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사회의 인프라이며 경쟁력” 지론, 5년안에 10대 IT 우수 대학 진입 목표
/기술자 우대하는 분위기 형성이 이공계 기피현상 해결책

/1990년대 중반 이후 국내 대학 가운데 숭실대학교가 IT 분야에 관한한 최고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오해석 교수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오해석 교수는 또 벤처지원포럼 회장, 전자상거래위원회 회장, 한국정보처리학회 회장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면서 IT 산업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그 어느 누구보다도 힘써왔다.
그런 그가 20년 넘게 몸담아왔던 보금자리를 떠나 경원대학교에 새 둥지를 틀어 눈길을 끌었다. 경원대는 지난해 11월 21일, IT를 21세기 명문 사학의 도약을 뒷받침할 핵심 기반의 하나로 선정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론과 비전을 담고 있는 ‘IT 비전 선포식’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경원대의 이 같은 도전의 중심에는 역시 오해석 교수가 서있다. 오해석 교수의 직함은 ‘IT 부총장’. 학교의 정보화와 IT 관련 교육의 질적 도약을 이끌어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김재철 기자 mykoreaone@infotech.co.kr

한국 사회에서 교수가 학교를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부총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고 하면 그런 결정은 더욱 힘든 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오해석 교수는 90년대 중반 숭실대학교 전산소장을 맡으면서 97년부터 2년 연속 학교를 동아일보 대학 정보화 평가 1위에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부 지정 정보통신우수대학 선정, 국내 첫 창업지원센터 설립 등 숭실대가 정보통신 대학의 대명사로 자리 잡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사람이다.
지난 10월부터 경원대학교로 출근한 오해석 부총장은 “교수 사회가 그만큼 폐쇄적이기도 하지만 특히 지도하는 대학원생들을 두고 온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그가 경원대학교에서 IT 부총장이란 직함을 갖고 새롭게 이루려고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또, 최일선에서 IT산업의 예비인력들을 키워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최근 IT산업의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5년 안에 국내 IT분야 10위권 진입하겠다

숭실대에서의 성과들을 뒤로 하고 경원대로 오신 것은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또 경원대에서는 어떤 목표를 세우셨습니까?
경원대학교는 현 이길여 총장께서 취임하시면서 ‘10대 사학 진입’을 목표로 세운 바 있습니다. 물론, 이런 목표가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전략도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그 전략이란 의료와 IT 부문을 학교 발전의 두 축으로 밀고 나간다는 것입니다.
의료 부문은 현재의 한의학과를 더욱 발전시키는 한편, 길병원 산하의 가천의대와 경원대를 통합해서 국내 어느 대학에도 뒤지지 않는 의과대학을 만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나머지 한 축이 IT인데, 제가 이 부분을 맡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의 역할은 학교 전체의 정보화 수준을 발전시키는 것과 국내 최초로 설립된 소프트웨어 대학을 더욱 특성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총장께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셨고, 실제로도 전권을 위임하고 계십니다.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5년 안에 경원대의 IT 분야를 국내 종합대학 가운데서 10위권 안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1일 ‘경원 IT 비전 선포식’을 하셨는데, 어떤 행사였습니까?
경원대가 대학 IT분야 10위권에 들기 위한 기본 전략이 무엇이냐 하면 앞서 가고 있는 대학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뛰어넘자’는 것입니다. 사실 99년 이후로는 대학마다 정보화 열풍이 불어서 그 수준이 엇비슷한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따라만 가는 것은 질적 도약을 이루기 위한 방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비전선포식이 열린 것이 학교에 출근한지 51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IT 발전과 관련해 오래 전부터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고, 지난해 여름 경원대 부총장으로 내정되면서부터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비전선포식은 꾸준히 구상해왔던 전략과 비전을 외부에 공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수험생들이 알아야 되고, 기업들이 알아야 되는 것이지 학교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IT 발전의 5대 비전 선포

말씀하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나 운영 방침 같은 것을 세워놓으신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다섯가지 비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 다섯 가지란 유비쿼터스 캠퍼스, UPS, 소프트웨어 병원을 구축하고, 비즈니스맨 양성에 철저하게 초점을 맞추며, 컴퓨터통신 박물관을 건립한다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유비쿼터스 캠퍼스 구현은 따로 설명드릴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두 번째인 UPS는 Ubiquitous Professor System, 즉 유비쿼터스 시대의 교수 지원 시스템을 말합니다.
소프트웨어 병원 구축은 의대생들이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것처럼 소프트웨어 대학 학생들이 현장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비즈니스맨 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이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입니다.
컴퓨터통신 박물관은 기업과 정부, 특히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이끌어내어 우리 IT 산업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교수 지원 시스템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보통 대학의 정보화가 IT 특성 대학에 국한된 지원 전략인 것으로 생각하는 교수나 직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정보화는 학교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UPS는 그 중에서도 교수들에게 중점적으로 혜택이 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은 교수가 이끄는 데 따라 그 방향성이 크게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교수들의 정보화 이용 수준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은 경원대의 IT 역량을 최대화하는데 있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IT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만들었습니다. 우선 ‘IT 119’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이는 아직 IT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교수님들이 6119번으로 전화만 걸면 어떤 문제든지 해결해주는 서비스 입니다. 두 번째는 ‘조교 서비스’로 파워포인트 강의 자료를 만든다거나 하는 업무를 직접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이 밖에도 강의 자료 등의 검색을 도와주는 인터넷 검색서비스, 1인1홈페이지 구축 서비스 그리고 연구실의 세콤과 웹 카메라를 연결해 원격지에서 연구실 상황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연구실에 문제가 있을시 무선 인터넷으로 메시징 서비스도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 다섯 가지가 UPS의 핵심입니다.

소프트웨어 병원은 이름 자체부터 아주 독특한 느낌이 듭니다.
의과대학이 왜 인기가 좋은가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것은 나라에서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자격증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병원에서 실습을 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개원할 수 있는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러나 지금 국내 대학들의 공대나 정보대학을 보면 현장에서 하는 인턴 실습을 거의 못하는 실정입니다. 기껏해야 4학년 방학 때 한두 달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의과대학의 병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병원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경원대는 내년부터 소프트웨어 대학 4학년 학생들의 교실 강의가 사라집니다. 소프트웨어 병원이나 외부 업체에 가서 실습 교육만 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소프트웨어 병원에는 현재 교내에 입주해있는 벤처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입주를 시킬 계획입니다. 교수도 기업과 같이 연구하고, 학생도 기업과 같이 일하면서 공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IT 실무인력 양성’이 최대 목표

경원대 IT 교육의 가장 큰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오해석 부총장은 “철저하게 IT 비즈니스맨 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졸업 후 현장에 바로 투입되어 일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학 IT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게 그의 지론.
오해석 부총장은 “일반적으로 대학들이 교수나 연구원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밖의 상당수 대학들 또한 연구 인력과 실무 인력을 다 양성한다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곧바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내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 경원대의 핵심 전략인 것이다.
IT인력을 채용하는 기업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 대학 졸업자들을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해결 방안은 무엇입니까?
학교도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교수나 대학 당국의 답변은 ‘학교는 기본적으로 연구를 하는 곳이고, 사회로 진출하는데 기본이 되는 지식을 가르치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공급자 중심의 교육, 교수 중심의 교육입니다. 이제는 이것이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 학교가 모자랄 때는 학생들이 줄을 서서 찾아왔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학생이 모자라는 실정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으면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아주 오래 전에 하버드 대학의 총장이 “많은 교수들이 자기 제자가 교수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졸업생의 90% 이상이 기업으로 가는데도 교수들은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예전과 똑같은 방식대로 가르치기만 한다는 지적이겠죠. 이런 문제가 생기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대부분의 교수들이 공부만 하는 과정을 거쳐서 교수가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면에 현장 경험을 하고 대학으로 들어온 교수들을 교육의 접근 방식부터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장 중심의 교육, 비즈니스맨 양성을 유독 강조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경원대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력을 키우는데 철저하게 투자할 겁니다. 평소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사업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렇게 키워진 동문들은 학교를 튼튼하게 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고, 경원대의 후배들이 계속 사회로 진출하는데도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IT 비즈니스맨의 양성’이 교육의 주된 목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선택입니다.
내년에 새로운 만들게 되는 기숙사에도 ‘IT 비즈니스맨 양성’ 방침이 철저하게 적용될 예정입니다. 이 기숙사는 DOHO (Dormitory Office Home Office)의 개념을 철저하게 적용한 공간으로 ‘기숙사 창업 지원센터’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소프트웨어 대학이 아닌 다른 모든 계열의 학생들이 IT창업을 할 수 있는 준비의 장을 마련해주겠다는 것이죠.
이 기숙사에는 초고속 인터넷, 공동 서버, 회의실 등을 지원해 대학 때부터 창업준비를 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업가 정신을 심어주고 트레이닝도 시키겠다는 것이 학교의 방침입니다. 대학 때 기숙사에서 창업해 성공한 델의 창업자 마이클 델과 같은 사업가들을 키워내 보겠습니다.

컴퓨터통신 박물관의 역할은 지금까지 말씀하신 부분들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컴퓨터통신 박물관(가칭)을 건립하는 것은 경원대의 개별 사업이 아닙니다. 한국의 IT산업이 걸어온 길과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는 범국가적인 사업이 될 것입니다. 내년 2월까지 세부적인 안을 만든 뒤 상반기에 건립을 시작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컴퓨터통신 박물관 건립은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대기업의 협조를 얻어 예를 들면 KT관, IBM관, 오라클관 같은 것을 만들어 그 기업의 역사와 대표적인 개발 성과들을 전시하는 것이 중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경원대가 공간을 제공하고 내용은 기업들 스스로 채우는 방식입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하드웨어관, 소프트웨어관, 통신관, 게임관, 매뉴얼 서적관, 인물관, 미래관, 국제회의실 등으로 꾸밀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건물도 아주 특색있는 디자인을 해서 누구나 구경하고 싶어할만한 공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특히 미래관은 초중고 학생들이 IT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IT관련 학과 많이 만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IT산업이 내리막길을 걷다 못해 곤두박질치는 상황이 몇 년 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IT산업 불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기침체를 꼽고 있다. 그러나 오해석 부총장은 ‘경기침체는 결코 IT산업 불황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산업이 흔들릴 정도라면 그 산업의 자생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오 부총장은 “IT산업 불황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IT산업이 질적인 도약을 준비하는데 게을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책임이 정부와 기업, 대학 모두에게 있다고 꼬집었다. 비전을 세우지 못했고, 기술을 가진 전문 인력을 제대로 대접하고 활용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IT산업의 침체가 여러 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90년대 중후반까지 IT는 우리 사회에서 특화된 한 분야에 불과했지만 90년대 후반부터는 보편적인 분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짧은 기간에 IT가 경제에 스며들면서 조개구이집 현상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조개구이집이 장사가 잘 되다보니 세 집 건너 한 집 씩 조개구이집이 생기면서 결국 함께 망하는 그런 모습이 IT 분야에서도 일어난 것입니다.
IT가 인기를 끌고 보편화되면서 전국의 대학마다 IT 관련 특과 학과를 한 개가 아니라 두세 개씩 만들어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컨텐츠가 전망이 좋다고 하니까 전국에 애니메이션 및 컴퓨터 그래픽 학과가 현재 100개가 훨씬 넘는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초창기에는 상위권 학생들이 들어오던 것이 2000년을 넘어오면서 중위권 학과로 뒷걸음질 치고 말았죠.

그렇다면 대학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해결책들을 가져야 하겠습니까?
이제 대학도 M&A를 해야 되고,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특화사업을 해야 됩니다.
‘정보화’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면서 모든 학과가 다 정보라는 말을 붙이는 웃지 못할 일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산업공학과는 시스템산업정보학과, 수학과는 수학정보학과 하는 식으로 교수들도, 배우는 내용도 전혀 바뀌지 않으면서 학생들을 호도하기도 합니다. 또, 이제까지는 IT 분야의 학과를 만드는 것만으로 차별화를 시키려고 했었습니다. 이제는 거기서 한 번 더 고민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2의 경원대가 IT 분야의 2단계 사업을 고심한 것이 바로 ‘IT 비즈니스맨 양성’입니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하게 만들 것인가?’에 주력하겠다는 것입니다. 게임학과가 그렇게 많이 있지만 그 학생들이 나가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단순히 학과만 만들어놓았지, 게임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방법이나 마인드를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교육부에서 실제로 대학의 통폐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IT 분야의 학과들도 통합을 시켜야 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독일에서 독문학 전공하는 학생보다 한국에서 독문학 전공하는 학생이 더 많다고 합니다. 대학마다 똑같은 학과들이 어디나 다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어떤 비전을 볼 수 있겠습니까?

기술자 경시풍조도 IT산업 위기 한몫

올 한해 심각한 이공계 기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았습니다. 이것 역시 IT산업의 위기를 불러오는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술자들은 40세가 되기 전에 다 쫓겨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술자들을 그만큼 대우해주지 않고 있다는 얘기겠죠.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성공리에 넘어오는데 주역이 된 사람들이 기술자들입니다만 우리 사회는 이들을 젊을 때 써먹은 다음에 나몰라라 했습니다. 그러나 의사들을 한번 보십시오. 병을 진단하고 고치는 일의 대부분을 첨단 의료기계가 하지만 젊은 의사들이 기기를 잘 다룬다고 해서 나이든 의사들이 퇴출되지 않습니다. 나라가 평생직장을 보장했기 때문입니다.
사회 전반에서 기술자들을 인정하고, 우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기술자 출신의 아버지가 아들이 기술자가 되는 것을 말릴 수밖에 없는 사회입니다. 재밌는 얘기가 있습니다. 한 대학의 동문회에서 어떤 간부가 ‘우리 학교는 의사 몇 명, 판검사 몇 명, 장관 몇 명을 배출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을 듣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술자나 기업가가 누가 있냐?’고 물으니 제대로 대답을 못하더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술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입니다.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문 기술인력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배치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IT나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이 표류하는 이유도 이처럼 기술자들을 우대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은 행정고시 출신들이 기술과 관련된 요직을 장악하고 앉아 기술의 정책과 미래를 결정하고 있는데, 그 분야의 실상을 잘 아는 인력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공기관의 간부들에게 이런 문제를 얘기하면 기술고시 출신이 행정이나 정책을 보는 안목이 좁다고 호도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기술고시로 뽑는 인원을 늘리고, 기술고시 출신을 우대해 기술정책을 결정하는 요직에 앉혀서 일을 맡겨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현재 1년에 기술고시로 겨우 20~30명을 뽑는 수준이고, 이 가운데서 IT 분야는 다섯 명을 뽑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앙관청의 몇몇 자리에만 기술고시 출신을 배치할 것이 아니라, 기술고시로 훨씬 많은 인력을 뽑아서 지방관청들에서도 한번 써볼 것을 주장합니다. 어떤 점들이 달라지는지 금방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얼마 전 삼성이 기술자 출신의 인력을 늘린다고 했는데 정말 환영할만한 결정입니다. 기업들이 경상계열 위주로 사람을 뽑는데 앞으로는 적어도 60% 이상을 기술자로 뽑아야 되고, 그들에게 오랫동안 일자리를 보장해야 됩니다.

IT는 우리사회의 인프라이자 경쟁력

오해석 부총장은 IT산업의 비전을 만들고, 체질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단순히 ‘현재 IT산업이 불황을 겪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IT산업은 미래 우리 사회의 인프라이며, 경쟁력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1965년에 농업종사자가 70%를 넘었지만 2003년 말 현재 1,2차 산업 종사는 29% 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로 가면 다시 20%까지 내려올 것이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1,2차 산업 종사자를 줄인 것이 아니라, 산업의 구조가 저절로 그렇게 흐르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면 이 부분을 3차 산업과 IT가 메워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IT가 일자리 창출을 책임질 수 있도록 IT산업의 체질을 강화해야 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IT는 우리 사회에서 높은 경제적 수익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IT의 역할은 어떤 것이 되리라고 보십니까?
미래의 기술 경쟁력과 관련해 6T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 분야인 BT(Biology Technology), 환경공학 분야인 ET (Environment Technology), 정보통신 분야인 IT(Information Technology), 초정밀 원자세계 분야인 NT(Nano Technology), 우주항공 분야인 ST(Space Technology), 문화관광 컨텐츠 분야인 CT(Culture Technology)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6T의 기본이 IT입니다. IT가 6T의 인프라인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IT를 꾸준히 발전시켜야만 5T가 따라올 수 있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IT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이를 지원하는 미래지향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10대과제에 IT 기술이 대거 포진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좌우명이나, 생활철학은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십시오.
거실에 ‘진인사대천명’을 걸어두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저의 생활철학입니다. 일을 하다가 어려운 지경에 몰리면 ‘원칙대로만 하자. 꼼수는 결코 해결책이 아니다.’고 늘 스스로에게 얘기합니다.
또 하나, 저는 성공의 비결이 부지런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아마 부지런함일 것입니다. 학생들에게도 이런 점들을 가장 강조할 뿐 아니라, 저 스스로도 아직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지런하게 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1년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12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고, 5시 전에 일어납니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오해석 부총장은 “영원히 읽힐 책을 한권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책은 IT 분야가 아니라고 한다. 지금까지 20권 가량의 책을 썼지만 이것들은 다 전문서적이어서 기술의 흐름이 바뀌면 사람들에게 잊혀질 수밖에 없다고. 그는 “그렇다고 소설을 쓸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내 경험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데, 내 경험을 책으로 써서 영원히 읽힐 정도가 되려면 앞으로 더욱 부지런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오해석 부총장은 인터뷰 내내 열정적이고 진지한 모습이었다. 어떤 질문을 던지더라도 소신이 뚜렷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고,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을 거침없이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5년 국내 대학 정보화 10위권 진입’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오해석 부총장은
대학정보화 산증인...등산 예찬론자

오해석 부총장은 우리나라 대학 정보화의 산 증인이다. 숭실대학교 전산소장으로 일하면서 2년 연속으로 대학정보화 부문 평가에서 1위에 올랐으며, 정보통신부 지정 정보통신 우수대학 선정, 국내 첫 창업지원센터 설립 등 숭실대가 정보화 부문에서 명실상부하게 국내 종합대학 1위에 오르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일본 동경대와 스탠포드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근무한 바 있으며, 8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숭실대에서 교수와 부총장을 역임하면서 16명의 박사와 66명의 석사를 길러냈다.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인 오 부총장은 교육부, 정보통신부, 경찰청 등 각종 기관의 자문위원이며 농협과 전경련의 자문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커머스넷 전자상거래위원회 회장, 실리콘밸리 한인IT사업가협회 고문이며, 최근 한국정보처리학회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등산 예찬론자인 오해석 부총장은 지금까지 관악산을 백번 정도는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한다. 산에 오를 때는 대부분 혼자 가는 편인데, 관악산을 오르내리는 3시간 여 시간동안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고, 정리도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라고. 특히 그는 등산을 갈 때 마다 꼭 하나의 아이디어를 얻어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오늘은 이런 주제로 생각을 하겠다’고 테마를 정한 뒤 생각을 집중하고 걷다 보면 종종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하는데, 이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고 한다. 중요한 회의나 모임이 있을 때 꼭 산행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사코 맥주 두병이 주량이라고 고집하는 오해석 부총장은 대신에 그 안에 무얼 탔는지는 상관 안 한다고 말한다. 두주불사라는 말에 애착을 느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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