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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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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과 황우석 교수
지율과 황우석, 동시대인인 두 사람은 겉으로 봐선 닮은 점도 많고 안으로 들여다보면 다른 점은 더 많다. 우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같고 생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데에 그들의 목적이 엇비슷하다.
단식이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인다. 엄격히 말하면 황우석 교수의 경우, 단식이란 말이 적합하진 않아도 밥을 먹을 수 없다는 함의에서 단식이란 표현을 써본다. 밥을 먹을 수 없어 드러누운 두 사람의 사진을 국민은 기억하리라. 하지만 들여다보면 두 사람의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은 사뭇 다르다. 아니 전혀 다르고 결코 같을 수가 없다. 장소부터 다르다. 청와대 옆 삭월세 쪽방과 서울대병원 특실.
지율 스님은 천성산 터널 건설에 대한 항의로 청와대 앞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 홀로 시위를 벌였지만 언론이며 국민은 전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단식에 들어갔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 국민, 청와대 모두 역시 무관심했다.
단식 50여 일이 지나자 여론이 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서뿐이었다. 1인 시위라고 하지만 그녀의 요구는 천성산 터널 반대도 아닌 건설의 재고, 즉 터널 건설을 잠깐 미루고 주변 생태계 조사 등 자연의 훼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는 너무나도 얌전한 요구였다. 투쟁도 아니요 더구나 발악도 아니었다. 이러한 너무나도 얌전한 부탁이 씨도 먹히지 않자 그녀는 자기의 목숨을 내놓았다. 그녀에게 자연의 생명은 자기 목숨보다 절박했기 때문이다. 자연의 생명보전을 위해 자기 한 목숨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지율 스님의 목숨이 위태로워지고 이를 걱정하는 국민의 수가 늘어가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님을 살리자는 운동이 퍼지며 언론도 지면과 방송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앞에서 매일 볼 수 있었던 스님은 이때부터 잠적한다. 잠적의 이유는 언론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천성산 생태계 보전이라는 뜻에서 한 시위가 위태로워진 자기 목숨에 초점이 맞춰지며 시끄러워졌다. 그녀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뜻의 본말전도에 답답한 마음으로 가슴이 탔을 게다.
연일 지율스님의 목숨에만 포커스를 맞추어대는 언론을 피하면서 그녀는 그의 뜻을 관철해야 했다. 오로지 뜻은 처음과 같았다. 정부가 나선 건 한참 뒤다. 이유는, 만약 지율스님이 죽게 되면? 이란 후폭풍이 두려워서였다. 스님의 요구는 아랑곳없이 자기네들의 정치적 부담만을 생각했다는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율 스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무척이나 의연(?)한 태도로 일관했었다.
지율 스님에 비해, 황우석 교수의 경우엔 어떤가?
겉으로 보여지는 잠적은 지율 스님과 같다. 그가 국민 앞에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하고 난 뒤 바로 시내 모 호텔이니 모 절이니 하는 의문이 분분한 잠적으로 이어졌다. 쉬고 싶다고 했다. 쉬기 위해서 잠적을 했으니 지율과는 이 점에서도 전혀 다르다. 잠적 바로 다음 날, MBC PD수첩의 보도가 결국 새튼 교수의 결별로 이어졌다는 보도가 나왔고 국익을 앞세운 PD수첩 죽이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잠적 기간에 그는 무얼 하고 있었나.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뒤, 나중에야 알았지만, 우선 그는 밥을 먹지 못했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밥을 먹지 못할 정도라니 심각하긴 한가 보다. 단식이긴 하지만 스스로 밥을 끊은 게 아니라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라 하니 그의 스트레스를 짐작할만하다. 하지만 돌려 생각하면, 자기 잘못을 스스로 시인한 뒤 벌어진 사건들을 요약하면 그에게 결코 스트레스를 줄만한 일들은 없었건만 왜 스트레스를 받아야했을까? 의아하다. 외국에선 그리 지원 받기 어렵다는 난자제공, 그것도 무상으로 지원하겠다는 여자들이 천 명을 넘었고, 황우석 개인이 그 어마어마한 조직인 MBC라는 언론 권력을 무너뜨리고 있었고, 국민, 정부뿐만 아니라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까지 앞장 나서서 국민영웅(?), 황우석에 올인하며 지난 어느 때보다도 양적(지원금 액수나 난자기증자 수 등 수치적 크기)으로나 질적(관심 등 애정지수)으로도 엄청 황우석 지원이 늘고 있는 마당에 스트레스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뿐인가. 지율스님에겐 무관심을 넘어 무시로 일관하던 노무현 대통령마저 나서방처럼 직접 개입하기까지 하며 성원에 성원으로 국민적 영웅이 되어가고 있는데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스트레스라니? 우리 상식으론 오히려 몸에 엔도르핀이 넘쳐나 몸이 더 좋아졌을 것 같은데...... 그리고, 잠적 중 지율스님처럼 숨어있기만 했는가? 국내 언론은 피하면서도 외국 유력지의 인터뷰에는 응하고 있었고 황 씨의 주치의라는 서울대 의대교수는 미국에 YTN 기자까지 동행시키며 사건을 반전시키는 마력(괴력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지만)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병석의 초췌한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환심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이래서 단어쓰기를 분명히 해둘 필요를 느낀다. 국민이나 언론이나 정부의 관여에 있어, 지율스님과 황우석 교수는 분명 다르다. 지율스님은 관심이요 황우석 교수는 환심이다. 어디서 주도적이었느냐 하는 주체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관심은 '준다' 하고 환심은 '자아낸다' 질 않는가.
이제 드러나기 시작한 황 교수의 사기극은 이미 그의 언론플레이에서부터 찾아볼 수가 있었다. 여론이 불리해지자 그는 제자들을 뒤에 앉힌 채 기자회견을 했다. 이 광경을 보고 오래 전 전두환 씨가 검찰 출두 전 그의 집 연희동 골목에서 장세동 등 그의 사람들을 뒤에 에워싸게 한 골목대장의 연출 장면이 자연히 떠올려졌다. 너무나 똑같아 보였다. 정치군인과 대학생은 엄연히 다르다. 대학생인 제자까지 동원하는 황 씨의 언론플레이에 전두환보다 더한 치졸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생명(자연)존중과 생명과학 앞에 두 사람은 몸이 망가졌다. 병석에 누운 장면으로만 보면 두 사람 모두 자기 몸뚱아리를 망가트렸다. 누운 두 사람을 영화의 한 장면인 양 오버랩해 보며 비교해 본다. 불현듯 지율 스님이 나타나자 눈물이 핑 돈다. 곧 바로 나타난 황우석 교수에게선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지율 스님은 100일의 단식으로 지금도 목숨이 위태롭다 하고 황 교수는 불과 며칠 사이 스트레스로 인한 위궤양으로 얼굴이 초췌했다.
한 사람의 목숨과 비유해야 하는 위궤양이라니. 위궤양 정도라면 걸죽한 겔포스 하나 빨아먹으면 우린 됐지 않았나. 밥을 먹을 수 없는 경황도 결코 다르지만, 굶게 된 뒤의 상황 역시 전혀 판이하다. 방금 전 점심으로 채운 배가 쓰리고 아려온다. 지율의 병석은 너무나 초라해보였고 반면 황우석의 자리는 일반인이 엄두도 내지 못할 특실이 보였다. 국민의 관심이 된 두 사람이 국민에게 받는 애정의 차이랄까? 너무나도 순진한 우리 국민에 서글프고, 영웅 앞에 무조건 한없이 약자가 되었던 우리 국민의 우매함에 또 서럽다. 패자는 황우석이 아니다. 패자는 국민이다.
스님에게선, '비록 시작은 초라하나 끝은 장대하리라'던 성경의 구절이, 교수에게선, '세상의 불행은 결핍에서가 아니라 과잉에서 비롯된다'던 한 철학자의 충고가 떠오른다. '세상의 불행은 자연의 거부에서 시작된다'던 버틀란드 러셀의 경고도 다시 들려온다. 과학은 과학으로 검증해야 한다며 방송 PD들을 비과학자로 몰아 세웠던 그, 황우석이 PD보다도 더 무지하달 수 있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증스러움을 넘어 가소로움에 혀를 절로 차게 만든다. 쯧쯧. 그는 아직도 국민 앞에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할 마음도 없어 보이니, 인간적으론 그저 측은하고 과학자로선 너무 괘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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