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경기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컴퓨터월드가 20년 이상 존재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독자들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곧 「컴퓨터월드」가 그 동안 전문 매체로서의 기본 기능 수행에 충실해 왔고, 또한 국가 경쟁력 강화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 어느 매체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해 왔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기술과 사회는 「컴퓨터월드」의 또 다른 도전을 자아내게 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기도 합니다. 인터넷 확산으로 인한 오프-라인(Off-line)의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급변하는 사회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환경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눈앞의 실용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문학이 대학에서 외면 받는 현실이 이를 잘 반영해 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언론도 유용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심하게는 정보의 중계자로 전락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언론의 비판기능이 크게 축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에서도 잘 알 수 있듯, 언론이 비판기능을 포기했을 때 그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과학계는 물론 전 사회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으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고, 아직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 마치 망령이 되살아날 듯한 느낌입니다.
「컴퓨터월드」는 정론직필의 역할을 자임했지만 우리 역시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타협하고 비판기능을 소홀히 했습니다. 실용의 시대라는 것은 어쩌면 사회가 변했다는 구실로 제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한 자기변명이기도 합니다.
정보의 범람, 빠르고 다양한 정보 등은 질보다는 양적인 측면이 더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차별성 없는 정보, 탈 맥락적 정보들만 범람하고, 현재로선 언론 역시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 부유하는 모습입니다.
「컴퓨터월드」 역시 기술과 시장의 흐름 속에서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고 재가공한다는 편집방향에 충실하고자 했으나 빠른 변화와 쏟아지는 정보량에 파묻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컴퓨터월드」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언론 본연의 기능이자 창간정신인 비판적 기능을 되찾아 나갈 각오입니다. 기술과 시장의 흐름 속에서 정보의 의미를 재해석함으로써 맥락 있는 정보, 질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정보가 바로 진정한 실용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용도 폐기되어야 할 것도 많지만 변화할수록 오히려 그 중요성이 커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언론의 감시와 비판기능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컴퓨터월드」는 지난 21년의 기술적,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찾아 이젠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20년 이상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 준 애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보다 더 성숙된 모습으로 애독자 여러분들께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