 우리는 처음 제품을 만들 때부터 제품 그래픽과 눈금, 제품 라벨까지 모두 강조합니다. 애플도 그게 핵심입니다. 단, 그냥 천박하게(vordergrundige) 매끈한 기기는 안 됩니다. 필요성을 염두에 둬야 해요. 그런 기기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디자인을 심각하게 여기는 회사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정도에요. 애플도 그 중 하나입니다.

- Braun hat Apple angeregt - ein Kompliment

디터 람스의 디자인은 현대 제품 디자인의 흐름에서 이른바 미니멀리즘 (최소주의)로 분류될 수 있는 기능적이면서도 심플한, 그 목적의 완벽한 구현만으로도 심미적 아름다움을 주는 수많은 걸작 디자인에 빠짐없이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비단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 뿐 아니라 ‘Supernormal’로 유명한 후카사와 나오토나 제스퍼 모리슨 같은 디자이너에게도 디터 람스의 자장은 빠짐없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계명을 소개하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앞 뒤 맥락 없이 잠언 비슷한 문장만으로 그의 철학을 모두 이해하긴 힘들겠지만 더 좋은 디자인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쯤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Good design is innovative.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seful.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Good design is aesthetic.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nderstandable.
좋은 디자인을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Good design is honest.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Good design is unobtrusive.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Good design is long-lasting.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된다. 
 
Good design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Good design is environmentally friendly.
좋은 디자인은 환경 친화적이다.
 
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좋은 디자인은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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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blog.fasoo.com/8020113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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