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준비로 바젤Ⅱ 모범답안 제시
최고급 방법론 선택해 글로벌 은행으로 '성큼성큼'

지난 몇 년간 은행권 최대의 이슈였던 바젤Ⅱ 시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다수 국내 대형 은행들이 관련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KB국민은행은 바젤Ⅱ 프로젝트 완료를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그동안 프로젝트 착수시기 및 적용 방법론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던 국내 바젤Ⅱ 시장은 이제 구축 이후의 변화관리 및 실제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위한 고민 등으로 질적인 변모가 시작되고 있다. 이번 KB국민은행의 사례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의미가 깊어 한국을 대표하는 선도은행으로서 국내 금융권의 역량을 과시한 쾌거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으로서는 최초일 뿐만 아니라 바젤Ⅱ 우선 적용대상 국가인 G10 국가들까지 모두 포함하더라도 바젤 위원회가 규정하고 있는 타임 스케줄을 가장 모범적으로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영국과 독일의 2~3개 은행들만이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바젤Ⅱ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는 KB국민은행의 바젤Ⅱ 프로젝트에 대해 살펴본다. 이강욱 기자 wook@rfidjournalkorea.com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 '바젤Ⅱ 신용리스크 위험가중자산 및 신BIS비율 산출시스템'을 구축 시행한다고 공식발표했다. 국내 금융기관으로서는 최초일 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까지 모두 포함하더라도 시기적으로 앞서가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바젤Ⅱ 우선 시행대상인 G10 국가들의 은행들 역시 아직 관련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 짓지 못한 시점에서 해당 프로젝트 완료라는 점에서 국내외 대형 은행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KB국민은행 바젤Ⅱ 이우열 팀장은 "G10 국가인 일본을 제외하고는 아시아 최초이며, 유럽에서도 영국의 3개 은행, 독일의 2개 은행 정도만이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며 "KB국민은행의 이번 시스템 구축은 2003년 이후 수년간 진행해온 바젤Ⅱ 도입기반 구축 작업의 완성을 의미하며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및 여신 프로세스 구현으로 선진은행으로서 자리를 굳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기적으로 앞서, 질적인 면에서도 손색없어
시기적으로 앞선 점 외에도 KB국민은행의 이번 프로젝트는 산출 시스템에 적용된 방법론이 모두 최고급 방법론으로 구현됐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바젤Ⅱ 규정에서는 시장리스크, 신용리스크, 운영리스크가 모두 감안된 BIS 비율 산출을 권유하고 있다. 그리고 각 리스크마다 복수의 산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은행마다 리스크 관리 수준이 달라 적용이 쉬운 방식과 높은 관리 능력을 요구하는 고급 방법론으로 구분해 제시하고 있다.
실제 신용리스크는 표준방식, 기본 내부등급법(F-IRB), 고급 내부등급법(A-IRB) 등 세 가지 방식으로 구분돼 있고, 운영리스크도 기초지표법(BIA), 표준방법, 고급측정법(AMA)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시장리스크 역시 표준방법과 내부모형으로 구분되어 있다.
다양한 옵션 구성이 가능한 산출 방법론 선정에서 KB국민은행은 각 영역별로 모두 최고급 방법론을 택했다. 신용리스크는 고급 내부등급법을, 운영리스크는 고급측정법을, 시장리스크는 내부 모형 방식을 각각 선정했다.
고급 방법론 선택은 리스크 관리 수준이 높다는 것이며, 이를 위한 관련 시스템을 완비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높게 평가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바젤Ⅱ 규정에서도 고급방법론을 적용할 경우 자기자본 비율이 낮아지는 혜택을 제공한다. 평균적으로 선진국 은행이 고급 내부등급법을 적용해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경우 필요자기자본이 2%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고급방법론 적용은 필요로 하는 데이터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난해한 각종 리스크 수치를 은행 자체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국내 많은 은행들은 고급방법론의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신용 리크스에서 대부분 최고급 방법론보다 한 단계 낮은 기본 내부 등급법을 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03년 프로젝트 착수시기부터 분야별 산출 방법론 선택에서 최고급 방법론 채택을 결정, 다양한 하위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고급방법론 적용을 위한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팀장은 "고급 방법론 선택은 BIS 비율을 낮추기 위해 추진된 것이 결코 아니였다"며 "고급 방법론으로 갈수록 프로세스 개선 효과와 은행의 질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어 더 나은 은행을 만들어가자는 전사적인 의지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진행, 현재는 4단계
국민은행은 바젤Ⅱ 프로젝트를 지난 2002년부터 5년째 진행하고 있다. 로드맵에 의하면 현 단계는 4단계로 안정적 운영 및 점검기에 속한다. 지난 2월 시스템 완료 선언 이후 현재는 변경되는 요건 반영과 실제 은행 업무에 적용해 나가고 있는 단계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목표 설정 및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 후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들어가 2단계로 2004년에 바젤Ⅱ 인프라 구축이 진행됐다. 2005년에는 3단계로 설계 및 구현이 이뤄졌다.
KB국민은행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나선 2002~2003년은 아직 바젤 위원회의 권고 사항이 확정되지 않았고, 국내 금융감독원의 요건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팀장은 "착수 시점에 바젤Ⅱ 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골격은 나와 있어 리딩 뱅크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선도적으로 나섰다"며 "프로젝트 착수 이전부터 숱한 난관을 예상했고 감독원과 의사소통하면서 만들어가자는 각오로 추진됐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현업 전문가들 10명과 IT 부문 8명이 합류해 총 18명으로 바젤Ⅱ TFT가 조직돼 전행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전행적 추진과 동시에 가계, 여신, 신용기획부 등 각 실무 그룹별로도 바젤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이 팀장은 "마스터플랜에 따라 34개 현업부서가 연계돼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 바젤Ⅱ TFT는 요건이나 진행 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시기에는 바젤Ⅱ 갭 분석과 계량영향 분석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갭 분성은 주로 바젤Ⅱ 규정과 국민은행의 상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2004년에는 그동안의 분석을 기반으로 실무 작업이 진행됐다. 조직변경이 이뤄졌고 리스크 컴포넌트 및 데이터 확보 및 개선이 진행됐다. 또한 신용평가 모델이 완료됐고, 사후관리, 담보평가 시스템이 구현됐다. 이 팀장은 "당시 프레임웍 구축이 진행돼 바젤Ⅱ 논리적 데이터(Logical Data) 모델이 개발됐고 데이터 갭 분석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34개 현업부서 연계돼 전행 프로젝트로 추진
이어 2005년에는 그동안 개발된 시스템의 전행적 시행에 들어갔다. 프레임워크 구축에 이어 업무요건 정의, 시스템 설계, 구축 및 테스트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바젤Ⅱ 데이터마트 설계와 구축이 이뤄졌고, 필라 1, 2, 3 데이터 산출이 시작됐다.
데이터마트는 유닉스 서버를 기반으로 SAS 솔루션과 IBM DB2를 이용해 145개의 테이블을 구성해 구축했다. 데이터 마트는 약 25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국민은행은 바젤Ⅱ 데이터 마트의 170개의 테이블 및 2,514개의 데이터 속성에 대한 총 5회의 시스템 통합 테스트를 수행해 산출 결과값 및 신 BIS비율과 각종 보고서의 정합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총 1,450만 계좌를 대상으로, 한달에 평균 240GB 데이터가 새로이 생성되는 바젤Ⅱ 시스템을 구현했다.
국민은행 바젤Ⅱ 프로젝트는 액센츄어와 MoW(머서올리브와이먼)가 1단계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2단계에서는 한국IBM이 SI와 컨설팅(IBM BSC)을 수행했다. 패키지로는 SAS 솔루션이 도입됐다.
이 팀장은 "프레임워크 작성은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업체를 선정했고, 구축은 IT 경험이 풍부한 곳을 선정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국민은행은 바젤Ⅱ에서 규정하고 있는 필라 1, 2, 3을 완료했다. BIS 비율 산출을 위한 필라 1에서 국민은행은 시장 리스크는 작년 7월 승인을 받았고, 운영리스크와 신용 리스크는 내년에 승인될 예정이다.
감독기관의 규제절차와 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위한 필라2와 공시 관련 필라 3는 현재 금감원이 준비 중으로 금감원의 세부 기준 및 지침이 확정되는 대로 곧바로 구현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시스템 변화관리에 중점을 두고 지속적인 프로세스, 데이터, 시스템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전념토록 인사이동 없애
KB국민은행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갖은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다. 우선 업무 전반이 기존과는 크게 달라지는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참고할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힘든 부분이었다.
실제 프로젝트 과정에서는 활용해야 할 데이터가 장기간이며 방대해 관리가 힘들었고 시간적인 제약 역시 컸다. 더군다나 KB국민은행은 과거에 인수 합병한 구 주택은행의 데이터까지 모두 관리대상에 포함돼 데이터 양은 더욱 늘어났다.
이 팀장은 "총 1,450만 계좌가 대상이며, 한달에 240GB 데이터가 생성되는 등 데이터 규모는 매우 방대했으며, LGD(Loss Given Default, 부도시 손실)의 경우 7년치의 데이터를 모아 3년 이상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2000년 데이터부터 일일이 찾아서 조정했다"며 "전사적인 합의가 이뤄진 바젤 Ⅱ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던 작업"이라고 말했다.
전사적인 합의는 인사 정책, 꾸준한 교육과 철저한 업무 분장 등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더 나은 은행을 만들어가자는 취지하에 은행 내 최고 전문가들을 소집해 TFT를 결성했고, 2007년까지 이들의 인사이동을 없게 해 오직 바젤Ⅱ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IT 부서 역시 인사이동이 없도록 조치했다. 이를테면 데이터 추출 및 관리 직원은 연속성을 갖고 7년치의 데이터 관리에만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또한 이와 관련된 부서 역시 인사이동을 없도록 해 바젤Ⅱ 투입 인력은 프로젝트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수 있도록 했다.

지속적인 교육 및 정보 공유가 추진 동력
직접적으로 프로젝트 참여 인력뿐만 아니라 전행적으로도 바젤Ⅱ 분위기 조성에도 적극 나섰다. KB국민은행은 프로젝트 착수와 동시에 낮선 바젤Ⅱ에 대한 전행적 이해를 높이고자 내부적으로 '바젤Ⅱ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이를 통해 업무별 연관성 분석, 요청사항 파악, 바젤Ⅱ 교육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34개부서 팀장 이하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2005년까지 장기간 진행됐다.
관리자들을 대상으로는 바젤Ⅱ 스티어링 커미트(Steering Committee)가 구성됐다. 이 자리에서는 34개 부서장과 리스크 관리 담당 부행장이 모여 부서별 역할 분장과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1달에 1번꼴로 열려 바젤Ⅱ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이뤄졌고 이는 다시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 역할을 했다.
KB국민은행은 프로젝트의 고난이도를 철저한 프로젝트 관리로 하나 둘 풀어나갔다. 요건 정의 및 설계가 이뤄질 때마다 조직을 변경하면서 신속하게 반영해 갔다. 또한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을 고려해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 항상 그 이면과 이후 프로세스까지 고려해 가면서 진행했다.
바젤 Ⅱ TFT 팀장을 수행한 이우열 팀장이 프로젝트 관리 책임자(PMO)까지 겸해 프로젝트 전반에서 강한 연결성과 리더십을 갖고 추진할 수 있었다.
이 팀장은 "시간과 인력이 실무적인 문제였으나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 주목해 프로젝트 초기에서 기반을 탄탄히 다져가자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사람이 핵심이라는 PMO로서 원칙을 세워 이를 기반으로 프로젝트 전반을 이끌어 나갔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지쳐 나가떨어지는 경우를 최악의 상황으로 설정하고 일과 기타 영역을 구분해 철저히 배려했다. 또한 컨설팅 업체 및 IT 벤더 직원들과도 '바젤Ⅱ 만들어가는 형제'라는 분위기를 조성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신경 썼다. 이 팀장은 '업무의 강제 또는 손해를 강요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프로젝트 내내 원활한 팀워크를 만들어 갔다.

국민은행 색깔이 깃든 바젤Ⅱ 시스템으로
KB국민은행은 시스템 구축이 지난 2월로 일단락돼 현재는 변경관리 및 산출된 수치를 전반적인 은행 업무에 활용하는 방안 마련에 역점을 두고 있다. 리스크를 감안한 여신 금리와 한도 결정 및 2006년 하반기부터 시행예정인 EL(예상손실액) 기준 충당금 적립이 가능해졌다. 활용을 더욱 고도화해 국민은행 색깔이 녹아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현 수준에서도 다양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도율(PD)의 경우 기존 프로세스에서 한 단계 진일보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존 문제점들이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마다 달랐던 판단 기준을 공통된 신용평가 기준을 통해 수행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연체 하락, 우량고객 증가, 영업점 업무 환경 개선 등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소매여신 부분의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손실율 역시 담보물의 주기적 평가를 통해 담보 배분 등이 가능해졌다. 사후관리 부분에서도 예전보다 훨씬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제는 어떤 통로를 통해 들어오는지와 같은 유형분석까지 시스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EA(예산손실) 부분도 큰 개선이 있을 전망이다. 이를 금리에 반영해 더 낮은 금리 제시가 가능하고 이는 고객 이익 구현및 고객만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팀장은 "예전보다 훨씬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동일한 리스크를 감당하더라도 알고서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며, 은행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경영자의 전폭적인 지원 △바젤Ⅱ 업무를 고려한 병행 추진 △사전적인 데이터 현황 분석 실시 △시스템 구축 시 유지방안 병행 추진 등이 시스템 구축의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경영자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전행적인 프로젝트 추진이 가능했고, 대규모의 직원 참여가 이뤄진 점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또한 바젤Ⅱ 업무를 고려한 병행 추진은 단순히 신 BIS 비율 산출이 아닌 여신/ 리스크 프로세스 개선과 연계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템 구축에서도 은행의 데이터 현황에 부합하는 시스템으로 가져간 점과 시스템 구축단계에서부터 관련 데이터의 통제 방안을 병행해서 고려한 점 등을 성공의 주된 요소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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