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는 자금세탁방지법(AML, Anti-Money Laundering)이 국내에서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어 관련 시장의 개화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 기구인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Laundering)가 지속적으로 관련 법안의 강화를 권고하는 속에서 재정경제부는 오는 18일부터 보다 강화된 자금세탁방지 법안(법안 명 :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방침이다.
앞으로 한 사람이 입출금을 합해 하루 5000만 원 이상의 현금거래를 하는 경우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KoFIU, Korea Financial Intelligence Unit)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이러한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CTR, Currency Transaction Report)와 함께 고객주의 의무제도(CDD, Customer Due Diligence)도 본격 실행된다. 계좌 이체나 인터넷 뱅킹 등 회계 상으로 가치 이전만 이뤄지는 거래는 제외된다.
이번에 시행되는 CTR은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일정금액 이상의 현금거래가 발생하는 경우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토록 하는 제도로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이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5천만 원 이상의 금융거래는 거래 후 의무적으로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 이전에는 2000만 원 이상의 금융거래 가운데 의혹이 있는 거래를 자체적으로 판단해 신고하라는 규정에 비해 강도가 크게 높아졌다.
CDD는 금융기관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의 기본적인 신원사항을 확인함으로써 불법행위와 연결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하는 정책이다. 선진국에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으며 정확한 고객 심사를 통해 부실대출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금융기관의 평판위험(Reputation Risk)을 줄일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이 역시 개정 이전에는 금융기관의 고객신분확인에 대해서 별도 규정이 없어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그러나 개정법에서는 고객이 계좌를 신규로 개설하거나 2000만 원 이상 또는 1만 달러 이상의 일회성 금융거래에 대해서 당사자 신원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고객이 자금세탁 의혹이 있을 경우 당사자 확인 여부 및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자금세탁 관련 규정의 강화 FATF가 지난 2003년부터 기존 40개 권고사항의 개정과 특별권고사항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는 탓이며, 국내 재경부는 작년부터 관련 법안의 개정에 착수해 왔다.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룰 엔진(BRE)을 활용한 관련 시스템 도입과 분석역량 강화가 진행돼 왔다.
자금세탁 방지법은 불법자금의 유출입을 막기 위한 전 세계적인 법안으로 마약, 밀수, 조직범죄 등 중대범죄의 자금세탁 방지와 중개 기지로 이용되는 것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 신인도와도 관계가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테러 자금 유통 차단을 목적으로 관련 법안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한편 이 같은 자금세탁방지법은 직접적으로는 은행 경쟁력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지만 대처가 잘못될 경우 은행 신뢰도와 명성에 치명적인 위협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령 국내 유력은행의 해외지점을 통해 테러자금이 유통됐고, 실제 테러에 사용됐다면 해당 은행의 위상 하락은 물론이고 심할 경우 거래 정지와 같은 영업활동 규제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 금융거래가 활발한 국내 선두 금융권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계 전문가들은 “자금세탁 방지에 대한 국제적인 동향은 국내 움직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외국은행의 경우 혐의 거래 보고에 있어 내부적으로 자금세탁 유형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 증명까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젤Ⅱ 이후의 시장을 노리는 금융권 리스크 관리 전문 업체, 컨설팅 업체, 비즈니스 룰 엔진 업체 등이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솔루션 전문 업체들은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선도 은행을 중심으로 도입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강욱 기자 wook@rfidjourna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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