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월드가 이달로 창간 2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사람으로 따진다면 어엿한 성년이 지나 인간으로서 활동이 가장 왕성한 청년기로 접어든 셈입니다. 「컴퓨터월드」는 지난 1985년 11월 1일 국내 정보통신산업이 태동할 시기에 태어나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으로 성장할 때까지 전문 매체로서의 맡은 바 책임과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판단됩니다.

국내 IT 경기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컴퓨터월드가 20년 이상 존재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독자들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곧 「컴퓨터월드」가 그 동안 전문 매체로서의 기본 기능 수행에 충실해 왔고, 또한 국가 경쟁력 강화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 어느 매체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해 왔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기술과 사회는 「컴퓨터월드」의 또 다른 도전을 자아내게 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기도 합니다. 인터넷 확산으로 인한 오프-라인(Off-line)의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급변하는 사회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환경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눈앞의 실용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문학이 대학에서 외면 받는 현실이 이를 잘 반영해 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언론도 유용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심하게는 정보의 중계자로 전락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언론의 비판기능이 크게 축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에서도 잘 알 수 있듯, 언론이 비판기능을 포기했을 때 그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과학계는 물론 전 사회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으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고, 아직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 마치 망령이 되살아날 듯한 느낌입니다.

「컴퓨터월드」는 정론직필의 역할을 자임했지만 우리 역시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타협하고 비판기능을 소홀히 했습니다. 실용의 시대라는 것은 어쩌면 사회가 변했다는 구실로 제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한 자기변명이기도 합니다.

정보의 범람, 빠르고 다양한 정보 등은 질보다는 양적인 측면이 더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차별성 없는 정보, 탈 맥락적 정보들만 범람하고, 현재로선 언론 역시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 부유하는 모습입니다.
「컴퓨터월드」 역시 기술과 시장의 흐름 속에서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고 재가공한다는 편집방향에 충실하고자 했으나 빠른 변화와 쏟아지는 정보량에 파묻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컴퓨터월드」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언론 본연의 기능이자 창간정신인 비판적 기능을 되찾아 나갈 각오입니다. 기술과 시장의 흐름 속에서 정보의 의미를 재해석함으로써 맥락 있는 정보, 질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정보가 바로 진정한 실용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용도 폐기되어야 할 것도 많지만 변화할수록 오히려 그 중요성이 커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언론의 감시와 비판기능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컴퓨터월드」는 지난 21년의 기술적,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찾아 이젠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20년 이상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 준 애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보다 더 성숙된 모습으로 애독자 여러분들께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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