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 스머프(Karl marx)를 리더로 하는 스머프들이 모여 사는 숲 속 마을이 있다. 파란 난쟁이인 스머프들은 각자 개성 있는 직업을 가지고 서로 협동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멍청하고 고약한 마법사 가가멜은 스머프들을 잡아 먹거나 금으로 만들려는 궁리를 계속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벨기에 작가 피에르 클리포트(페요(Peyo)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함)의 원작만화를 1981년 미국의 한나 바버라 프로덕션에서 총 256화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영화 시리즈로 제작한 스머프(Smerp)의 내용이다.
미국에서는 1981년 NBC, 한국에서는 1983년 KBS에서 방영되었으며,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공동생산과 공동분배, 부락공동체 평등사회라는 점 때문에 일부 정치 사회학자들 간에는 스머프가 보여주는 원시 공산체의 모습이 맑시즘(Marxism)에 대한 동경, 우화(偶話)라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IT 중소 ·벤처기업의 생태 환경 건전화를 위한 정책’이 IT SMERP 정책이다. 미아리에 자리를 깔아도 성공할 만큼 작명가로 소문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명명한 정책인 만큼 원작 스머프의 의미와 뜻을 충분히 반영한 정책일 것이라 생각한다. 대기업 중심의 국내 기업환경에서 IT 중소·벤처기업의 생태계 건전화와 맞춤형 정책강화를 통해 IT 산업 양극화 및 글로벌화에 따른 무한 경쟁 등의 환경 변화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IT 중소·벤처기업의 창업 수는 전체 중소·벤처기업에 비해 2004년 현재 3.3배에 달하고 1인당 생산액은 1억7천만 원으로 비 IT 중소·벤처기업의 1인당 생산액 3천2백만 원(2003년 기준)에 비해 5배가 넘을 정도로 중요하지만, IT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5~10%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IT 중소·벤처기업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2000년 5.1%에서 2001년 3.0%, 2003년 3.9% 등으로 감소, 저조한 상태이다. 자본시장에서의 IT 분야에 대한 투자도 감소하고 있으며, 열악한 근무환경과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도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창투사 및 창투조합의 IT 투자비중이 전년 동기 60.2%(2,068억 원)에서 45%(1,734억 원)로 축소됐다. 또한 중기청이 200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을 100으로 볼 때 전체 중소기업의 임금지수는1993년 73.5%에서 1997년 69.7%로 감소했고 2003년에는 60.9%로 떨어졌다.
이 같은 통계에서 잘 나타고 있듯이 IT SMERP 정책이 시행된 참여정부 내에서도 크게 개선된 것이 없다. 스머프들이 사는 숲 속 마을 구현은 요원해 보인다.
정통부는 이달 12일 이 같은 IT SMERP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IT SMERP 2010 정책을 내 놓았다. 기업생태 환경을 재조성하고 맞춤형 정책을 통해 수익창출형 기술혁신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0년까지 신규시장 창출을 통해 시장규모를 63조에서 150조 원으로 2배 이상 확대하고, 수출지향적 기업으로 육성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5억 원 이상의 경상이익 흑자기업 비율을 18%에서 35%로 끌어올려 보다 많은 기업이 이익을 향유하는 시장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스머프’는 몇몇 등장인물들의 모험보다는 한 사회집단과 사회 내의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작용, 사회와 외부인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통부의 IT SMERP 2010 정책 또한 이 같은 이념에 충실한 정책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적 대안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분위기를 이끌고, 전문협의회를 통해 다양한 업계의 애로사항을 백번 경청하면 무엇하겠는가?
실제 현실 세계는 가가멜 같은 스머프들이 더 판치고, 모든 소득은 그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마는 것을….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한 때 중소 벤처 휴대폰 업체들이 삼성전자, LG 전자 등 대기업들로부터 기술유출 협의에 시달려야 했다. 실제 그런 일이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자사 임직원들이 중소벤처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술적 측면이 더 강하다. 기술유출이나 인력 빼가기는 중소기업 보다는 대기업이 상시로 일삼는 일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현실이지만, 대기업과 싸워봤자 이득은 없고 시간과 돈만 허비할 수밖에 없어 아예 싸움을 포기하기 때문에 여론화되지 않을 뿐이다.
이 뿐인가. 우리나라 금융정책은 민영화가 진전되었다고는 하지만, 동종 업계의 어느 한 기업이 부도가 나면 연쇄적으로 다른 기업까지 자금줄이 막힌다. 해당 회사의 기술력이나 경쟁력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소문과 업계의 동향에 따라 자금줄을 당겼다 풀었다하는 금융당국의 정책 때문이다.
IT SMERP 2010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머프 마을의 이상을 쫒아서는 안 된다.
현실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모델에 대한 정부 나름대로의 감시가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정책적인 금융정책이 절실하다는 얘기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문 SI업체의 육성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SI업체, 특히 빅 3를 해체해야 한다. 그래야만 특정 솔루션, 특정 사이트에 강한 전문 SI업체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SI사업 발주 평가 시 관계사의 SM 매출은 회계분리 해 평가 심사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한 중소 SI업체 대표이사의 말이 절절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박종환 기자 telepark@rfidjourna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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